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기념물 제219호인 ‘고씨굴’은 강원 영월군 김삿갓면 진별리의 태화산(太華山) 끝자락인 해발 215m 지점 하식단애(河蝕斷崖)에 위치해 있다.
남한강 상류변 강 건너편 암벽 중간에 동굴 입구가 있어 예전엔 나룻배를 타고 가야 했다.
하지만 지금은 남한강을 건너는 250여m의 다리가 놓여져 쉽게 다닐 수 있게 됐다.
전형적인 석회암 동굴로 ‘다층구조’를 이루고 있다.
그래서 동굴 내부로 들어가는 통로도 오르 내리기를 반복한다.
굴곡도 심해 마치 미로처럼 느껴진다.
고씨동굴 대형석주, 석순과 유석.<(사)한국동굴연구소 제공>
삼척의 환선굴, 대금굴 등과 달리 몸을 구부려야 지날 수 있는 통로도 있고, 폭도 좁아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앞길을 가로막는 석주를 비켜 비좁은 통로를 빠져 나가다 보면 탐험을 하는듯 한 착각을 일으킨다.
답답했던 가슴은 동굴 내부에서 가장 넓은 ‘은하수광장’에 도착하면 탁 트인다.
주변 벽에 붙어 반짝이는 동굴산호는 왜 이곳에 은하수 광장이란 이름이 붙었는지 금방 알아차릴 수 있게 한다.
물론 동굴산호도 은하수 처럼 아름답다.
이후 급경사의 계단을 거쳐 ‘천왕전’에 도착하면 탄성이 절로 나온다.
고씨동굴 대형유석, 종유석, 석순과 석주.<(사)한국동굴연구소 제공>
종유석과 석순·석주 등이 절묘한 조화를 이루며 연출하는 비경은 시선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대다수 탐방객들이 이곳을 고씨굴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으로 손꼽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고씨굴을 품고 있는 태화산의 풍광 또한 한폭의 동양화를 연상케 할 정도로 뛰어나 최근 이곳을 찾는 관광객들의 발길이 부쩍 늘고 있다.
태화산에 올라 동쪽 기슭을 따라 우회하며 남서쪽으로 유유히 흐르는 남한강은 한 폭의 동양화를 떠올리게 한다.
풍류와 정절의 고장인 강원 영월의 진산인 태화산(太華山) 등반을 마친 후 태고의 신비를 간직한 고씨동굴을 둘러보면 금상첨화다.
고씨동굴 대형종유석, 석순과 석주.<(사)한국동굴연구소 제공>
고씨굴은 과거 한때 단종이 노산군(魯山君)으로 강봉된 뒤 죽음을 당한후 그 혼령이 머무르는 곳이란 뜻에서 ‘노리곡석굴(魯里谷石窟)’로 불렸다.
현재의 이름은 임진왜란 때 의병활동을 하던 고종원 이란 선비의 일가가 이 굴에 은거한 데서 유래했다.
동굴 입구에 들어서면 고씨 일가가 거주하면서 솥을 걸고, 밥을 지을 때 불에 그을린 흔적이 남아있다.
동굴이 위치해 있는 영월군 김삿갓면 진별리에서 그리 멀지 않은 예밀리에는 아직까지 횡성 고씨의 후손들이 살고 있다.
고씨동굴 석순군락.<(사)한국동굴연구소 제공>
1969년 6월 4일 천연기념물 제219호로 지정된 고씨굴의 총 연장은 3388m에 달한다.
주굴의 길이가 950m, 지굴이 2438m다.
이중 일부 구간만 개발돼 1974년 5월 15일부터 일반인들에게 공개되고 있다.
영월군은 지난 1971년부터 고씨동굴에 대한 개발을 시작했다.
배를 타고 건너다니는 불편을 없애기 위해 1998년 21억6500만원을 들여 교량을 설치했다.
고씨굴 주변엔 하부 고생대 조선누층군의 석회암이 널리 분포하고 있다.
대부분 석회암으로 이루어져 있으나 약간의 돌로마이트도 포함돼 있다.
석회암내 절리 방향을 따라 주굴이 형성됐고, 층리면을 따라 생긴 낙반은 지굴의 형태를 미로형으로 만들었다.
고씨동굴 종유관, 종유석과 석주.<(사)한국동굴연구소 제공>
전체적으로 다층구조의 미로형태를 이루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평탄면의 기복이 반복되긴 하나 전체적인 발달 형태는 수평굴에 해당된다.
동굴류는 굴 입구에 설치되어 있는 화장실 아래 지점의 남한강으로 배출되고 있다.
고씨굴 천장 곳곳에는 층리면을 따라 용식공들이 발달돼 있다.
내부 온도는 연중 8~16도를 유지하고, 습도는 대부분 75%이상을 나타낸다.
