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고성군 화진포호 인근엔 눈길을 끄는 배 모양의 건물이 있습니다.
바로 ‘화진포 해양박물관’ 입니다.
그런데 이곳이 화제가 되고 있는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2월 3일부터 화진포 해양박물관 1층 산호수조관에서 20㎝급 명태 100여마리를 특별 전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곳에서 전시되고 있는 ‘명태’는 강원도 해양심층수 수산자원센터에서 생산한 종묘입니다.
강원도해양심층수수산자원센터가 ‘명태 살리기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위해 시험연구 수조에서 기르고 있는 어미 명태 모습. _ 강원도해양심층수수산자원센터 제공
어쩌다 ‘국민 생선’인 명태가 이렇게 특별 전시까지 되는 귀한 물고기가 됐을까요?
요즘 명태는 ‘금태(金太)’로 불립니다.
각 가정의 식탁에 오르고 있는 국산 명태는 더이상 없습니다.
워낙 국산 명태가 귀하다 보니 수년전 강원 동해안 항포구에는 살아 있는 명태를 가져오는 어민에게 50만원의 사례금을 지급한다는 안내문이 붙기도 했습니다.
그 내용은 이렇습니다.
“집 나간 명태를 찾습니다. 살아 있는 명태는 수정란 확보를 위해 꼭 필요합니다. 사례금 50만원.”
얼머나 절박했으면 이런 안내문까지 붙였을까요?
강원도해양심층수수산자원센터가 ‘명태 살리기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위해 시험연구 수조에서 기르고 있는 어미 명태 모습. _ 강원도해양심층수수산자원센터 제공
1970~1980년대까지 흔했던 명태는 10여년 전부터 귀한 물고기가 됐습니다.
동해안의 명태 어획량은 1960년대 2만t, 1970년대 7만t, 1980년대 7만4000t, 1990년대 6000t에 달했습니다.
그러나 2000년 931t, 2004년 72t, 2006년 6t으로 급감했죠.
그나마 2007년부터는 1t 미만으로 줄어들면서 비상이 걸렸습니다.
겨울철에도 고작 3~4마리 걸려드는 게 전부였습니다.
사실상 자취를 감춘 셈입니다.
예로부터 명태는 제사와 혼례 등 관혼상제에 없어서는 안될 소중한 생선으로 여겨져 왔습니다.
강원도해양심층수수산자원센터가 ‘명태 살리기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위해 시험연구 수조에서 기르고 있는 어미 명태 모습. _ 강원도해양심층수수산자원센터 제공
‘국민생선’이 종적을 감추자 수산당국도 바짝 긴장했습니다.
급기야 2년전 해양수산부의 업무보고에 ‘동해안 명태 살리기 프로젝트’가 중요 과제로 등장했습니다.
‘명태 살리기 프로젝트’는 명태 수정란을 확보한 후 종묘를 생산해 바다에 방류하는 사업으로 해수부와 지역 연구기관 간 협력 아래 진행 중입니다.
사업 첫 해인 2014년엔 명태치어를 부화시키는데 성공했으나 75일만에 전량 폐사하는 등 시험연구에 많은 어려움을 겪기도 했습니다.이후 지난해 사육환경 조성 및 먹이공급 방법 등에 대한 다양한 연구를 수행, 부화된 명태 치어를 10개월 동안 최고 20㎝이상까지 성장시키는데 성공했습니다.
이번에 생산한 치어는 살아 있는 어미 명태의 자연산란 유도와 인공채란을 통해 부화시킨 것입니다.
현재 강원도 해양심층수수산자원센터는 40~70㎝ 가량의 어미 명태 6마리와 명태치어 3만6000마리를 사육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강원도해양심층수수산자원센터가 ‘명태 살리기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위해 시험연구 수조에서 기르고 있는 어미 명태 모습. _ 강원도해양심층수수산자원센터 제공
해양수산부와 강원도 해양심층수수산자원센터는 지난해 말 국내에서 처음으로 시험생산된 ‘명태치어’ 1만5000마리를 고성군 저도어장 인근 보호수면 해역에 방류했습니다.
또 고성군 연안의 해상가두리 시설에 5000마리를 방류, 육상과 해상의 성장 비교 등 다양한 생태연구를 통해 사육기술 자료를 축적해 나갈 계획이라고 합니다.
강원도 해양심층수수산자원센터는 지금까지 연구경험을 바탕으로 오는 2018년까지 체계적인 명태 종묘생산기술을 축적해 이후 매년 100만마리 시상의 명태 치어를 방류할 방침입니다.
과연 30여년전 명태를 리어커에 가득 담고, 골목을 누비며 싸게 팔던 어민들의 모습이 다시 재연될 수 있을까요?
명태 고장이란 강원도의 옛 명성이 회복되길 기원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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