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기념물 제509호인 산호동굴은 강원 정선군 여량면 여량리에 위치해 있다.
정선군 여량면 여량리에서 415번 지방도를 따라 고양리 방향으로 약 6.5㎞ 이동한 후 좌측 고창골로 연결된 포장도로를 달리다 보면 반론산 정상으로 연결되는 등산로가 나타난다.
등산로 표지판을 따라 이동하면 반론산(해발 1068m)과 반륜산(해발 1010m)을 연결하는 능선에 오를 수 있다.
산호동굴은 정선군 여량면 반론산과 반륜산이 이어지는 능선 절벽 아래 해발 960m지점에 자리잡고 있다.

 

산호동굴 내에 발달한 대형광장(2광장). <(사)한국동굴연구소 제공>


동굴 주변 반론산 정상엔 1986년 천연기념물 제348호로 지정된 ‘철쭉나무와 분취류자생지’가 있다.
석회암이 지하수에 의해 녹아내리는 용식작용에 의해 형성된 석회동굴인 산호동굴엔 다양한 동굴생성물이 산재해 있다.
또 동굴의 발달과정을 단계별로 관찰할 수 있을뿐 아니라 국내에서 유일하게 대형 동굴산호가 성장하고 있어 학술적, 자연유산적 가치가 매우 높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국가지정문화재로 지정된 이후 일반인들에게 공개되지 않고 있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산호동굴 벽면에서 성장하는 평평한 형태의 동굴산호.<(사)한국동굴연구소 제공>


2009년 12월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산호동굴엔 대형석화가 동굴산호로 변화되어 가는 매우 특이한 발달형태의 동굴생성물도 자라고 있어 학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산호동굴의 최초 발견자는 정확히 알려져 있지 않다.
다만 옛날부터 인근 주민들이 동굴을 발견해 드나들었을 것으로 추정될 뿐이다.
주민들 사이에서 이 동굴은 ‘곰굴’로 불렸다.
정선군 여량면 일대엔 ‘곰말’과 ‘곰바루 마을’이 있다.
곰바루는 스님 밥그릇 처럼 안이 푹 들어가 넓은 곳이란 뜻이나 현재는 곰 발바닥처럼 생긴 마을이라는 의미로 통한다.

 

정선 산호동굴.<(사)한국동굴연구소 제공>


이들 지역의 인근에 동굴이 자리잡고 있는 까닭에 별다른 의미 없이 ‘곰굴’로 부르곤 했다는 것이 주민들의 설명이다.
이후 1980년대 들어 이 동굴에 대한 학계의 조사가 간헐적으로 이뤄지면서 ‘산호동굴’이란 명칭이 널리 통용되기 시작했다.
동굴 내부에 동굴산호가 대규모로 분포하는 점을 고려해 이같은 이름을 붙인 것으로 보인다.
과거 한때 산호동굴을 개발하려는 움직임도 있었다.
다행히 동굴입구의 거리가 먼데다 동굴수(水)가 존재하지 않아 개발이 좌절되면서 대규모 훼손을 피할 수 있게 됐다.

 

정선 산호동굴.<(사)한국동굴연구소 제공>


하지만 지난 수십년 동안 도굴꾼들에 의한 부분적인 훼손이 이어지기도 했다.
정선군은 산호동굴의 학술·경관적 가치를 명확히 하고, 향후 동굴 보존을 위한 자료를 축적하기 위해 (사)한국동물연구소에 의뢰해 2012년 8월부터 2013년 9월까지 동굴 내 생성물과 생물, 동굴 주변 자연환경 등에 대한 정밀 조사를 실시했다.

정선 산호동굴을 포함한 주변은 하부 고생대의 캄브리아기에서 오르도비스기에 퇴적된 조선누층군의 탄산염암이 넓게 분포하고 있는 지역이다.

 

정선 산호동굴.<(사)한국동굴연구소 제공>


이 동굴의 일부 구간엔 수직통로가 잘 발달돼 있으나 전체적으로는 다층구조의 수평형 동굴이다.
산호동굴은 크게 북서, 남·남서 방향으로 발달하며 3개의 대형 광장구간이 분포하고 있다.
동굴입구와 주굴통로는 약 100m의 고도 차이를 나타낸다.
산호동굴은 총 연장이 약 1700m다.
이중 주굴은 약 570m, 지굴이 1130m에 달한다.
동굴 입구의 평균 온도는 4.3도, 동굴 내부는 5.6도를 유지하고 있다.

