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강원 춘천시 중앙로 지하상가의 한 식당에 70대 할아버지 3명이 백발의 주방 종업원들에게 반갑게 인사를 하며 들어섰다.
이곳은 4월 25일 문을 연 ‘쥐눈이 콩나물밥’ 식당이다.
이 식당에서는 성인병 예방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 ‘쥐눈이콩’을 발아시켜 직접 키운 콩나물을 이용해 밥을 짓는다.
양념장과 물김치, 무채나물 등 단출한 반찬을 곁들여 내놓는 콩나물밥의 가격은 3000원.
65세 이상 경로우대증 소지자에게는 500원을 할인해 2500원만 받는다.
강원 춘천시 중앙로 지하상가에 자리 잡고 있는 ‘쥐눈이 콩나물밥’ 식당에서 변영순씨가 손님들에게 내놓을 콩나물밥을 식판에 올려 나르고 있다.
재료는 모두 국내산이다.
손님 의자가 모두 20개인 이 작은 식당에는 개업한 지 열흘밖에 안됐으나 입소문을 타기 시작하면서 벌써부터 하루 평균 40~60명가량의 손님이 찾고 있다.
다른 음식점에 비해 가격이 저렴한 것도 장점이지만 손님을 끄는 가장 큰 요인은 수십년 내공의 할머니 손맛이다.
강원 춘천시 중앙로 지하상가에 자리 잡고 있는 ‘쥐눈이 콩나물밥’ 식당.
이날 직장 동료와 함께 식당을 찾은 이인석씨(49·춘천시 퇴계동)는 “저렴한 가격으로 정겨운 집밥의 풍미를 제대로 느낄 수 있다는 말을 듣고 일부러 찾아왔다”며 “과거 어머니가 해주시던 콩나물밥의 맛과 똑같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식당은 강원도형 어르신 일자리 공모사업에 응모, 도·시비 5000만원을 지원받은 춘천시니어클럽이 개설했다.
식당 종업원은 춘천지역에 거주하는 할머니 20명이다. 이들의 평균 연령은 75세에 달한다.
강원 춘천시 중앙로 지하상가에 자리 잡고 있는 ‘쥐눈이 콩나물밥’ 식당의 차림표.
할머니들은 3인 6개조로 나눠 매월 32~34시간가량 근무하며 1인당 약 21만원의 월급을 받게 된다.
식당에서 음식 나르는 일을 맡고 있는 변영순씨(75·춘천시 퇴계동)는 “1주일에 8시간가량 근무하는 꼴이어서 큰 부담도 없다”며 “홀로 집에 있으면 외로운데 이렇게 나와 나이가 비슷한 사람들과 정담을 나누며 일을 하면서 용돈까지 버니 건강도 좋아지는 것 같아 너무 즐겁다”고 말했다.
윤종란 춘천시니어클럽 콩나물밥사업단장(73)은 “식당에서 일하는 할머니 중 상당수가 횟집, 갈빗집 등 음식점을 30~40년간 운영해본 경험이 있는 베테랑들”이라며 “그동안 다녀간 손님 대부분이 만족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윤 단장은 이어 “이 식당에서 나오는 수익금은 전액 노인복지 사업에 사용된다”며 “앞으로 보다 많은 손님들이 찾아 할머니들의 일자리가 더 늘어나길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시장형 노인 일자리 사업의 일환으로 시작한 강원도 내 식당은 인제군의 ‘할매국시집’과 ‘할매밥상과 부침개’를 비롯, 횡성 ‘삼천냥해장국’, 평창 ‘청춘보리밥’, 속초 ‘어머니 손만두’ 등 15개에 달한다.
강원도는 할머니 손맛을 활용한 음식점이 큰 호응을 얻고 있는 점을 고려, 이를 확대 개설하는 방안을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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