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길에서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들풀이 있습니다.
바로 질경이 입니다.
그저 잡초 정도로 여겨는 이들도 많습니다.
하지만 그 옛날 초근목피로 연명하던 춘궁기에 질경이는 주린 배를 채워주던 고마운 구황식물이었습니다.
질경이는 끈질긴 생명력의 상징이기도 합니다.
아무리 밟아도 죽지 않고 다시 살아납니다.
척박한 땅에서 흙먼지를 뽀얗게 뒤집쓰고도 아랑곳하지 않고 잘자랍니다.
질경이는 차전초(車前草), 마의초(馬醫草), 마제초(馬蹄草), 길장구, 빼부장, 뿌부쟁이, 배부장이, 뱀조개씨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립니다.
차전초란 이름의 유래만 봐도 약효가 있음을 쉽게 알수 있습니다.
중국 한나라 광무제 때의 장수인 마무(馬武)장군이 적을 쫓아 황하유역에 이르렀을 당시 말과 병사들이 오줌에 피가 섞여 나오는 요혈증(尿血症)으로 죽어나갔다고 합니다.
하지만 마차 앞에 무성한 풀을 뜯어 먹고 있던 한 무리의 말들은 여전히 건강하게 보였습니다.
이후 마무장군이 이 풀을 삶아 병사들에게 먹이니 요혈증이 모두 사라졌습니다.
흔한 들풀이 병사와 말의 생명을 살린 것이지요.
이 풀이 마차앞에 있었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 차전초 입니다.
여러해살이 풀인 질경이는 콜레스테롤을 낮추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동의보감엔 ‘차전자(질경이 씨)는 간을 튼튼하게 하고, 소변이 잘 나오지 않는 것을 치료하고 눈의 충혈을 없앤다’고 기록돼 있습니다.
한의원에서는 차전자를 이뇨제, 해열제, 소염제, 강장제 등으로 처방하기도 합니다.
이처럼 질경이는 씨부터 잎, 뿌리까지 다 먹을 수 있습니다.
순을 삶아서 나물로 먹거나, 소금물에 절여 김치를 만들기도 합니다.
일부 지역에선 소금물에 절여 살짝 말린 다음 된장이나 고추장에 박아서 장아찌를 만들어 먹습니다.
삶아서 된장국이나 육개장에 넣어 먹기도 합니다.
질경이를 이용한 가장 대표적인 음식은 ‘질경이 밥’ 입니다.
인제 질경이밥.<인제군 제공>
청정 환경을 자랑하는 강원도 인제군은 ‘질경이 밥’을 지역의 대표 음식으로 육성중입니다.‘
정선의 ‘곤드레나물 밥’이 전국적인 유명세를 타고 있듯 인제 하면 ‘질경이 밥’을 떠올릴 수 있도록 하겠다는 전략입니다.
인제군은 2012년부터 생활개선인제군연합회를 중심으로 질경이 음식 상품화를 위해 ‘질경이 재배사업’을 추진해 왔습니다.
올해에는 시범식당 2개소를 선정, 간판 등을 정비하고 본격적인 판매를 시작했습니다.
질경이음식 시범식당은 인제군 남면 빙어마을길 대흥식당과 상남면 내린천로 광주동민박식당 입니다.
이 식당에서는 하우스 재배한 질경이로 질경이밥, 질경이나물, 장아찌 등을 만들어 판매하고 있습니다.
또 인제군은 연차적으로 식당수를 늘려 장기적으로 질경이밥 전문점 25개소를 육성할 계획입니다.
노지에서 자연상태로 자란 질경이는 봄철을 지나면 질겨서 제대로 먹을 수 없습니다.
하지만 하우스 등에서 재배할 경우 연중 5∼6차례 부드럽고 연한 잎을 생산할 수 있습니다.
인제 질경이밥 상차림.<인제군 제공>
질경이밥은 다른 나물밥에 비해 더 부드럽고 영양적인 면에서도 우수한 편입니다.
재료를 쉽게 얻을 수 있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장점이죠.
질경이 밥을 만드는 방법 또한 간단합니다.
질경이를 뽑아 깨끗이 물에 씻은 다음 살짝 데쳐줍니다.(살짝만 데쳐주는 것이 좋음)
이후 데친 질경이를 꺼내 차가운물에 헹구어 먹기 좋게 썰어줍니다.
소금으로 밑간을 한 후 쌀을 깔고 그 위에 질경이를 얹습니다.
질경이 밥을 할땐 밥물은 평소의 3분의 2 정도만 넣으면 됩니다.
양념장에 비벼서 먹는 질경이 밥의 식감 또한 곤드레 밥에 결코 뒤지지 않습니다.
전문점을 찾아 조언을 얻으면 더욱 맛있는 질경이 밥을 만들 수 있을 겁니다.
인제를 찾아 끊질긴 질경이의 생명력을 다시한번 느껴보시기 바랍니다.
쌀밥에 질경이 특유의 향이 더해져 그 맛이 일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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