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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에선 요즘 이것이 제철

명이나물(산마늘) 전쟁?

명이나물(산마늘) 전쟁?

 울릉도 주민들은 명이나물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합니다.
 고소득 작물이기도 하지만 아주 특별한 의미가 있는 나물이기 때문입니다.
 조선시대 울릉도 개척 당시 식량이 부족했던 이주민들은 춘궁기를 앞두고 눈이 녹기 시작하면 산에 올라가 이 나물을 캐 삶아 먹으면서 끼니를 이었다고 합니다.
 식량이 바닥 나 굶주림에 시달릴 때 명(命)을 이어주던 고마운 나물이지요.
 이런 까닭에 ‘명이나물’이란 이름이 붙었습니다.

 

강원 삼척지역 평지에서 재배되고 있는 명이나물(산마늘). <삼척시 제공>


 이 나물을 먹고 생명을 이어 갈 수 있었으니 이같은 명칭이 생긴 것도 당연하겠지요.
 그래서 울릉도 주민들에게 명이나물은 숨져진 보물로 여겨져 왔습니다.
 학명이 산마늘인 명이나물은 단백질, 지질, 탄수화물, 무기질, 비타민 등을 많이 함유하고 있어 콜레스테롤 감소, 자양강장, 이뇨, 정장, 피로회복, 해독 등에 효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소화도 촉진해 돼지고기 등 각종 육류와 함께 섭취하면 그야말로 안성맞춤이지요.
 명이나물은 4년 이상 키워야 최고 품질이 된다고 합니다.
 희소성으로 인해 1㎏에 1만5000원∼2만원선에 거래되는 등 가격도 높은 편입니다.
 한마디로 부가가치가 높은 작물인 셈이지요.
 이때문에 울릉도에 거주하는 200여가구는 명이나물을 재배해 연간 200억∼300억원의 소득을 올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요즘 울릉도 주민들의 심사가 그리 편치 않다고 합니다.
 육지에서 명이나물 재배소식이 속속 들려오기 때문이지요.
 돈이 된다면 너도 나도 뛰어드는 세태 아닙니까.
 쌈과 장아찌용으로 수요가 늘어나자 수년전부터 경북과 강원도의 고산지역 곳곳에서 명이나물을 재배하기 시작했습니다.
 생명력이 강해 겨울에도 보온이 필요 없는 다년생인데다 가격마저 높다보니 전략작물로 육성키로 했다는 소식도 곳곳에서 들려옵니다.
 울릉도는 경쟁력을 잃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습니다.
 울릉군산림조합이 4월 8일부터 5월7일까지 시행하는 군·국유림의 명이나물 채취엔 전입 기준 3년 이상인 주민들만 참여 할 수 있습니다.
 주민 1명당 하루 채취량도 30㎏으로 제한 됩니다.
 특산종인 명이나물을 뽑아 육지로 밀반출하는 행위에 대한 단속도 대폭 강화하고 있습니다.
 울릉군과 산림조합뿐 아니라 울릉경찰서, 해경까지 나서 합동단속을 벌일 지경입니다.
 최근엔 명이나물 뿌리를 불법으로 채취, 판매한 주민과 외지인등 10여명이 산림보호법 위반 혐의로 무더기 입건되기도 했습니다.
 울릉도 주민들은 화산섬에서 자란 명이나물은 육지에서 생산된 것과 품질이 다를 수 밖에 없다며 정통 명이를 찾아줄 것을 당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상황은 결코 녹록치 않습니다.
 정선군 등 강원지역 몇몇 자치단체들은 수년전부터 고산지대에 명이나물(산마늘)을 파종하고, 본격적인 생산에 들어갈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지리산, 오대산, 설악산 등 고산지 곳곳에서 이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게다가 평야지 재배까지 성공해 명이나물 생산량이 크게 늘어날 조짐도 보이고 있습니다.

 

강원 삼척지역의 한 농민이 평지에서 재배하고 있는 명이나물(산마늘)을 살펴보고 있다.<삼척시 제공>


 삼척시 농업기술센터는 평야지 명이나물 재배에 성공해 오는 4월초 첫 출하를 앞두고 있다고 합니다.
 삼척시 미로면 하거노리 0.2㏊에서 시범 재배되고 있는 명이나물은 생산지 현지판매 등 직거래를 통해 ㎏당 1만8000~2만원선에 판매되고 있습니다. 삼척시는 재배 5년차가 되면 10a당 540㎏을 수확할 수 있어 농민들의 소득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병해충 발생이 거의 없고 노지 재배작물 중 가격 경쟁력이 높은 명이나물의 생산 확대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입니다.
 울릉도 주민들의 우려가 현실화 되는 것 같아 씁쓸하기도 합니다.
 명이나물이 육지 장터 곳곳에서 팔리고 있는 호박엿과 같은 신세가 되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물론 학명인 산마늘이란 이름을 달고 말이죠.  경향신문 최승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