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초등학교에서도 학교폭력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폭력뿐 아니라 절도, 성추행 등 10대 초반의 일탈이 이어지다 보니 형사처벌을 받지 않는 형사미성년자 연령을 낮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최근 초등학생들이 집단으로 20대 지적장애 여성을 성폭행한 일까지 벌어져 이같은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습니다.
만 14세 미만 청소년은 범행을 저지르더라도 형법 제9조에 의해 처벌을 못하는 ‘형사 미성년자’로 분류돼 소년법 적용을 받게됩니다.
소년법에는 만 10세 이상~만 14세 미만 청소년을 ‘촉법소년’으로 규정해, 형사처벌 대신 소년보호처분을 하도록 되어있습니다.
수사기관이 조사를 한 뒤 가정법원이나 지방법원 소년부로 사건을 송치하면 감호위탁이나 수강명령, 사회봉사명령, 보호관찰 등의 처분을 받을 뿐이지요.
단 사안에 따라 소년원으로 보내져 교정교육(1개월~2년)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수사기관 종사자들은 초등학교 4학년에서 중학교 2학년에 해당하는 14세 미만의 촉법소년 범죄가 크게 늘어나 대책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합니다.
2010년 기준으로 촉법소년이 저지른 범죄 중 강도·강간 등 강력범죄가 13%가량 차지하는 등 흉포화되고 있는 만큼 이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얘기죠.
청소년을 보호와 관용의 대상으로만 보지 말고 일부 유럽 국가들 처럼 불관용 엄정주의를 채택해야 한다는 여론도 있습니다.
청소년 범죄의 해법에 대한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는 시점에 이례적으로 소년재판이 공개된다는 소식을 듣고 지난 5월 2일 춘천지법 202호 법정을 찾은 일이 있습니다.
춘천지역 생활지도 담당 교사들이 춘천지법 202호 법정에서 열린 소년재판을 참관하고 있다
이날 소년재판이 열린 법정엔 수의 차림의 초췌한 모습도, 신경전 속에 벌어지는 법정공방도 없었습니다.
하지만 어린학생들이 눈물을 머금은채 흐느끼는 소리가 울려퍼지면서 법정 분위기는 그 어느 재판보다 엄숙해 보였습니다.
춘천지법은 이날 전국에서 처음으로 일선 학교의 생활지도 담당 교사들에게 소년재판 법정을 공개했습니다.
소년재판은 비공개가 원칙이나 재판장은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경우 소년법 제24조 제2항에 따라 참관을 허가할 수 있습니다.
이같은 법정 공개는 학교폭력 예방을 위한 초등조치를 담당하는 생활지도교사의 업무 역량 강화를 위해 한시적으로 마련한 것이지요.
법정에 나온 대부분의 비행청소년들은 읍소를 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심지어 자신이 몇번에 걸쳐 남의 금품을 훔친지 잘 기억하지 못할 정도로 비행이 상습화된 한 소년(16세) 조차 울먹이기는 마찬가지 였습니다.
담당 판사는 머리를 숙이고 간간이 몸을 떨며 대답을 하지 못하는 이 소년에게 6개월 이내 단기 소년원 송치에 해당하는 9호처분을 내렸습니다.
비행이 점점 대담해지고 상습화되고 있는 점을 고려할때 국가가 강하게 개입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이 선 것입니다.
이날 단순절도 행위를 한 또다른 소년(14)은 보호자위탁및 사회봉사명령 40시간, 외출제한 2개월 처분을,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관한 법률위반 행위를 한 소년(17)은 6개월이내 단기소년원 송치인 9호처분을 각각 받았습니다.
%%소년보호재판의 대상%%
구분 대상자 연령(만 나이임) 범죄소년 죄를 범한 소년 (행위시) 14세이상 (처분시) 19세 미만 촉법소년 형벌 법령에 저촉되는 행위를 한 소년 (행위시) 10세이상 14세미만 우범소년 성격이나 환경에 비추어 앞으로 형벌 법령에 저촉되는 행위를 할 우려가 있는 소년 (처분시) 10세이상 19세 미만
%%보호처분의 종류 및 내용%%
종류 내용 기간(연장) 적용연령 1호 보호자 또는 위탁보호위원 위탁 신병인수 기관 위탁 6월( + 6월) 10세이상 2호 수강명령 100시간 이내 12세이상 3호 사회봉사명령 200시간 이내 14세이상 4호 단기 보호관찰 1년 10세이상 5호 장기 보호관찰 2년( + 1년) 10세이상 6호 아동복지법상의 아동복지시설이나 소년보호시설에 감호 위탁 6월( + 6월) 10세이상 7호 소년의료보호시설에 위탁 6월( + 6월) 10세이상 8호 1개월 이내의 소년원 송치 1월 이내 10세이상 9호 단기 소년원 송치 6월 이내 10세이상 10호 장기 소년원 송치 2년 이내 12세이상
40건의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대부분의 비행청소년들은 눈물을 흘리며 “다시한번 기회를 주면 사회에 필요한 사람이 되겠다”며 선처를 호소했습니다.
춘천지법은 이날 재판이 끝난 후 교사들과 학교폭력의 예방 방안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도 마련했습니다.
대부분의 교사들은 “소년재판에서는 벌을 주는 것 보다 아이를 보호하고 치유하는데 중점을 두는 것 같아 인상 갚었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한 교사는 “보호관찰소에서 어떤 학생이 보호관찰을 받고 있는지 학교에 통보해 주지 않아 생활지도에 어려움이 많다”고 제도개선을 건의했고, 법원측은 “보호관찰소를 통해 보호관찰사실을 통보하지 않는 관행을 개선해 나가도록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재판 과정을 지켜보며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담당 판사가 비행소년에게 사회봉사명령을 내리며 부모에게도 함께 참여할 것을 권유하는 장면이었습니다.
판사는 재판과정에서 부모들에게 “아이가 자주 밤늦게 까지 들어오지 않았는데 왜 챙겨보지 못했느냐. 조금만 관심을 더 기울였다면 이런 상황까지 벌어졌겠느냐”는 질문을 자주 던졌습니다.
이같은 판사의 질문이 암시하듯 상당수 비행소년들은 무관심 속에 방치된 사례가 많았습니다. 물론 결손가정 자녀도 많았습니다.
보호처분이 두려워 법정에서 몸을 떠는 비행청소년들의 모습은 평범한 아이들과 다를 바 없었습니다.
학교의 인성교육을 탓하고, 법적 처벌 강화를 논하기에 앞서 가정부터 바로세워야 한다는 생각을 다시한번 하게 된 것도 바로 이 때문입니다.
사랑하는 자녀뿐 아니라 주변 이웃의 아이들이 어떤 고민을 하고 있는지 다시한번 살펴봤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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