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 1500만명 시대의 그늘, 산이 아프다. 30년 만에 짧은 생을 마감했다. 150년 이상도 살 수 있었던 내겐 너무 가혹한 일이었다. 철저한 보호를 받을 수 있는 지역에 생명의 뿌리를 내렸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30m 높이의 가지 위에 기생식물인 ‘겨우살이’가 뿌리를 내리도록 허락한 것이 돌이킬 수 없는 잘못이었다. 둥근 타원형의 새둥지처럼 자리잡은 겨우살이는 삭풍 속에서도 푸름을 자랑하며 시선을 끌었다. 화근은 한겨울에 약용수목 도벌꾼이 접근하면서 시작됐다. 이른 새벽 도로변에 차를 세운 도벌꾼은 1m 넘게 쌓여 있는 눈을 헤치고 산등성이를 기어오르더니 주저 없이 전기톱을 나에게 들이댔다. 꼭대기에 자리잡고 있는 겨우살이를 채취하기 위해서였다. 수십년 동안 서로를 의지한 채 모진 풍파를 겪으며 군락을 이루고 있던 14그루의 형제들은 채 1시간.. 더보기 이전 1 ··· 356 357 358 359 360 361 362 ··· 528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