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두루미는 ‘겨울의 진객’으로 불린다.
매년 10~11월 사이 시베리아로부터 수만리를 날아와 강원도 철원평야 등에서 겨울을 보낸 뒤 이듬해 3월 돌아가기 때문이다.
그런데 ‘세계적인 철새낙원’으로 알려진 강원도 철원에서 천연기념물 제203호인 재두루미 부부 한쌍이 여름이 다가오는 5월 중순까지 머무르는 기인한 일이 벌어졌다.
재두루미 부부가 머물고 있는 곳은 철원군 동송읍 양지리에 위치한 DMZ두루미평화타운 두루미쉼터다.
날개에 부상을 입어 구조됐던 암컷 두루미 한 마리와 동상으로 발가락을 다친 수컷 한 마리가 그 주인공이다.

 

강원 철원군 동송읍 양지리에 위치한 DMZ두루미평화타운 두루미쉼터에 머물고 있는 재두루미 부부. <철원군 제공>

부상을 입은 이 재두루미는 지난 겨울 철원 DMZ 두루미평화타운 내 두루미 쉼터로 옮겨진 직후 부부의 연을 맺었다.
지난 3월 수컷은 자신의 짝과 시베리아로 돌아가기 위해 수차례 하늘로 먼저 날아 올랐다.
하지만 오른쪽 날개가 3곳이나 복합골절 돼 수술을 받았던 암컷은 손상된 근육과 인대가 제대로 회복되지 않아 제대로 날개를 펼칠 수 없었다.
수컷은 몇 번의 시도 끝에 날지 못하는 짝을 위해 결국 고향행을 포기하고 DMZ두루미평화타운 두루미쉼터에 함께 남았다.
이후 아픈 몸에도 불구하고 둥지를 틀고, 애틋한 사랑을 나눈 재두루미 부부는 지난 4월 11일과 13일 두 차례에 걸쳐 알을 낳았다.

 

강원 철원군 동송읍 양지리에 위치한 DMZ두루미평화타운 두루미쉼터에서 알을 품고 있는 재두루미 부부. <철원군 제공>

재두루미 부부는 번갈아 가며 정성껏 알을 품었다.
하지만 40일이 지나도 새끼는 나오지 않았다.
재두루미 포란 기간은 보통 30∼35일이다.
결국 교부화에 실패한 셈이다.
새끼를 낳으면 서로 남남이 되어 떠나는 여느 새들과 달리 재두루미는 자신의 짝을 지키며 평생을 지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드라마 속에 나오는 인간계의 ‘부부의 세계’와 사뭇 다른 모습이다.

 

재두루미 알. <철원군 제공>

철원군은 수컷에 ‘철원이’란 이름을 지어주고, 암컷은 ‘사랑이’로 부르고 있다
또 부화에 실패한 알과 둥지를 박제로 만들어 보존하고, 재두루미 부부의 생활 과정을 다큐멘터리로 만들어 홍보·교육 자료로 활용하기로 했다.
철원군 관계자는 “재두루미가 짝을 위해 고향으로 돌아가는 것을 포기하는 것을 보면 애틋한 사랑이 느껴진다”며 “아프리카돼지열병, 코로나19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요즘 이들 재두루미 부부를 보면 마음의 위안을 얻게 된다”고 말했다.
아무쪼록 내년엔 재두루미 부부의 애틋한 사랑이 열매 맺어 ‘자연 부화’에 성공하길 기대해 본다.

Posted by 경향 최승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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