수온이 16도 가량인 동굴수는 약알카리성이다.
이로인해 동굴 입구에 들어서자 마자 서늘함을 느끼게 된다.
동굴내부엔 4개의 호수, 3개의 폭포, 6개의 광장이 자리잡고 있다.
고씨동굴 석순군락 오백나한.<(사)한국동굴연구소 제공>
고씨굴 내부엔 종유관, 석순, 석주, 동굴산호, 유석, 커튼, 동굴진주, 피솔라이트, 동굴방패, 곡석, 월유 등의 동굴생성물이 분포하고 있다.
수억년의 세월이 빚어낸 2차 동굴 생성물이 워낙 다양하다 보니 ‘석순의 전당’, ‘동굴 진주의 보고’ 등 많은 수식어도 따라 붙는다.
기묘한 형태의 동굴 생성물은 특성에 맞는 독특한 이름이 불리며 탐방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고씨굴의 가장 특징적인 동굴 생성물은 바로 ‘흑색의 동굴 산호’다.
이 동굴산호는 동굴수의 공급이 멈춘 석순과 유석 위에서 대규모로 성장하고 있다.
특히 흑색 동굴 산호는 비공개구간에서 특히 많이 발견되고 있다.
고씨동굴 종유석과 유석.<(사)한국동굴연구소 제공>
(사)한국동굴연구소측은 2001년 발간한 고씨굴 종합학술조사 보고서에서 ‘동굴수 내의 토양으로부터 공급된 유기물의 영향으로 동굴생성물이 흑색을 띠게 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고씨굴 내의 동굴생성물은 주로 방해석과 아라고나이트로 이루어져 있다.
간혹 2개의 광물로 이루어진 동굴생성물도 발견되고, 기형 종유석도 곳곳에서 성장하고 있어 신비함을 더해주고 있다.
고씨굴엔 박쥐, 새우, 흰지네 등 모두 68종의 동굴생물이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중 절지동물인 갈로와충(蟲)은 약 4~5억년전부터 살았던 생물로, 살아있는 화석곤충이라고도 불린다.
한마디로 학술적 가치가 매우 높다는 얘기다.
고씨동굴 휴석소 내의 물속에서 발달하는 손가락 모양의 동굴생성물.<(사)한국동굴연구소 제공>
특히 고씨굴 천장에는 관박쥐, 관토박쥐, 물윗수염박쥐, 황금박쥐 등이 서식하고 있다.
동굴 내부를 탐방하다 보면 천장에 매달려 있는 박쥐도 관찰할 수 있다.
천연기념물 452호인 황금박쥐(학명 붉은 박쥐)는 비교적 출현 빈도가 낮아 그야말로 운이 좋아야 볼수 있다.
목별로는 거미목이 11과 19종으로 가장 우세하다.
고씨굴의 입장료는 어른 3000원, 군인·청소년·어린이는 2400원이며 65세 이상은 무료다.
저렴한 입장료 뿐 아니라 접근성 또한 좋다보니 고씨굴엔 연중 탐방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았다.
안타까운 것은 일부 몰지각한 탐방객과 도굴꾼들에 의해 동굴내부가 훼손되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고씨동굴 휴석소.<(사)한국동굴연구소 제공>
한때 고씨굴의 종유석 수십개가 훼손돼 흉물스런 모습을 드러내 충격을 주기도 했다.
영월군은 그동안 수많은 탐방객의 발길로 오염되고 훼손된 고씨굴 내부를 복원하기 위해 2011년 (사)동굴연구소에 의뢰해 복원·정화작업을 벌이기도 했다.
관광객들은 보통 고씨굴 내부 탐방을 끝낸 후 주차장 인근에 위치한 ‘영월 동굴 생태관’을 찾는다.
이곳은 동굴에 살고 있는 생물을 관찰할 수 있는 체험 공간이다.
고씨동굴 흰색 석순 주위에 발달하는 검은색의 동굴산호.<(사)한국동굴연구소 제공>
영월군이 김삿갓면 진별리 옛 고씨굴랜드 부지 3467㎡에 조성한 ‘아트미로’도 볼만하다.
이곳은 높이 2m 크기의 측백나무 2800그루를 심어 만든 1.2㎞의 야외 미로와 움직이는 동화 인형인 신데렐라·인어공주·백설공주·피노키오 등 15점의 미술작품으로 구성돼 있다.
측백나무와 고씨굴랜드에서 나온 폐기물을 재활용해 자연과 예술이 어우러진 공공 문화공간을 만든 것이다.
고씨굴에서 벗어나 ‘영월 곤충 박물관’, ‘선암 마을’, ‘청령포’, ‘선돌’ 등을 찾는 것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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