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국의 희귀한 ‘컵’을 한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는 이색 박물관이 있다.
강릉시 한밭골길 76∼29번지에 240㎡ 규모로 건립된 ‘환희 컵 박물관’(관장 오세희)이 바로 그곳이다.
2003년 5월 8일부터 일반 관람객을 받고 있는 이 박물관엔 53개국 1300여점의 컵이 전시돼 있다.
7일 자녀와 함께 ‘환희 컵 박물관’을 찾은 한 관람객이 전시돼 있는 세계 각국의 희귀컵을 살펴보고 있다.<강릉 김영호씨 제공>
일도문화재단 장길환 이사장과 부인인 오세희 관장이 지난 35년간 국내는 물론 세계 각국을 돌며 수집한 2000여점 중 희귀한 컵을 엄선해 전시한 것들이다.
이곳에서는 로마 신화의 여러 신을 핸드메이드로 컵 표면에 만들어 붙인 ‘로마신화 머그컵(1848년·이탈리아)’을 비롯, 독일의 마이센 커피잔, 영국의 로열패밀리 풀 세트 커피잔, 18세기 아프리카 토고의 ‘인물형 목기 잔’, 18세기 티베트의 ‘두개골 컵’ 등을 관람할 수 있다.
또 12세기 고려시대 상감청자 잔과 잔대, 그리고 부탄의 예술적 가치가 뛰어난 토속 잔들도 감상할 수 있다.
7일 자녀와 함께 ‘환희 컵 박물관’을 찾은 한 관람객이 전시돼 있는 세계 각국의 희귀컵을 살펴보고 있다.<강릉 김영호씨 제공>
박물관 내부의 일부 공간은 ‘원춘(元春) 갤러리’로 꾸며졌다.
이 갤러리에는 17세기 러시아의 ‘까잔 성모상’ 회화와 세계 각국 액세서리 80여점을 전시된다.
이곳에선 중국 청나라 마지막 황제 푸이(簿儀)의 동생이자 유명 현대 서예가인 푸제(簿傑)의 서예 작품도 볼 수 있다.
에디슨 발명품과 세계의 희귀 축음기를 소장한 참소리축음기박물관과 커피박물관, 동양자수박물관, 오죽헌과 대관령박물관, 선교장 유물전시관 등과 함께 문향 강릉에 또하나의 볼거리가 추가된 셈이다.
‘환희 컵 박물관’은 산업디자인을 전공하고 회화를 부전공 한 뒤 부산 동명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다 지난해 퇴직한 일도문화재단 장길환 이사장이 만들었다.
장 이사장은 동명대 교수 재직 시절인 2005년 우즈베키스탄 수도 타슈켄트 소재 국립미술관에서 개막한 제3회 타슈켄트 국제비엔날레에서 본상인 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장씨는 40여 개국 작가 117명이 참여한 이 비엔날레에 평면과 입체, 영상, 퍼포먼스 등이 결합된 ‘역사의 벽’이란 설치작품을 출품해 은상을 받았다.
수상작은 2008년 사마르칸트 방문 당시 옛 건물들의 벽들을 보고 영감을 얻어 만든 것이다.
장 이사장은 2011년 10월 부산디자인센터 1층 전시관에서 ‘굿바이 부산’ 전을 열기도 했다.
2012년 2월 대학에서 정년퇴임한 장 이사장은 최근 강릉의 옛 고향집 터에 문화사업의 일환으로 ‘환희 컵 박물관’을 조성했다.
강릉 ‘환희 컵 박물관’ 전경.<강릉 김영호씨 제공>
이 박물관의 1층에선 식사와 커피를 즐길 수 있다.
박물관의 뒤뜰에는 정원이 꾸며져 있고 백송 1500그루가 심어져 있어 가벼운 산책도 할 수 있어 일석이조다.
박물관 측은 당분간 무료로 관람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주말을 이용해 세계 각국의 독특한 문화와 예술성이 담겨 있어 희귀컵을 만나보면 어떨가.
퇴임후 고향 강릉의 문화품격을 높이고자 하는 장 이사장의 열정이 더해져 감흥을 더할 것 같다.
경향신문 최승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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