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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바우 사람들

최문순 강원도지사의 지역론?

지방이란 말을 쓰지 말고 지역이란 명칭을 사용하자는 최문순 강원도지사의 마음을 기고문을 통해 알아봅니다.

  

국가는 지역의 총합이다/최문순 강원도지사

 


 2013년도 벌써 봄의 초입새를 지나가고 있습니다.
 그러고 보면 세월만큼 빠르고, 한번 지나면 돌이키지 못할 것도 없을 듯 합니다.
 그렇지만, 시간이 지나야 낮과 밤이 바뀌고 모든 만물이 성장하고 결실을 맺는 것이니, 이 세월만큼 유익하고 정직한 것도 없는 셈입니다. 그러니 새삼 우리들 앞에 놓인 시간들을 잘 경영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겠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도지사로 일하며 예전에 없었던 여러 가지 고민들이 늘어나게 마련이지만, 더 절실하게 드는 생각이 ‘지역’ 혹은 ‘지역의 가치’라는 것입니다. 제가 ‘지방’이라는 말을 구태여 ‘지역’이라는 용어를 쓰는 이유도 이러한 고민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흔히 우리가 자주 쓰는 지방이라는 말은 중앙이라는 특정 지역에 종속되는 중앙중심적인 개념입니다.
 따라서 어느 곳에 방점을 주지 않는 가치중립적인 지역이라는 말을 쓰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봤습니다.

 예를 들어 전남지방검찰청, 강원지방우정청 등 공식기관의 명칭에도 중앙과 대비되는 지방이라는 전제가 깔려 있습니다.
 그냥 전남검찰청, 강원우정청 하면 훨씬 간명하고 알아듣기 쉬울 것입니다.
 서울도 하나의 지역일 뿐인데 이는 오랜 중앙집권적 사고에 익숙해진데 기인할 것입니다.
 독일의 철학자인 하이데거는 “언어는 존재의 집이다.”라는 말을 했습니다.
 좀 어려운 얘기지만 인간이 생각하는 방식은 그가 사용하는 언어 수준을 뛰어넘지 못한다는 것을 뜻합니다.

 마찬가지로 이런 면에서 저는 ‘지방분권’이라는 말보다 ‘지역주권’이라는 표현을 즐겨 쓰고 있습니다.
 지역의 권리와 특성을 보다 제도화하자는 법의 취지로 보아도 지역주권이라는 말이 훨씬 간명하게 다가옵니다.
 사실 지역주권의 가치는 세계 여러 나라의 헌법에도 명시되어 있습니다.
 1929년 세계대공황 시절, 독일의 히틀러가 경제를 빌미로 중앙집권적 장치들을 들여오자 독일의 지식인들은 퀠른 선언에서 ‘중앙집권은 반독일적’이라는 강령을 규정하면서 권력분점, 분권의 중요성을 지켜냈습니다.

 또한, 민주공화국의 시조격인 프랑스도 지난 2003년 헌법 제1조에 ‘국가조직은 지방분권화 된다.’ 라고 명시된 지방분권형 개헌을 단행하여 1789년 프랑스대혁명에 이은 제2의 혁명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이밖에 이탈리아, 영국, 미국 등 세계를 이끄는 국가들 대부분은 분권형 헌법이나 지방정부가 직접 국가의 정책과정에 참여하는 제도를 갖고 있습니다.
 진정한 지역주권의 시행은 이제 명분이 아닌 국가 경쟁력을 강화하는 실질적인 제도가 되고 있는 것입니다.

 제가 이렇게 지역의 가치, 지역주권을 이야기하는 이유는 국민 개개인이 행복한 삶을 살게끔 하고 싶다는 열망 때문입니다.
 세계화를 표방할수록 그 성장 동력의 핵심은 각각의 지역가치입니다.
 우리나라의 여러 가지 문제 중 중앙 집중, 돈맥경화도 핵심이 될 것입니다.
 이러한 증상은 점점 심화되고 있습니다.
 균형 잡힌 식단과 피돌기는 건강의 선결요건입니다.
 하루빨리 지역주권 체제를 도입해 거침없는 대한민국이 되길 바래봅니다.

 또한, 우리 사회에서의 언론 역할과 의미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됩니다.
 모든 것이 상업화돼서 언론조차 그 틀로 몰아가는 분위기입니다.
 특히나 요사이 지역 언론의 위상은 점점 위축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언론은 산업이 아닙니다.
 언론은 우리 사회의 빛과 소금과 같은 공공재라고 봅니다.
 국회의원시절 ‘프레스 펀드’라 하여 건강한 언론을 지키는 지원재단을 만들려고 애쓴 일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어진 것입니다.

 전제왕권 시절에도 왕의 독단을 막는 여러 장치가 있었습니다.
 자본의 힘이 세 질수록 공정한 룰을 세우고 감시하는 일은 더욱 중요합니다.
 그게 진정한 소통을 이루는 기본이 되기 때문입니다.
 힘든 여건 속에서도 묵묵히 언론 본연의 역할을 수행하는 언론인들, 특히 지역언론에 몸담고 계신 분들께 응원의 박수를 보냅니다.
 모쪼록 모두 건필하시고, 행복하시기를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