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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바우 사람들

'거위의 꿈' 이룬 가수 인순이, 해밀학교 신축 제2도약

‘난 난 꿈이 있었죠/ 버려지고 찢겨 남루하여도/ 내 가슴 깊숙이 보물과 같이 간직했던 꿈….’
‘혼혈 가수’ 인순이씨(본명 김인순·60)가 사재를 들여 만든 중등과정 기숙형 대안학교인 ‘해밀학교’가 학교건물을 신축하고, 학력인정 학교로 변신하기 위해 교육청 인가를 추진키로 했다.

다문화가정 케어·상담사 자격증까지 취득해 평소 염원해왔던 다문화가정 청소년을 위한 학교를 만들어 자신의 노래 제목처럼 ‘거위의 꿈’을 이룬 인순이씨가 보다 좋은 교육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제2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는 셈이다.

 

18일 오후 강원 홍천군 남면 옛 용수분교 부지에서 열린 '해밀학교' 신축교사 준공식에 참석해 박수를 치고 있는 인순이씨.<강원도 제공>


해밀학교는 18일 오후 3시 강원 홍천군 남면 옛 용수분교 부지에서 최문순 강원지사와 노승락 홍천군수, 학교관계자, 주민 등 5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신축교사 준공식을 개최했다.
6466㎡의 부지에 지상 2층 규모로 건립된 해밀학교 신축교사는 교실과 다목적실, 회의실, 식당 등의 시설을 갖추고 있다.

 

18일 오후 강원 홍천군 남면 옛 용수분교 부지에서 열린 '해밀학교' 신축교사 준공식에 참석한 인순이씨.<강원도 제공>


건축비 17억1000만원 중 4억9000만원을 홍천군이 지원하고, 나머지 금액을 이사장 겸 교장을 맡고있는 인순이씨와 후원자들이 부담했다.
이에 따라 현재 30명이 정원인 해밀학교는 앞으로 학생을 60명까지 받을 수 있게 됐다.
홍천군 남면 명동리 기존학교 건물은 학생들의 기숙사로 사용될 예정이다.

 

18일 오후 강원 홍천군 남면 옛 용수분교 부지에서 열린 '해밀학교' 신축교사 준공식에 참석한 인순이씨와 각계 인사.<강원도 제공>


또 해밀학교는 학력인정 학교로 변신하기 위해 지난달 31일 강원도교육청에 대안학교 설립계획서를 제출했다.
다문화가정 청소년의 교육을 위해 2013년 4월 설립된 해밀학교는 지난해부터 입학금, 분납금, 기숙사비, 급식비 등 일체를 장학금으로 지급하는 등 무상교육을 실시해 왔다.
현재 해밀학교에서는 18명의 다문화가정 학생 등이 교육을 받고있다.
그동안 2회에 걸쳐 11명의 졸업생도 배출했다.

 

18일 오후 강원 홍천군 남면 옛 용수분교 부지에서 열린 '해밀학교' 신축교사 준공식에 참석한 인순이씨와 각계 인사.<강원도 제공>


입학대상은 다문화가정·중도입국 청소년, 국내외 초등학교 졸업 및 졸업예정자, 대안초등학교(비인가) 졸업자·졸업예정자(홈스쿨링 포함) 등이다.
해밀학교는 국어·수학·영어 등 일반 교과과정과 이중언어, 악기, 예술, 공동체수업 등 특성화 교과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이밖에 중도입국학생을 대상으로 법무부 조기적응프로그램과 한국어 특별과정도 운영중이다.

 

18일 오후 강원 홍천군 남면 옛 용수분교 부지에서 열린 '해밀학교' 신축교사 준공식에 참석한 인순이씨와 각계 인사.<강원도 제공>


인순이씨는 “다문화 1세대로 살아온 저의 경험이 다문화 가정 아이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학교를 세웠다”며 “그동안 강원도와 홍천군에서 많은 관심을 보여주고, 후원자들이 마음으로 아이들을 품어줘 너무 감사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여러분들의 노력으로 세워진 학교를 통해 더 많은 다문화청소년, 취약계층의 청소년들이 차별 없이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줄 수 있게 됐다”고 덧붙였다.
입학 관련 자세한 사항은 학교 홈페이지(http://www.haemillschool.com/)를 통해 문의하면 된다.

 

18일 오후 강원 홍천군 남면 옛 용수분교 부지에서 열린 '해밀학교' 신축교사 준공식에 참석해 축사를 하고 있는 최문순 강원도지사.<강원도 제공>

 

■무상교육 실시 결정 당시 경향신문과의 인터뷰 내용
2015년 11월 학교운영 방안 등을 논의하기 위해 해밀학교를 방문한 그의 표정은 어느 때보다 밝아 보였다.
인순이씨는 이날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고심 끝에 전면 무상교육을 실시키로 한 배경을 진솔하게 털어놨다.
인순이씨는 “그동안 수업료는 면제해줬으나 다문화가정 부모 등이 자신의 힘으로 최선을 다해 자식을 기른다는 자긍심을 갖게 하기 위해 급식비와 기숙사비 등으로 월 25만~30만원가량을 받아 왔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하지만 생활형편이 어려워 이마저도 버거워하는 부모들이 많아 전면 무상교육을 실시키로 했다”고 덧붙였다.

 

2015년 11월 강원 홍천군 남면 에 있는 ‘해밀학교’를 찾은 가수 인순이씨. <경향신문 자료 사진>

 


해밀학교에서 받아 온 실비는 다른 일반 대안학교의 납입금에 비해 턱없이 낮은 금액이다.
인순이씨는 “막노동으로 생계를 잇는 한 부모가 ‘겨울철에 일이 없어 돈을 내기 힘드니 10만원씩이라도 조금씩 모아 나중에 꼭 갚겠다’고 사정하는 모습을 보고 너무 가슴이 아팠다”며 “다문화가정의 자녀 등이 나와 같은 시행착오와 어려움을 겪지 않고 좀 더 편안한 마음으로 공부를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이 같은 결정을 내리게 됐다”고 설명했다.

 

2015년 10월 강원 홍천군 남면 에 있는 ‘해밀학교’를 찾아 후원자와 인사를 나누고 있는 가수 인순이씨. <경향신문 자료 사진>


해밀학교의 연간 운영비는 4억여원에 이른다.
학생 1인당 매달 200만원가량의 교육비가 들어가는 셈이다.
이 중 50~60%가량을 해밀학교 이사장인 인순이씨가 부담하고, 나머지는 정기 후원자들이 내는 기금으로 충당하고 있다.
인순이씨는 “인근 폐교인 용수분교를 매입해 오는 2017년까지 건물 신·증축을 마치고, 학년당 20명씩 정원 60명의 중등과정 정식 인가학교로 규모를 확대할 예정이어서 재정 부담이 큰 게 사실”이라며 “하지만 내 자신부터 더 열심히 뛰면 학교운영이 가능할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2013년 해밀학교 개교 당시 가수 최백호씨 등 동료 연예인들로부터 축하인사를 받고 있는 인순이씨.


인순이씨는 해밀학교 이전 기금을 마련하기 위해 바쁜 스케줄을 쪼개 최근 9차례에 걸쳐 교회 등을 찾아다니며 ‘나눔 음악회’를 개최했다.
그는 “오는 2020년쯤 국내 청소년의 20%가량을 다문화가정 출신이 차지할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며 “미력하지만 다문화가정 아이들의 미래를 위한 교육 투자에 물꼬를 트는 작은 디딤돌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