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감자바우 사람들

동해안 최북단 명파리에 대피시설 생길까?

2014년 6월 22일 오후 강원 동해안 최북단 마을인 고성군 현내면 명파리엔 긴장감이 감돌았다.
연이어 총성이 들린 총성과 마을 상공을 선회하는 헬기의 굉음은 주민들의 불안감을 증폭시켰다.
경계근무를 서던 동료에게 총기를 난사하고서 무장탈영한 장병을 추적하던 군 당국은 이날 명파리 마을 입구부터 차량통행을 전면 통제했다.

 

지난 6월 22일 군당국이 고성군 현내면 명파리 입구에서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취재진에게도 “작전지역이니 안전을 책임질 수 없다. 통제에 적극 동참해 달라”는 요청이 잇따랐다.
명파리 이장은 마을방송을 통해 “절대 집밖으로 나가지 말라”는 당부를 했고, 경찰도 순찰차를 이용해 골목을 누비며 안내방송을 이어갔다.
명파초등학교와 대진중·고등학교도 이날 낮 12시부터 오후 3시 사이 학생들에게 일제히 ‘집에서 나오지 말라’는 문자를 발송했다.

 

명파리 마을 전경

 

명파리 마을 전경


주민들은 불안에 떨며 창밖만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이날 오후 5시쯤 마을 방송을 통해 명파리 남쪽에 위치한 대진초등학교로 긴급 대피하라는 안내방송이 나오면서 혼란은 가중됐다.
주민들은 어쩔수 없이 마을회관앞에 배치된 버스를 타거나, 자가용을 이용해 대진초교로 이동해야 했다.
“급히 대피하느라 현금과 통장만 겨우 챙겨 나왔다”는 한 할머니는 “내 평생 이런 난리는 처음”이라며 긴 함숨을 내쉬었다.

 

긴급 대피 명령이 내려져 버스를 타고 마을을 떠나는 명파리 주민들.


한 주민은 “수년전 한 탈영병이 마을 교회에 들어와 옷을 갈아입고 음식을 먹고 간 일도 있어, 이번에도 주민들이 피해를 당하지 않을까 매우 염려된다”며 발을 동동 구르기도 했다.
대진초교 체육관에서 뜬 눈으로 밤을 지샌 일부 주민들은 “동해안 최북단 마을에 비상대피시설 하나 없다는 것이 말이 되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일부 주민은 “남북 대치상황도 문제지만 간혹 무장 탈영병이 발생하는 전방지역인데도 불구하고 대피시설이 없어 먼거리까지 이동해야 하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하소연 했다.

 

대진초교 체육관에 대피한 명파리 주민들.

 

대진초교 체육관에 대피한 명파리 주민들.


군사분계선에서 10㎞ 가량 떨어져 있는 명파리 마을은 접경지역임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포격도발 등 국지적 긴급사태에 대비한 대피시설이 전무한 상태다.
고성군은 이번 ‘총기난사 무장탈영병 사건’을 계기로 현내면 명파리에 비상대피시설을 설치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일단 명파리에 280여명을 수용할 수 있는 400㎡ 규모의 반지하형 비상대피시설을 설치할 계획이다.

 

대진초교 체육관에 대피한 명파리 주민들.


하지만 8억원 가량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는 비용이 문제다.
재정상태가 열악한 고성군은 비상대피시설 마련을 위해 정부에 4억원의 국비지원을 요청하기로 했다.
고성군은 “명파리 주민은 물론 통일전망대와 DMZ 박물관의 관광객과 직원, 동해선 남북출입사무소 직원들의 안전한 대피를 위해서는 반드시 긴급대시설을 설치해야 한다”는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아마 이번 사태를 지켜본 국민들의 마음도 안타깝기는 마찬가지 일 것이다.
최북단 마을의 비상대피시설 설치를 명목으로 한 예산지원에 이의를 제기하는 이들은 극히 드물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