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영어교육 열풍은 정말 대단 합니다.
취업을 준비하는 20대 청년들, 승진을 염두에 둔 40대 회사원까지 영어 공부에 몰두하느라 여념이 없습니다.
심지어 미취학 아동을 대상으로 한 고액 영어 유치원도 성업중입니다.
특히 일부 영어 유치원의 연간 교육비가 대학 등록금보다 비싸다고 합니다.
입이 쩍 벌어질 정도죠.
오죽하면 ‘이명박 정부’ 인수위 시절 대통령직 인수위원장이 ‘오렌지(orange)’를 ‘어륀지’로 발음하며 ‘영어 몰입교육’을 강조하는 해프닝까지 벌어졌을 까요.
이후 주한 미국 대사관이 ‘어륀지’ 발음을 했던 인사의 영어실력이 ‘다소 제한적(somewhat limited)’이라고 평가했다는 소식이 폭로전문 사이트에 의해 전해져 다시한번 입방아에 오른 일도 있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각에선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 아니라 영어공화국이란 말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촌글리시 홍보물<철원군 제공>
상당수 학부모들은 방학이 되면 자녀들을 각종 영어캠프에 보내기 바쁩니다.
혹 사랑하는 아이들이 남에게 뒤지지 않을까 하는 염려가 앞서기 때문입니다.
일부 학부모들은 “최소한 영어캠프 정도는 보내야 부모로서의 기본적인 의무를 다 한것 같은 느낌이 든다”고 말합니다.
미국은 물론 캐나다, 뉴질랜드, 호주, 필리핀 등으로 어학연수를 가는 사례가 워낙 많다 보니 학부모들의 압박감도 무척 클 겁니다.
촌글리시 홍보물<철원군 제공>
지난 4월 20일 전방지역인 강원 철원군에선 영어와 관련된 이색적인 프로그램이 열렸습니다.
바로 영어 농촌체험 상품인 ‘촌(村)글리시’ 입니다.
이 프로그램은 철원군과 (사)한국외국어평가원이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첫 선을 보인 것입니다.
대상은 초등학교 4학년~6학년 학생들 입니다.
최근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농촌체험과 영어교육을 접목한 이 프로그램은 예상외로 호응도가 높다고 합니다.
첫 행사에 30명의 학생들이 참여하자 철원군은 4월 27일 두 번째 팸투어를 실시할 예정입니다.
철원 촌글리시 프로그램에 참가한 학생들.<철원군 제공>
촌글리시 프로그램에 참여한 학생들은 버스로 체험지역을 이동하면서 농촌의 이야기를 영어로 들으며 익히게 됩니다.
또 느낀 점을 작성, 직접 영어로 말하는 과정도 거친다고 합니다.
원어민 등 전문 영어교사와 농촌체험관광해설사, 마을 체험학습사가 공동으로 프로그램 진행에 참여하고, 사전에 제작한 영어교재와 스토리카드, CD 등이 사용된다고 합니다.
철원 촌글리시 프로그램에 참가한 학생들.<철원군 제공>
철원군과 (사)한국외국어평가원은 ‘촌글리시’ 상품을 수도권지역 학교및 학원 등에 집중 홍보해 올해 2000명을 유치할 계획도 세우고 있습니다.
촌글리쉬 홍보물 첫 페이지엔 ‘농촌으로 가, 영어 말하기가 쉬워질 거야!’ 문구가 새겨져 있습니다.
물론 친구들과 함께 농촌체험 관광을 하다보면 딱딱한 학교 교실이나 학원 강의실에서 프리토킹 하는 것 보다 말문이 쉽게 열릴 것 같은 생각도 듭니다.
철원 촌글리시 프로그램에 참가한 학생들.<철원군 제공>
농촌체험 관광 분야에 까지 진출한 영어 관련 프로그램이 향후 어떻게 진화를 거듭할지 정말 궁금해 집니다.
중딩 아들로부터 ‘영어 발음이 후졌다’는 타박을 받고 있는 아빠들은 이 모든게 탐탁치 않을 겁니다.
동병상련의 심정은 저도 마찬가지 입니다.
경향신문 최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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