최문순 강원도지사는 요즘 일과 이후 저녁시간대 일정을 모두 비웠습니다.
매일 밤 춘천시 후평동에 위치한 천태종 사찰인 삼운사를 찾아 ‘남북평화와 강원도 번영을 위한 철야기도’를 하기 위해섭니다.
오후 10시부터 새벽 3시 30분까지 이어지는 철야기도엔 도지사 특보단도 함께 참여하고 있습니다.
5월 15일까지 이곳에서 밤을 새며 기도를 한 후 31일엔 원주 영강교회에서 철야기도를 이어갈 예정이라고 합니다.
14일 새벽 최문순 강원도지사가 춘천 삼운사에서 ‘남북평화와 강원도 번영을 위한 철야기도’를 하고 있다.<강원도 제공>
최 지사의 이같은 행보를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이들도 있습니다.
내년 지방선거를 겨냥한 간접적인 정치행위라는 겁니다.
선거철을 1년여 앞둔 시기인 만큼 충분히 나올 수 있는 말들입니다.
하지만 선거만을 의식했다면 모든 일정을 접고 소수의 신자들이 함께 하는 철야기도회에 무리하게 참석하진 않았을 겁니다.
최 지사의 측근들은 “정말 정치적 의도가 있다면 수백명씩 모이는 각종 행사의 참석요청을 뿌리치고 최 지사가 굳이 철야기도를 지속하겠냐”고 반문 합니다.
철야기도중 두손을 모은 최문순 강원도지사
이들은 최 지사의 평소 언행을 살펴 보면 금방 수긍이 갈 것이란 말도 덧붙입니다.
최 지사는 취임 직후부터 기자들과 만날 때면 “강원도의 운명은 평화와 직결돼 있다”는 말을 자주 했습니다.
그는 “강원도 입장에선 평화가 밥이요. 경제다”란 직설적인 표현도 가끔 썼습니다.
그 어느 누구보다 남북관계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셈이죠.
철야기도에 앞서 삼운사를 찾은 할머니들에게 인사를 하는 최문순 강원도지사.
최지사가 이같은 화법을 쓰는데는 다 이유가 있습니다.
남북 긴장국면이 지속되면서 강원도가 뜻하지 않은 피해를 너무 많이 보고 있기 때문입니다.
최근 북한측이 남북긴장을 고조시키는 강경발언을 쏟아낸 이후 양양~중국간 전세기 노선 취항 일정이 연기되는 일도 벌어졌습니다.
중국 여행사측이 강원도 관광을 희망하는 여행객 모집에 차질이 빚어질 것을 우려해 취항시기를 늦춘 것입니다.
금강산 관광 중단으로 인해 강원 영동 북부지역의 피해사례는 남북평화의 중요성을 더욱 실감케 합니다.
실제 강원 고성군은 2008년 7월 금강산 지구에서 발생한 관광객 피격 사건이후 금강산 관광이 중단되면서 심각한 후유증을 겪고 있습니다.
지역경제가 사실상 벼랑끝으로 내몰린 형국입니다.
금강산 관광 중단이후 고성지역에선 연평균 관광객이 40만명 가량 감소하고 150여개 음식점이 휴·폐업을 했다고 합니다.
일자리가 부족해 지다보니 인구도 감소하고 있습니다.
이로인해 동해안 최북단인 고성군 현내면으로 향하는 7번 국도변은 을씨년스러운 분위기가 연출되고 있습니다.
길 옆에 줄지어 늘어서 있던 건어물 가게와 음식점 대부분이 문을 닫아 썰렁한 모습입니다.
주민들은 “금강산 육로관광에 의존해 생계를 이어가던 많은 사람들이 비통한 심정으로 가게 문을 닫고 타지역으로 떠났다”고 말합니다.
철야기도에 앞서 스님과 환담을 나누고 있는 최문순 강원도지사(왼쪽)
허언이 아닙니다.
고성군은 금강산 관광 중단 이후 매월 평균 29억원씩 모두 1400억원대의 직·간접적 경제적 손실을 입었다고 주장합니다.
생계를 책임졌던 가장이 취업을 위해 타지로 떠나면서 2007년 50가구 130여명이던 한부모·조손가정과 위탁아동은 지난해 100가구 214명으로 늘어났습니다.
결국 먹고 사는 문제가 결국 가족간 생이별을 초래한 것입니다.
강원도의회가 금강산관광 중단으로 인해 피해를 입은 강원 고성지역 주민들을 지원하기 위한 조례 제정을 추진한 것도 이같은 까닭입니다.
이뿐 아닙니다.
남북간의 긴장이 고조되면서 최 지사의 대표적인 평화관련 공약도 표류하고 있습니다.
최지사는 당초 동해안권 경제자유구역인 강릉 옥계지구내에 북한의 풍부한 광물자원과 노동력을 활용해 경제자유구역을 특화시키려는 구상했습니다.
남북 경색 국면이 지속되면 속도를 낼 수 없는 공약입니다.
개성공단 마저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동해안 평화공단 조성이 쉽지 않을 것이란 생각은 그도 할 것입니다.
2011년 4월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최 지사는 취임사를 통해 “평화는 번영의 가장 중요한 토대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평화 없이는 강원도의 번영도 없다”고 강조했던 그의 요즘 심정은 정말 답답할 것입니다.
최문순 강원도지사가 14일 강원 고성군 통일전망대 인근에서 열린 평화공원 조성행사에 참석해 축사를 하고 있다.<강원도 제공>
최 지사는 지난 4월 고성군 현내면 DMZ박물관 일대에서 열린 ‘평화·생명·미래의 숲’ 조성 기념행사에 참석해 철조망에 평화의 메세지가 담긴 리본을 달면서도 남북 긴장이 완화되길 간절히 기도했을 겁니다.
그는 이번 철야기도에 앞서 “안보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부분은 민간·시민단체나 자치단체에 이양해 완충역할을 할 수 있는 장치를 만들어야 긴장국면을 해소할 수 있다”는 의견도 표명했습니다.
철야기도를 시작한 삼운사는 최 지사의 어머니가 평소 열심히 다니고 있는 사찰이라고 합니다.
어머니의 정성까지 더해져 최지사의 바람대로 남북평화 국면이 조성되길 바랍니다.
아마 자식을 걱정하는 팔순(八旬) 노모의 기도가 더욱 간절할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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