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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바우 사람들

정선 주민들이 대보름날 ‘염장봉(鹽藏峯)’에 오르는 까닭은?

강원 정선군 여량면 지역 주민들은 매년 정월 대보름(음력 1월15일)이 되면 어김없이 소금을 챙겨 산에 오른다.
찾는 곳도 매년 똑같다.
해발 668m의 염장봉이 바로 그곳이다.
소금 ‘염(鹽)’, 감출 ‘장(藏)’ 자를 쓴 염장봉이란 명칭엔 이색적인 설화가 얽혀있다.

정선군 여량면 주민들이 정월 대보름인 2월 22일 염장봉에 올라 마을의 안녕을 비는 제례를 올리고 있다. <정선군 제공>

 

옛날 한 도승이 정선 여량면 지역을 지나다 산세를 보고는 화(火)자 모양을 닮아 마을에 불이 자주 일어나는 재난이 생길 것이라 말을 했다고 한다.
화들짝 놀란 주민들은 도승께 대책이 없겠냐고 물었다.
그러자 이 도승은 산 정상에 간수(소금)를 묻으면 된다고 알려줬다.
이후 주민들은 이를 이행해 화를 면했다고 한다.
결국 소금을 묻어 재난을 피했다해서 ‘소금 염(鹽)’과 ‘감출 장(藏)’자를 써 염장봉이란 명칭을 쓰게된 것이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마을에 재난이 찾아왔다.
1955년 여량면 마을에 화재가 잇따랐던 것이다.
주민들이 염장봉에 올라 소금단지를 확인해 보니 말라 있었다.
이후 주민들은 매년 음력 1월 15일 염장봉에 올라 소금단지를 확인하고 마을의 안녕을 비는 제례를 올리고 있다.

 

정선군 여량면 주민들이 염장봉에 올라 단지에 소금을 담는 모습. <정선군 제공>


주민들은 “수년전 마을 어르신들이 소금단지를 복원한 후 기분이 좋아 뒤풀이 행사까지 열었다”며 “소금을 챙겨 염장봉에 오르는 전통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 같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물론 산 정상에 묻어 둔 소금이 액운을 모두 막지는 못할 것이다.
주민들이 이같은 제례의식을 거행하며 안전의식을 다시한번 다지는 것이 효과를 나타내는 것이란 생각도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