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강릉시 담산동에서 25년 동안 농사를 짓고 있는 한 50대 농부는 고구마 밭 곳곳에 보라빛을 띤 꽃이 활짝 피어 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마을 주민들도 “평생 고구마 꽃을 처음본다”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중남미 아열대 지역에서 재배되는 고구마는 꽃을 자주 피운다.
나팔 꽃과 비슷한 모양인 고구마 꽃은 참 아름답다.
2012년 정선지역에서 핀 고구마 꽃.<정선군 제공>
우리나라에서는 이 꽃을 좀처럼 볼수 없었다.
춘원 이광수 선생이 회고록에 ‘백 년에 한번 볼 수 있는 꽃’이라 기록할 정도로 귀한 꽃으로 알려져 있다.
1945년 광복때와 1953년 한국전쟁 휴전 직전, 그리고 1970년 남북공동성명 발표 직전에 고구마 꽃이 피었다는 얘기도 있다.
이로인해 행운이 고구마 꽃을 길한 징조로 여겨왔다.
2000여년전 부터 중남미에서 재배되기 시작한 아열대 식물인 고무마는 유난히 덥고 습한 날씨가 지속되어야 꽃을 피운다.
사계절이 뚜렷한 우리나라에서 고구마가 꽃을 피우는 사례가 드물었던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2012년 홍천지역에서 핀 고구마 꽃.<홍천군 제공>
하지만 불과 수 년전부터 사정이 달라졌다.
2012년 6~8월 사이 강원 홍천군 남면 시동1리 승강장 인근 밭을 비롯해 평창, 정선, 인제, 제주도 등에서 고구마꽃이 잇따라 피어 화제가 된 바있다.
당시 춘천시 신동면 990㎡ 가량의 텃밭에서 고구마 농사를 짓던 주민은 나팔모양의 보랏빛을 띤 고구마 꽃 10송가 고개를 내밀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 사진을 찍느라 정신이 없었다.
고구마 꽃이 핀 것을 처음 봐 너무나 신기했기 때문이다.
농업 전문가들은 기후 변화 때문에 이같은 일이 생기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연일 가마솥 더위가 이어지다 보니 텃밭에 심어놓은 고구마가 고향생각을 하며 꽃을 피웠을지도 모른다.
특히 올해엔 늦봄인 5월 중순부터 울산과 강원 삼척지역의 기온이 30도를 넘어서는 등 여름 더위가 일찍 찾아왔다.
이처럼 계절을 앞서 무더위가 이어지고 있는 것은 지구 온난화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2012년 홍천지역에서 핀 고구마 꽃.<홍천군 제공>
최근 30년 사이 서울의 겨울 시작일이 11일 늦어지고, 겨울 지속기간이 17일이나 짧아졌다고 한다.
1970년대 11월 19일에 시작됐던 서울의 겨울이 1990년대엔 23일, 2000년대엔 30일 등으로 계속 늦어지고 있다.
반면 여름 시작일은 30년간 9일이나 빨라지고, 지속기간도 16일 가량 길어졌다.
더위 날씨로 유명한 대구는 5월 중순이면 사실상 여름이 시작된다.
이번 세기말 한반도도 일년 중 절반이 여름이 될 것이란 예측도 나오고 있다.
아마 이때쯤이면 꽃을 보기 위한 관상용으로 고구마를 심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듯 하다.
세월의 흐름에 따라 귀한 것이 흔해지는 일은 비일비재 하다.
고구마 꽃이 피었다는 소식을 듣고 온난화의 심각성을 새삼 실감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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