 

산호동굴에서 관찰되는 석고 결정.<(사)한국동굴연구소 제공>


동굴 내부에서 고도가 높은 지점은 평균 온도 보다 높게 나타나고, 고도가 낮은 지점에서는 낮은 온도를 나타내는 것이 특징이다.
산호동굴 입구의 습도는 평균 94.0%다.
또 동굴 내부로 들어갈수록 100%에 가까운 습도를 나타내고 있다.
산호동굴 내부에 활발하게 흐르고 있는 동굴수가 없는 점 등을 고려하면 이미 노화기에 들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산호동굴에서 성장하는 곡석과 동굴산호.<(사)한국동굴연구소 제공>


전문가들은 노화기에 접어든 동굴의 내부환경 보존을 위해서는 일반인의 출입을 철저히 차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권고하고 있다.

산호동굴 내에는 종유관, 종유석, 석순, 석주, 유석, 휴석, 커튼과 베이컨시트, 동굴진주, 곡석, 월유 등의 다양한 동굴생성물이 분포하고 있다.
이들 동굴생성물들은 주로 방해석과 아라고나이트로 이루어져 있다.
이중 ‘동굴산호’는 산호동굴을 대표하는 동굴생성물이다.
다양한 크기와 독특한 모양을 갖춘 동굴산호는 동굴 내부 전 구간에 걸쳐 분포한다.
또 산호동굴에서는 석고(gypsum) 성분의 동굴석화가 처음 발견되기도 했다.

 

산호동굴에서 성장하는 방울모양의 동굴산호.<(사)한국동굴연구소 제공>


석고생성물은 동굴의 벽면이나 바닥에 분포하는 낙반의 표면에서 주로 성장하고 있다.
산호동굴에서는 1광장 후부터 3광장 전까지 석고생성물이 주로 분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폭 약 12m, 높이 약 4m의 타원형 모양의 동굴입구에서 20도의 하향 경사면을 따라 내려가면 좌측으로 종유석과 유석이 발달해 있다.
지굴 입구의 좌측 벽면에선 유석, 종유석과 석순을 발견할 수 있다.
북동방향 통로의 석주 주변으로 석순과 종유석이 발달하며, 남동쪽 통로에는 석순과 유석, 종유석, 동굴산호 등이 관찰된다.
가로 20m, 세로 25m, 높이 24m 크기의 1광장에서 정북방향의 통로를 따라 약 30m 이동하면 8m의 원통형 수직구간이 있다.
이곳의 좌측벽면엔 동굴산호가 잘 발달돼 있다.

 

산호동굴에서 성장하는 백색의 동굴산호.<(사)한국동굴연구소 제공>


가로 25m, 세로 35m, 높이 30m 규모의 제 2광장 구간엔 다양한 크기의 동굴산호와 석고 결정이 분포하고 있다.
또 광장의 중앙에는 유석과 휴석소, 휴석소 내 동굴팝콘, 동굴산호 등이 발달돼 있고, 주변에서 박쥐뼈로 추정되는 동물뼈 화석이 발견되기도 했다.
이밖에 가로 10m, 세로 30m, 높이 32m의 제 3광장의 바닥면에는 대형 석순 표면에서 성장하는 휴석이 발달돼 있다.

산호동굴 내부에는 한국 고유종으로 동굴 속 습한 암벽 사이에 사는 희귀 생물인 굴접시거미가 서식하고 있다.

산호동굴에서 성장하는 석주, 석순, 종유석과 동굴산호.<(사)한국동굴연구소 제공>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 2급인 토끼박쥐도 서식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산호동굴에서 발견된 무척추 동굴생물은 모두 44종에 달한다.
우점종은 곤충강으로 모두 17종(38.5%)이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동굴 내부에서 발견된 척추동물은 2목 4과 9종이다.
이 동굴은 큰유리새와 굴뚝새의 번식 둥지 역할을 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밖에 관박쥐, 검은집박쥐, 관코박쥐, 물윗수염박쥐, 큰발윗수염박쥐, 대륙쇠큰수염박쥐, 토끼박쥐 등 다양한 박쥐들이 관찰되고 있다.

 

산호동굴에서 성장하는 주먹크기의 동굴산호와 관박쥐.<(사)한국동굴연구소 제공>


정선군은 독특한 산호동굴의 내부환경을 보존하기 위해 일반인은 물론 학술 탐사반의 출입도 최대한 통제할 계획이다.
산호동굴의 출입 허가 시기도 박쥐가 출현하지 않은 하절기로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최근 정밀 학술조사를 마친 (사)한국동굴연구소는 대규모 탐사 등 박쥐의 동면에 방해가 되는 행위를 제한할 것을 정선군측에 권고했다.

Posted by 경향 최승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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