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기념물 제510호인 섭동굴은 장암산 자락인 강원 평창군 평창읍 주진리 산 120번지 일대에 위치해 있다.
해발 836m의 장암산은 패러글라이딩 명소다.
이 산은 평창읍 시가지를 병풍처럼 감싸고 있다.
산세가 험하지 않고 완만한 장암산 정상 부근에 자리잡고 있는 패러글라이딩 활공장에 올라서면 평창읍 시가지가 한눈에 들어온다.
시가지를 굽이쳐 흐르는 평창강을 내려다 볼 수 있어 패러글라이딩 마니아 뿐 아니라 사진 작가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는 곳이다.
하지만 장암산이 천혜의 비경을 연출하고 있는 ‘섭동굴’을 품고 있는 사실을 알고 있는 이들은 드물다.
섭동굴 내 대형 석주, 유석과 종유석군락.<(사)한국동굴연구소 제공>
폐광속에 숨겨져 있어 외부에 노출돼 있지 않은데다 아직까지 비공개 동굴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동굴의 발달형태와 동굴생성물의 성장 과정을 단계별로 관찰할 수 있는 것이 섭동굴의 가장 큰 특징이다.
그 만큼 학술적 가치가 높다는 얘기다.
종유석, 종유관, 석순, 석주, 동굴산호, 석화, 커튼, 동굴진주 등 다양한 동굴생성물이 산재해 있다.
또 군락을 이룬 석화와 곡석이 탄성을 자아내게 하고, 각종 동굴 생성물들이 지금도 성장을 하고 있어 신비함을 더해준다.
이로인해 섭동굴은 국가지정문화재인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이후에도 일반인들에게 공개되지 않고 있다.
섭동굴 내 석순.<(사)한국동굴연구소 제공>
섭동굴은 수십년전 석회석을 채광하기 위해 갱도를 뚫는 과정에서 우연히 발견됐다.
석회광산이 폐광된 이후 주민들의 입을 통해 동굴의 존재가 외부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평창읍 주진리 섭동마을 주민들은 이 동굴을 섭동굴로 부르고 있다.
별다른 의미없이 마을 이름과 비슷한 명칭을 만들어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천연 동굴로서 그 가치가 부각되기 시작한 것은 10여년 전부터다.
제한적으로 기초적인 동굴 탐사가 이뤄지며 학술적·자연유산적 가치가 매우 높은 것으로 평가된 것이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문화재청은 2009년 12월 정선 산호동굴(천연기념물 509호)과 함께 평창 섭동굴(천연기념물 510호)을 국가지정문화재로 지정했다.
섭동굴 내 대형 석주.<(사)한국동굴연구소 제공>
백룡동굴(천연기념물 260호)에 이어 평창지역의 2번째 천연기념물 동굴이 탄생한 것이다.
일각에선 관광 활성화 차원에서 백룡동굴 처럼 섭동굴도 개발해 일반인들에게 공개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섭동굴에 대한 전문기관의 종합적인 학술조사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당분간 비공개 동굴로 남아 있을 가능성이 더 크다.
문화재청도 비공개 동굴을 공개동굴로 전환하는데 매우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섭동굴의 주굴 입구는 폐광의 갱도 내에 있다.
석회석을 채광하기 위해 뚫어 놓은 2개의 갱도를 살피다 보면 많은 동굴 입구를 찾을 수 있다.
한 갱도에는 5개, 또 다른 갱도엔 1개의 동굴 입구가 있다.
주굴로 연결되는 동남동 방향의 갱도 입구는 장암산 자락의 해발 약 600m 지점에 위치해 있다.
섭동굴은 북동~남서 방향으로 발달한다.
인공갱도에 의해 양분된 이 동굴의 통로는 남서 방향으로 전개된다.
총연장은 약 1.2㎞이고, 주굴의 길이는 약 700m에 달한다.
3층 구조로 층별 지하수 유입량에 따라 종유석, 석순, 석주 등 다양한 동굴 생성물이 성장하고 있다.
섭동굴 내 석화.< (사)한국동굴연구소 제공>
섭동굴은 수직 구조여서 일반인의 탐사는 어렵다.
과거 채광이 이뤄지던 시기에 일부 사람들이 출입을 하며 훼손한 흔적들이 있긴 하나 접근성이 떨어져 비교적 동굴생성물의 보존 상태는 양호한 편이다.
섭동굴을 살펴보기 위해서는 폐광의 인공갱도 입구로 진입해야 한다.
3층 구조로 발달한 섭동굴에선 다양한 동굴생성물을 관찰할 수 있다.
동굴의 마지막 진화단계에 접어든 것으로 볼 수 있는 최상층에는 석화와 곡석이 우세하게 자라고 있다.
비좁은 입구를 기어서 통과해 약 20m 가량 들어가면 벽면과 천장에 석화와 곡석이 군락을 이루고 있다.
종유석에서 피어난 석화(돌꽃) 군락은 마치 천상 화원을 만난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모양과 색깔이 다양한 석화는 산중에 핀 야생화의 자태에 절대 뒤지지 않을 정도로 아름답다.
섭동굴 내 종유석과 종유석 표면에서 성장하는 석화.<(사)한국동굴연구소 제공>
동굴탐사 전문가들은 “섭동굴이 국내에서 가장 화려한 석화를 간직하고 있는 동굴”이라고 주저없이 말한다.
중층엔 간헐적으로 동굴수가 유입되고 있다.
이곳엔 종유석, 석순, 석주 등이 잘 발달해 있다.
이같은 동굴생성물들은 주로 동굴수가 유입되는 우기인 여름철에 성장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최하층엔 수로가 있다.
지하수의 유입 정도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긴 하나 이곳의 수로 주변엔 종유석, 석순, 석주, 유석, 커튼, 석화, 곡석, 동굴진주, 휴석 등 다양한 동굴생성물이 성장하고 있다.
섭동굴 내 휴석소와 휴석소 안에 있는 동굴팝콘.<(사)한국동굴연구소 제공>
그야말로 석회암 동굴에서 찾아 볼수 있는 대부분의 동굴생성물을 자라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천연기념물 지정에 앞서 기초적이 조사만 이뤄지다 보니 섭동굴 내부에 서식하고 있는 희귀생물 분포 등은 아직까지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은 상태다.
(사)한국동굴연구소 김련 부소장(이학박사)는 “섭동굴은 국내에서 발견된 석회동굴 중에서도 학술적 가치 매우 높은 곳”이라며 “빠른 시일내에 종합적인 학술조사를 거쳐 적절한 보존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평창군은 최근 섭동굴 내부 정비와 학술조사를 실시키로 하고, 이에 따른 필요 재원 마련을 위해 국비지원을 요청했다.
섭동굴내에 발달하는 종유관과 종유석, 석순.<(사)한국동굴연구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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