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인순이씨(56·본명 김인순)가 11일 사재를 들여 만든 ‘해밀학교’의 문을 열었습니다.
강원 홍천군 남면 명동리 시골마을에 위치한 이 학교는 다문화 학생들을 위한 기숙형 대안학교 입니다.
물론 인순이씨가 이 학교의 이사장겸 교장을 맡았습니다.
미군 흑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어려서부터 평탄치 않은 삶을 살았던 그가 자신의 노래 제목처럼 ‘거위의 꿈을 이룬 것입니다.
개교식에 앞서 기자회견을 하는 인순이씨.
‘혼혈아’라는 단어는 접두사 처럼 그를 따라다니며 괴롭혔습니다.
성장기에 정체성을 찾아 방황했던 그는 스스럼 없이 가난했고, 못배웠고, 외모가 남들과 달라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고 털어놓습니다.
해밀학교’에서 개교식 준비를 하던 인순이씨는 “그래서 먹고살기 위해 흔들리지 않고 노래를 부를 수 있었고, 치열한 경쟁사회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어제의 결핍이 오늘의 나를 있게 했다”고 말하는 인순이씨의 표정은 그 어느때 보다 밝았습니다.
그가 택한 교명에도 남다른 뜻이 담겨 있습니다.
‘해밀’은 비온 뒤 맑게 갠 하늘이란 뜻이라고 합니다.
다문화 학생들이 자신과 같은 시행착오를 겪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간절한 소망을 담은 듯 합니다.
법인 현판을 기증받고 활짝 웃는 인순이씨(가운데).
그동안 인순이씨는 다문화 학생들을 위한 대안학교를 만들기 위해 많은 준비를 해 왔습니다.
다문화케어·상담사 자격증까지 취득한 것도 바로 이 때문입니다.
‘(사)인순이와 좋은 사람들’의 이사장을 맡고 있는 인순이씨는 지난해 11월 강원도·홍천군 등과 업무협약을 체결한 후 홍천군 남면 명동리 마을 공동체험시설을 빌렸습니다.
이후 숙박시설(39.6㎡) 2채와 농촌체험관(531㎡) 1채를 수업실과 기숙사, 식당 등으로 리모델링 해 이날 학교 문을 연 것입니다.
교사들 또한 대안교육에 경험이 있는 분들로 뽑았다고 합니다.
개교식이 열린 이날 학교가 위치한 시골마을엔 비가 내렸습니다.
해밀학교 개교식에 참석한 최문순 강원도지사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이날 행사장엔 최문순 강원도지사, 민병희 강원도교육감, 신승호 강원대총장, EBS 윤문상 부사장, 허필홍 홍천군수 등 기관 단체장을 비롯, 후원기관 관계자, 주민 등 수백명이 찾아 북새통을 이뤘습니다.
해밀학교 개교식에 참석한 민병희 강원도교육감(가운데)
선후배 가수들의 발길도 이어졌습니다.
관록의 가수 패티 김, 정훈희, 최백호, 이자연, 유열, 박상민은 물론 김태우, 알리, 엠블랙 등 신세대 인기가수까지 해밀학교를 찾아 인순이씨와 반갑게 인사를 나누며 개교를 축하했습니다.
축하객 패티김.
인순이씨와 인사를 나누는 가수 최백호씨
축하객으로 참석한 가수 김태우와 유열
축하객 가수 박상민(가운데)
축하객으로 참석한 가수 알리
이때문에 개교식 사회를 맡은 가수 유열씨가 본행사 전 “많은 가수들이 참석해 화음이 좋을 것 같은데 애국가를 1절까지 부르자”고 제안하기도 했습니다.
개교식 사회를 보고 있는 가수 유열
아마 작은 산촌마을인 명동리에 이렇게 많은 기관장과 인기 연예인이 찾은 것은 처음 일겁니다.
동네 주민들도 교통정리를 하며 행사장을 안내 하는 등 지원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해밀학교’는 중·고교 통합 6년의 교육과정으로 운영되는 미인가 학교 입니다.
따라서 학력 인정을 받기 위해서는 검정고시를 치러야 합니다.
개교식에 몰려든 취재진
하지만 이번에 입학한 다문화 가정 자녀 5명과 일반 가정 자녀 2명 등 7명의 학생들은 한결같이 학교생활이 즐거울 것 같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한 학생은 “지나친 학업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나만의 꿈을 찾아 이루기 위해 해밀학교의 문을 두드리게 됐다”며 활짝 웃었습니다.
해밀학교는 숙식비및 여행·현장체험비(월 25만원)를 제외한 입학금과 등록금, 교복 비용 등을 전액 지원하고 있습니다.
곧 수시모집을 통해 정원 20명을 채울 계획도 세우고 있습니다.
교사들은 “보통교과 외에 자유여행, 예술문화, 이중언어 등 특성화된 전인교육에 힘쓸 것”이라고 강조 합니다.
축하객으로 참석한 정훈희(좌)와 이자연(우)
후원금품을 전달받고 있는 인순이씨
인순이씨는 이날 환영사를 통해 “사람을 키운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잘 알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그는 “제가식 하나도 제대로 키우기 힘든 시기에 어쩌면 제 능력 이상의 것에 도전하는 게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든다”고 덧붙였습니다.
끝으로 인순이씨는 “제가 받은 사랑을 되돌려 주기 위해 이길을 선택했다”며 “해밀학교 학생들이 비 오는 어려운 시간을 견뎌 맑은 날을 맞이할 그날까지 사랑으로 지켜봐 달라”고 당부했습니다.
해밀학교 개교식 행사장에서 포즈를 취한 인순이씨
인순이씨는 평소 ‘거위의 꿈’을 부르기전 “꿈은 이루어진다 노력한자 한테만, 여러분 꿈을 꾸십시오, 꿈을 포기하지 마십시오”라고 읊조립니다.
"다문화 아이들이 자랑스런 한국사람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힘쓰겠다"는 인순이씨의 꿈도 꼭 이루어지길 바랍니다.
굴곡진 삶을 살아온 사람이 역경을 딛고 일어서면 더 빛날수 있다는 사실을 그가 다시한번 증명해 주길 기원해 봅니다.
경향신문 최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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