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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바우 사람들

최문순은 공공의료 지킴이?

 경남 진주의료원과 강원도내 의료원은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만성적인 적자에 시달려 온 점은 같다.
 2012년말 기준 강원도내 5개 의료원의 부채도 803억원에 달한다.
 언뜻 봐도 경영상태가 진주의료원 못지 않게 심각하다는 것을 쉽게 알수 있다. 
 그런데 한쪽에선 폐원이 거론되고 있고, 다른쪽에선 예산지원을 통한 회생 방안이 모색되고 있다.
 지방의료원 문제에 대한 홍준표 경남도지사와 최문순 강원도지사의 해법은 달라도 너무 다른 것 같다.
 특히 4월 18일은 극명한 차이를 실감할 수 있는 날이었다.
 경남지역에서 진주의료원 해산 조례안 처리 문제로 공방이 오가던 이날 최문순 강원도지사는 강릉의료원을 찾았다.

 

최문순 강원도지사(왼쪽 첫번째)가 18일 강릉의료원에서 임직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강원도 제공>


 최 지사는 이날 강릉의료원 임직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경영개선 간담회’ 자리에서 “의료원을 매각하거나 민간에 위탁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간 단정적인 표현을 삼가하던 최 지사는 이날 평소와 사뭇 다른 모습을 보였다.
 최 지사는 이날 작심한듯 강한 어조로 자신의 의중을 피력했다.
 그는 “공공의료를 지켜야 한다는 우리의 원칙은 단호하고 분명한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최 지사는 이어 “정치적 사안으로 의료원 문제를 풀어서는 안된다”며 “강원도 구성원 모두가 합심해서 공공의료 서비스를 담당하는 의료원을 반드시 살려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최문순 강원도지사(오른쪽)가 강릉의료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강원도제공>


 이날 간담회에선 예산지원 문제도 거론됐다.
 최지사는 “그동안 강원도의 지원이 부족했던 것도 사실”이라며 “이번 추경예산에 강원도내 5개 의료원의 특성화및 기능보강을 위한 예산 36억7300만원을 반영한 만큼 귀하게 써달라”고 당부했다.
 강릉의료원 임직원들은 매각을 포함한 강도높은 구조조정을 요구하는 일부 강원도의회 의원들의 주장을 고려한듯 강원도의 정책 방향을 확인하는데 촉각을 곤두세웠다.
 반태연 보건의료노조강원지부장(51·강릉의료원)은 이날 간담회에서 “최근 완공된 노인병원은 강릉의료원의 핵심전략중 하나인데 민간병원이 이를 위탁운영하려는 움직임이 있어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또 반 지부장은 “이렇게 되면 환자가 점차 늘어나는 등 경영수지가 개선되고 있는 강릉의료원이 또 다시 어려워 지는 상황이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한 최 지사의 답변은 간단명료했다.
 최 지사는 “의료원 시설을 위탁이나 매각하는 일을 없을 것”이라고 재확인했다.
 이어 그는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간호사 채용문제도 적극 돕겠으니 의료원 직원들은 흔들리지 말고 최고의 의료기관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최문순 강원도지사(오른쪽)가 강릉의료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의 상태를 살피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강원도 제공>


 강원도가 추경예산에 편성한 속초의료원 장례식장 증축비 23억7300만원을 비롯, 강릉의료원 인공관절센터 지원및 원주의료원 건강증진센터 확장 등 특성화사업 지원비 5억원, 속초·영월·삼척의료원 의료취약지 파견 의료인력 인건비 8억원 등 36억7300만원의 의료원 지원예산도 이날 강원도의회에서 원안 통과됐다.
 국·도비 분담사업까지 포함하면 올해 지방의료원 지원 분야에 편성된 예산만 80억8200만원에 달한다.
 지난해 의료원에 50억원의 경영개선 자금을 투입해 5개 의료원의 당기순손실(2012년)이 43억6700만원으로 2011년 91억4300만원에 비해 52.2%가량 줄어드는 효과가 나타나자 2년 연속 지원에 나선 것이다.
 지난달 강원도의회에서 “제가 경남도지사(홍준표)보다 이(의료원) 문제를 더 잘 풀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답변했던 최지사의 선택은 ‘투자를 통한 경쟁력 강화’ 였다.
 최지사는 최근 경향신문과 가진 인터뷰에서도 “인위적인 의료원 구조조정에 반대한다”며 “역발상으로 적절한 투자를 해 줘야 경쟁력이 높아져 민간병원에 뒤지지 않고 공공성과 수익성을 함께 추구할 수 있는 체질로 변화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최 지사의 기대처럼 강릉의료원에서도 긍정적인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맞춤형 특성화진료에 촛점을 맞추고 있는 강릉의료원의 지난 1월~3월 병상이용율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2.1%가량 늘어났다.
 또 강릉의료원은 입원·외래 환자가 크게 늘어나면서 경영수지가 개선될 조짐을 보이자 올해 연말쯤 손익분기점을 맞추고, 2014년말까지 체불임금및 부채를 해소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최문순 강원도지사(왼쪽)와 강릉의료원에서 입원치료 중인 환자가 이야기를 나누던 중 밝게 웃고 있다.<강원도 제공>


 김해련 강릉의료원장(59)은 간담회 자리에서 “금명간 흑자시대를 열어 오는 10월 개원 100주년 기념식이 강릉시민들의 잔치가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보고했다.
 최 지사는 “꼭 그렇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주문진 막걸리 좀 사 주셨으면 한다”고 격려했다.
 물론 취약계층에 대한 공공의료 기능을 수행하는 지방의료원이 민간병원에 비해 저렴한 진료비를 받으면서 흑자를 내기는 결코 쉽지 않다.
 하지만 강릉의료원이 이번 기회에 경영개선을 통해 새로운 희망을 보여 줄 경우 10여년전부터 이어져 온 존폐논란도 자연스럽게 수그러들 것이다.
 최 지사가 강릉의료원장에게 막걸리를 얻어 먹는 장면을 상상해 본다.
 그 막걸리는 참 달 것 같다.
 경향신문 최승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