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횡성지역 어르신들은 봄이되면 ‘자장면’을 떠올린다고 합니다.
만물이 소생하는 계절에 뚱단지 같이 웬 자장면 얘기냐고 되 물을 수도 있을 겁니다.
이곳 노인들이 3월에 정말 기다리는 것은 자장면이 아닌, 한결같은 50대 이웃의 후덕한 마음일지 모릅니다.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봄마다 기다리는 아줌마.
그는 바로 읍내에서 중국음식점 ‘이화루’를 운영하고 있는 박애자씨(51) 입니다.
지난 19일 정오 횡성군 우천면 복지회관은 밀려드는 노인들로 인해 그야말로 북새통을 이뤘다고 합니다.
지난해 박애자씨(오른쪽 첫번째)가 우천면복지회관에서 어르신들에게 대접할 자장면을 담고 있다.<횡성군 제공>
이날 400여명의 노인들은 왁자지껄한 분위기속에 점심식사를 하며 즐거운 한때를 보냈습니다.
점심의 주메뉴는 자장면.
편육과, 과일, 떡, 음료수도 곁들여 졌습니다.
이날 노인들에게 무료로 제공된 자장면은 박애자씨가 준비한 것입니다.
박씨의 한결같은 마음에 공감한 자원봉사단체 회원들도 이날 배식 도우미 역할을 맡아 분주히 움직였습니다.
비록 바쁜 일손을 놀리느라 땀을 흘리기도 했지만 표정들은 그 어느때 보다 밝았습니다.
곳곳에서 박씨를 환영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습니다.
“읍내 자장면 천사가 또 왔구만. 정말 고마워”
한 노인은 “읍내는 물론 면 지역 곳곳마다 박씨에 대한 칭송이 자자하다”고 주저 없이 말합니다.
박씨는 20일에도 강림면에서 150여명의 어르신들에게 자장면을 제공했습니다.
그는 오는 29일까지 9개 읍·명을 찾아다니며 3000여명의 어르신들에게 직접 만든 자장명을 대접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쉽지 않은 얘기죠.
몇몇 기업들은 밀가루 값 등 원재료 값이 올랐다며 제품 가격을 인상하기 바쁜데 말입니다.
매년 이같은 봉사활동을 하느라 2000만원~3000만원의 자비를 털고, 행사 기간 동안 음식점 문을 닫아 발생하는 손해도 감수하느라 벅차지만 박씨는 항상 웃음을 잃지 않고 있습니다.
박씨가 이같은 자장면 나눔 봉사활동을 시작한 것은 지난 2003년부터 입니다.
11년째 단 한번도 빼먹지 않고 매년 3월마다 자장면을 만들어 어르신들을 대접했다고 하니 쉽게 입이 다물어지지 않습니다.
박애자씨<횡성군 제공>
박씨는 처음엔 2~3년만 이 일을 하려고 했답니다.
하지만 밝은 표정으로 자장면을 드시는 어르신들의 모습이 자꾸 생각나 그만 둘 수가 없었다고 합니다.
박씨가 이같은 선행을 하게 된 단초가 된 것은 작고한 아버님의 유언 때문이었습니다.
그의 아버지는 지난 2003년 세상을 떠나면서 ‘항상 어른을 공경하라’는 말씀을 남기셨다고 합니다.
유언을 듣자마자 바로 실천한 셈이지요.
박씨는 “초기엔 직원들과 함께 시작했는데 소문이 나면서 봉사단체들이 서빙을 도와줘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합니다.
어르신들이 자장면 맛있게 드시는 모습을 보면 정말 행복하고 뿌듯하다는 그는 힘닿는데 까지 자장면 봉사를 계속할 생각이라고 합니다.
박씨는 이 같은 선행으로 지난 2011년 ‘강원도 선행도민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이 모든 것이 구슬땀을 흘리며 도와준 자원봉사자 덕분이라고 말하며 고개를 돌리는 그의 뒷모습은 정말 아릅답게 느껴집니다.
횡성지역 어르신들 사이에서 박씨가 요즘 잘나가는 아이돌 보다 인기가 높은 것은 이같은 인품 때문이겠지요.
횡성 하면 흔히들 명품 한우를 떠올리지요. 하지만 이 고장을 지날 일이 있으면 꼭 박씨가 운영하는 이화루에 들려 보고 싶습니다.
자장면 한그릇에 정이 듬뿍 담겨 있을듯 합니다. 경향신문 최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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