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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의 맛

‘계륵(鷄肋)’의 화려한 변신 춘천 닭갈비

 갈비란 이름만 들어도 흔히 군침부터 삼킨다. 그리고 갈비하면 한우 갈비를 제일 먼저 떠올린다.
 차분히 살펴보면 갈비란 이름이 붙어있는 음식은 예상외로 많다.
 생갈비, 양념갈비, LA갈비, 갈비탕, 돼지갈비….
 심지어 포장마차에서 석쇠에 굵은 소금을 뿌려 맛깔스럽게 구워내는 고등어도 고갈비로 불린다.
 하지만 봄내 춘천(春川)에는 ‘소양강 처녀’의 노랫말보다 더 유명세를 타고 있는 다소 색다른 갈비가 있다.
 청장년층 남성들에겐 최고의 소주 안주로, 주부들에겐 싼값에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영양만점의 먹거리로 손꼽히는 대표적인 향토 음식.  ‘춘천 닭갈비’가 바로 그것이다.

 

춘천 닭갈비의 유래는?
 1400년전인 신라시대부터 닭갈비와 유사한 음식이 있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그러나 아쉽게도 이를 뒷받침할 만한 문헌은 남아있지 않다.
 들이나 산에서 살던 멧닭이 가금화(家禽化)된 것이 약 4000년 전이란 기록이 있는 것을 보면 이같은 설도 어느 정도 타당성이 있어 보인다. 춘천문화원측은 닭갈비란 음식이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한 시기를 대략 1950~60년대로 보고 있다.
 1950년대 구 강원은행 본점자리에서 김씨라는 사람이 닭불고기집을 처음 시작했다는 풍문에 근거한 것이다.
 좀더 확실한 것은 70년대 초반 춘천시 명동 뒷골목에 들어선 우미, 육림, 뚝배기집, 대성닭갈비 등 4개업소가 현재와 같은 춘천 닭갈비를 발전시켰다는 점이다.

 

춘천 닭갈비 차림상


닭갈비 맛의 비결은?
 춘천 닭갈비는 적당한 크기로 토막낸 닭고기를 양념장에 잘 버무려 잰 후 어슷하게 썬 양배추와 고구마, 대파, 깻잎 등 각종 야채와 물에 불린 떡볶이 떡을 함께 철판 위에 넣어 만든다.
 센 불에서 볶다가 참기름을 두르고 불을 줄여 익혀내는 것이 보통이다.
 업소마다 다소 차이가 있지만 닭갈비의 맛을 결정하는 양념장엔 다진마늘과 생강, 양파, 고춧가루, 설탕, 간장, 맛술 등 20여가지 재료가 들어간다.
 닭고기 특유의 비린내를 없애기 위해 카레가루도 첨가된다.
 이같은 조리법이 매콤하고 단백한 맛을 돋보이게 하는 비결이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맛깔스런 닭갈비살을 골라 먹은 후 남겨진 양념과 야채에 밥을 비벼 볶아 먹는 것도 일품이다.
 이 때문에 춘천 닭갈비는 초창기부터 백숙, 튀김 등 비교적 단순한 닭요리에 익숙해 있던 이곳 주민들의 입맛을 단숨에 사로잡았다.
 이후 1970~1980년대 춘천 명동지역에 30여개의 업소가 들어서 닭갈비골목이 형성된 것을 시작으로 최근엔 도심 전역에 300~400개의 업소가 생겨나 성업중이다.

 

가격 저렴한 서민의 갈비?
 닭갈비의 가장 큰 장점은 그 뛰어난 맛과 푸짐한 양에 비해 가격이 저렴하다는 것이다.
 현재 닭갈비는 1인분(300~350g정도)에 1만원~1만1000원 정도지만 1970~1980년대까지만 해도 150g가량의 닭갈비 1대 값이 100~500원에 불과했다.
 이로 인해 4~5명이 5000원만 가지면 닭갈비 안주에 소주 한잔 걸친 후 식사까지 모두 해결할 수 있었다.
 호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못했던 서민들과 대학생들에겐 안성맞춤인 음식이었다.
 당시 명동 닭갈비 골목을 들어서면 삼삼오오 모여 앉아 술잔을 기울이며 민중가요를 목놓아 부르던 대학생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대학생들에게 너무 취한 것 같다며 더이상 술을 팔지 않겠다고 고집을 부리던 아줌마와 경찰이 지나가니 노래소리 좀 낮추라고 고함을 지르던 주인 아저씨….
 암울했던 시절, 춘천 명동 뒷골목은 닭갈비를 매개로 정이 넘쳐 흐르고 있었다. ‘대학생 갈비’, ‘서민갈비’란 별칭도 그렇게 생겨났다.

 

외국인도 닭갈비에 홀딱~
 겨울철 스키시즌이 오면 춘천 명동 닭갈비 골목엔 동남아 관광객들이 하루 평균 200여명씩 몰려든다.
 대만,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등 동남아 관광객들은 알프스, 용평 등 강원 도내 스키장에서 겨울 스포츠를 만끽한 후 인기 드라마 ‘겨울연가’ 촬영지인 남이섬에 가기 전 춘천 명동 닭갈비골목을 자주 찾는다.
 매콤한 닭갈비를 상추에 싸 먹는 것이 다소 어색할 듯 싶으나 이들 대부분은 차려진 음식을 모두 해치운 뒤 어설픈 한국말로 “맛있다”를 연발하기도 한다.
 춘천 닭갈비는 현해탄을 건너 일본 후쿠오카에서도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매운 것이 비만 치료에 좋은 것으로 믿고 있는 일본인들이 닭갈비 맛에 매료되면서 지난 2001년 이후 후쿠오카 시내에 10여개의 닭갈비점이 생겨나기도 했다. 최근엔 중국에도 춘천 닭갈비점이 잇따라 문을 열고 있다.
 춘천 닭갈비가 세계인의 입맛을 충족시키고 있는 셈이다.
 춘천 닭갈비 업소 주인들은 한결같이 입을 모은다.
 “원조의 맛을 보려면 반드시 춘천을 찾아야 한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