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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바우 사람들

태백 '바람의 언덕', 강릉 '대기리 꼭대기 마을' 여름엔 고지대가 최고

강원 태백시 매봉산 ‘바람의 언덕’과 강릉시 왕산면 대기리 등 백두대간의 고지대에 위치한 사진촬영 명소와 농촌체험마을이 여름철 피서지로 각광받고 있다.
해발 700~1300m에 자리 잡고 있는 지리적 특성으로 연일 30도를 웃도는 한여름에도 초가을의 서늘함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해발 1286m의 산골인 태백시 매봉산 ‘바람의 언덕’엔 지난달부터 하루 평균 1100~1200여명의 인파가 몰려들고 있다.

 

태백 매봉산 '바람의 언덕'. <태백시 제공>


17기의 풍력발전기와 116만㎡에 달하는 광활한 고랭지 배추밭이 어우러져 이국적인 풍경을 연출하고 있는 이곳의 7~8월 평균기온은 12~19도에 불과하다.
특히 하루 종일 초속 5.37~8.07m의 바람이 불어 청량감을 더해준다.
폭염과 열대야에 지친 도시민들이 피서를 즐기기 위한 최적의 조건을 갖춘 셈이다.
최근에는 ‘에어컨을 방불케 하는 자연바람’을 만끽할 수 있다는 입소문이 번지면서 전국 각지에서 많은 인파가 몰려들자 태백시는 고랭지 배추 재배 농민들의 영농 차질을 우려해 지난달 22일부터 이 일대의 차량 진입을 통제하고, 셔틀버스 2대를 운영하고 있다.
태백시 관계자는 “‘바람의 언덕’ 정상에 오르면 한여름에도 쌀쌀한 기운을 느낄 수 있다”며 “피서를 즐기며 사진촬영을 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태백 매봉산 '바람의 언덕'. <태백시 제공>


‘바람의 언덕’ 뿐 아니라 해발 650m에 자리잡고 있는 태백 도심도 시원하긴 마찬가지다.
전국적으로 폭염이 이어진 8월에도 태백시에선 온열 환자가 한 명도 발생하지 않았다.
대부분의 지역에서 열대야가 이어진 8월 태백시의 평균 아침 최저기온은 19.6도에 불과했다.
한 여름에도 새벽엔 이불을 덮어야 할 정도다.
많은 관광객들이 더위를 피해 태백을 찾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상공에서 바라본 태백시 도심 전경. <태백시 제공>


해발 700m의 강릉시 왕산면 대기리 ‘꼭대기 농촌체험마을’도 북새통을 이룬다.
하루 500여명을 수용할 수 있는 이 마을의 산촌체험학교와 오토캠핑장은 지난달부터 연일 만원사례를 이루고 있다.
대관령 줄기에 위치해 여름철에도 서늘함을 느낄 수 있는 산골마을에서 3000개의 돌탑으로 유명한 ‘노추산 모정탑’ 등 인근 관광명소와 연계한 각종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자 가족단위 관광객들이 몰려들고 있는 것이다.
올해 대기리 ‘꼭대기 농촌체험마을’을 찾는 관광객은 2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강릉 노추산 '모정의 탑' 길. <강릉시 제공>

 

■‘노추산 모정의 탑길’은 어떤곳?

 

강릉시의 노추산 자락엔 한 없는 어머니의 사랑을 실감할 수 있는 이색적인 길이 있다.
바로 ‘노추산 모정의 탑길’이다.
이곳엔 자식을 생각하는 어머니의 간절한 마음이 만들어낸 3000여개의 돌탑이 자리잡고 있다.
노추산 계곡을 따라 1㎞ 넘게 이어져 있는 모정탑길은 2011년 숨진 차옥순씨(당시 68살)가 만든 것이다.
높이 1m에서 2m 넘는 것까지 크기도 다양하다.

 


아들 2명을 잃은 데 따른 상실감으로 인해 괴로워 하던 차씨는 꿈에서 만난 산신령으로부터 돌탑 3000개를 쌓으면 집안이 편안해질 것이란 말을 들었다고 한다.
이후 차씨는 꿈에 본 계곡을 찾아 헤맸다.
노추산을 선택한 차씨는 1986년부터 26년 동안 산속에서 살다시피 하면서 돌탑을 쌓았다.
산 속에 움막을 짓고 생활하면서 등짐으로 돌을 날라다가 정성스럽게 돌탑을 쌓아 올렸다.
차씨는 지병으로 세상을 떠나면서 ‘돌탑을 잘 관리해달라’는 말을 남겼다고 한다.
왕산면 대기리 주민들은 차씨의 정성을 생각해 돌탑 보존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강릉시로부터 1억9000여만원을 지원받아 모정의 탑길 주변에 주차장과 캠핑장, 돌탑 체험장 등도 조성했다.
이같은 사연이 입소문을 타고 번지면서 이곳은 관광명소가 됐다.
많은 사람들이 가족의 의미를 되새겨 보고, 모성에 대한 고마움을 다시한번 느껴보는 소중한 기회를 만들기 위해 이곳을 찾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입시철에는 수험생을 둔 어머니들이 전국 각지에서 몰려든다.
모정의 탑길을 걸으며 두손을 모아 자녀의 합격을 기원하고 있는 것이다.
자녀의 무병장수를 기원하는 부부들의 발길도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