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강릉지역엔 설 명절때 마다 마을 어른들에게 합동 세배를 드리는 전통문화가 이어져 오고 있습니다.
이른바 합동 도배식(都拜式) 입니다.
수백명씩 무리를 지어 몰려다니며 세배를 드린다는 이유로 만들어진 이름입니다.
이같은 진풍경은 타 시·도 그 어느곳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없습니다.
강릉 위촌리 도배식 장면. <강릉시 제공>
날이 갈 수록 삭막해져가는 세상속에 이처럼 어른을 공경하고, 정을 나누는 전통은 보는 이의 가슴을 뭉클하게 합니다.
가장 주목을 받고 있는 곳은 강릉시 성산면 위촌리입니다.
이 마을 주민 200여명은 설 다음 날 마을 전통문화회관에서 모여 마을에서 가장 큰 어른인 촌장(93)을 모시고 합동 도배식을 갖습니다.
위촌리의 도배식은 조선 중기인 1577년 마을 주민들이 대동계를 조직한 이후 현재까지 439년째 이어지고 있습니다.
강릉 설경. <강릉시 제공>
주민들은 이른 아침부터 도포와 검은색 두루마기 등의 의복을 갖추고 촌장을 비롯한 마을 어른들께 합동으로 세배를 올립니다.
이후 떡국과 막걸리 등의 음식을 나눠 먹으며 서로 덕담을 나누는 전통을 지키고 있습니다.
합동세배가 어른을 공경하고 마을 공동체의 화합을 다지는 축제인 셈입니다.
위촌리 주민들은 “세계 어느 곳에도 이런 아름다운 전통를 지키는 마을이 없을 것”이라며 “후세에도 도배식이 계속 이어지도록 하겠다”고 다짐합니다.
이같은 효문화는 바이러스 처럼 번졌습니다.
강릉 오죽헌 설경. <강릉시 제공>
강릉 지역에서 합동 도배식(都拜式) 전통을 잇고 있는 곳은 20여개 마을에 달합니다.
강릉시 성산면 구산리와 관음 2리, 금산 1리와 2리, 어흘리, 보광 1리, 구정면 어단 2리와 금광 1리, 여찬리 등에서도 마을회나 대동계, 청년회 등의 주관으로 매년 합동 도배식을 개최하고 있습니다.
농촌마을에서 시작된 합동 도배식은 포남동, 경포동, 강남동, 초당동 등 도시지역까지 확대됐습니다.
강릉 단오제 신주빚기. <강릉시 제공>
강릉이 ‘예향(藝鄕)’으로 불리는 이유는 허균·허난설헌 등 걸출한 문인을 배출했기 때문만은 아닌듯 합니다.
토속문화의 원형을 잘 보존하고 있는 완고함이 빛을 발해 더 아름답게 느껴지는 것이겠지요.
명절때 이웃들에게 세배는 못하더라도 덕담이라도 나눠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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