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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바우 사람들

'느림의 미학' 일깨우는 이색 우체통

‘옛 추억을 배달해 드립니다’
편지나 엽서를 쓰는 사람들이 크게 줄어들고 있다.
휴대폰 등장과 함께 나타난 현상이다.
오죽하면 편지도 아닌 손편지란 말이 더 자주 쓰일까?
하지만 사람은 추억을 먹고 산다고 하지 않던가.
‘느림의 미학’을 깨닫게 해 주는 이색적인 우체통을 이용하면 감성이 되살아 날것 같다.

 

■동해시 5개 주요 관광지에 설치된 ‘행복 플러스 우체통’

 

강원 동해지역을 찾은 관광객들이 인근에 섳치돼 있는 ‘행복 플러스 우체통’에 엽서를 넣고 있다. 이 우체통에 모인 엽서는 1년 뒤 주소지로 배달된다. <동해시 제공>


강원 동해시가 주요 관광지에 설치해 운영중인 ‘행복 플러스 우체통’이 관광객들로부터 인기를 끌고 있다.
‘행복 플러스 우체통’은 지역 명소를 찾은 관광객들이 집어넣은 엽서를 1년 뒤 주소지로 배달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결국 세월이 흐른 후 잊고 있던 추억을 다시 떠올리게 하는 촉매제 열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동해시는 지난해 9월 무릉계곡, 추암해변, 망상해변, 천곡동굴, 묵호등대 등 주요 관광지 5곳에 설치한 ‘행복 플러스 우체통’에 모두 8420개의 엽서가 들어왔다고 12일 밝혔다.

 

강원 동해지역을 찾은 관광객들이 인근에 섳치돼 있는 ‘행복 플러스 우체통’에 엽서를 넣고 있다. 이 우체통에 모인 엽서는 1년 뒤 주소지로 배달된다. <동해시 제공>


동해시는 동해우체국과 사전협의를 통해 매월 말 우체통에 들어온 엽서를 수거해 보관했다가 1년이 지나면 발송하도록 하고 있다.
이에 따라 동해시는 접수된 엽서 가운데 1년이 지난 1230통을 지난 9일 처음으로 발송했다.
또 앞으로 매월 초 1년이 지난 엽서를 선별해 발송할 예정이다.
동해시는 장당 400원의 우편요금을 부담하는 한편 관광명소 사진이 담긴 엽서 5종 1만장을 제작해 관광안내소와 매표소 등에 비치해 놓고 있다.

 

강원 동해지역을 찾은 관광객들이 인근에 섳치돼 있는 ‘행복 플러스 우체통’에 엽서를 넣고 있다. 이 우체통에 모인 엽서는 1년 뒤 주소지로 배달된다. <동해시 제공>


동해시 관계자는 “행복 플러스 우체통 이용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소장 가능한 새로운 관광엽서를 제작해 제공할 예정이다”며 “우체통에 외국어 문구도 추가해 외국인 관광객도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하이원리조트(강원랜드) 해발 1340m에 설치된 ‘하이원 1340 우체통’

해발 1340m의 하이원리조트 마운틴탑 전망대 2개소에 설치된 추억의 느린우체통인 ‘하이원 1340 우체통’.<하이원리조트 제공>

 

하이원리조트 2013년 9월부터 해발 1340m의 마운틴탑 전망대 2개소에 추억의 느린우체통인 ‘하이원 1340 우체통’을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이 우체통에 들어가는 엽서는 모두 하이원리조트의 ‘관광통신일부인’이 찍혀 1년 후 각 가정으로 배달된다.
엽서는 곤돌라 매표소나 마운틴탑에 위치한 전망레스토랑을 방문해 요청하면 무료로 받을 수 있다.
배달비용도 하이원리조트가 부담한다.

 

강원 정선군의 하이원리조트(강원랜드)가 2013년 국내 일반기업으로는 최초로 제작한 '관광통신일부인'. <하이원리조트 제공>


‘관광통신일부인’은 우편물을 보내는 날짜를 표시하기 위해 만든 도장으로 우체국 이름, 날짜 외에 우체국 인근의 명소나 문화재 등의 이미지를 담고 있다.
현재 전국의 300여개 우체국에서 관광통신일부인이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카지노로 유명한 강원 정선군의 하이원리조트(강원랜드)는 2013년 국내 일반기업으로는 최초로 관광통신일부인을 제작해 사용하고 있다.

 

■강릉 경포해변에 설치된 ‘추억의 느린 우체통’
2013년 7월 강원 강릉시 경포해변 중앙통로엔 이색적인 우체통이 설치됐다.
바로 추억의 느린 우체통’이다.
‘추억의 느린 우체통’에 넣어진 우편 엽서나 편지는 1년 뒤에 수신자에게 배달된다.
배달 비용도 강릉시가 부담하기 때문에 피서객들은 우표를 붙이지 않고, 사연만 적어 우체통에 넣으면 된다.

 

강릉시 경포해변에 설치된 추억의 느린우체통 앞에서 피서객들이 엽서를 쓰고 있다.<강릉시 제공>


빨리 빨리를 외치는 시대에 기다림의 의미를 되새기며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라는 취지에서 이 우체통을 설치한 것이다.
우체통 옆에 비치해 놓은 엽서 1만장이 운영 1주일도 안돼 모두 동이 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높이 2.5m 크기의 빨간 우체통 안에 금방 갖가지 사연들이 쌓여가자 강릉시는 무료로 제공하는 엽서를 추가로 제작해 비치하고 있다.
‘1년 뒤 무료 배달’이란 이색적인 운영체제가 추억을 되살릴 수 있는 타임캠슐과 같은 역할을 해 피서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한 모양이다.

 

■설악산 ‘대청봉 우체통’

 

해발 1708m의 설악산 대청봉 인근에 설치된 ‘대청봉 우체통’.<설악산국립공원사무소 제공>

 

2013년 5월 해발 1708m의 설악산 대청봉 인근에 우체통이 설치됐다.
‘대청봉 우체통’이 바로 그것이다.
국내에서 가장 높은 곳에 설치된 이 우체통에 모인 엽서나 편지는 매주 1회씩 수집돼 전국 각지로 발송된다.
설악산 대청봉을 찾는 등반객들은 이 우체통이 설치된 이후 현장에서 산행의 감동을 엽서에 담아 보내는 사례가 많다고 한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가끔은 작은 쉼표도 필요한 것 같다.
단 한번이라도 ‘느린 우체통’ 앞에서 사랑하는 이들에게 편지나 엽서를 써 보시길 권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