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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바우 사람들

‘바람이 말리고 세월이 삭힌 맛’ 양구 펀치볼 시래기

강원 양구군 펀치볼 시래기는 전국 최고의 명성을 얻고 있다.
펀치볼은 한국전쟁 당시 유명한 격전지로 화채 그릇(Punch Bowl)모양의 분지를 형성하고 있어 붙여진 이름이다.
8월 하순부터 파종이 시작돼 60여 일간의 생육기간을 거친 양구 펀치볼 시래기는 10월 하순부터 11월까지 수확한다.

 

양구군 해안면 주민들이 덕장에 시래기를 걸어 말리고 있다. <양구군 제공>


이후 최소 40일 이상 바람이 잘 통하는 곳에서 자연 건조해 상품으로 판매된다.
양구지역에서는 2014년 120개 농가가 200㏊에서 470t을 생산해 46억원의 수익을 거뒀다.
2016년엔 220여개 농가가 480㏊에서 1008t의 시래기를 수확해 100억여원의 수입을 올렸다.
올해에는 260여 농가가 550㏊에서 1155t을 생산할 예정이다.
소득도 115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양구군 해안면 주민들이 덕장에 시래기를 걸어 말리고 있다. <양구군 제공>


감자 등의 후작으로 재배한 시래기가 농한기 농가소득에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는 셈이다.
고산분지인 펀치볼은 큰 일교차를 보이는 등 시래기 재배에 최적의 환경을 갖추고 있다.
무청을 건조해 만드는 시래기는 바람이 잘 통하는 곳에서 얼었다가 녹기를 반복해야 부드러워지면서 상품가치가 올라간다.
펀치볼 시래기는 다른 지역보다 빨리 출하된다.

 

양구군 해안면 주민들이 시래기를 만드는데 쓸 무청을 수확하고 있다. <양구군 제공>


펀치볼 마을은 타 지역과 달리 무청을 얻기 위한 품종을 따로 선택해 재배하고 있다.
수년전부터 안토시안이 많이 함유된 보라색을 띠는 무에서 채취한 무청으로 시래기를 만드는 등 기능성 제품 생산도 시작했다.
비료와 농약을 쓰지 않는 친환경 농법으로 재배한 무청을 이용해 시래기를 생산하다보니 소비자들의 선호도가 좋아 1㎏에 1만2000원 선에 팔리고 있다.

 

양구 펀치볼 마을 시래기 덕장. <양구군 제공>


풍미가 우수한 시래기는 감자탕과 순대, 국밥, 불고기, 만두 등의 재료로 많이 사용된다.
과거 구황(救荒)의 의미를 지녔던 추억의 먹을거리인 시래기가 요즘 웰빙식품으로 각광받고 있는 것이다.
식이섬유를 다량 함유하고 있는 시래기는 콜레스테롤을 낮추고 동맥경화를 예방하는데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른 식물에 비해 철분과 칼슘도 함유량도 많다.
빈혈, 변비, 다이어트에도 좋은 식품이다.

양구 펀치볼 시래기. <양구군 제공>


양구군 해안면 해안휴게소 광장 일원에선 매년 ‘시래기축제’도 개최된다.
축제기간엔 트랙터 짐받이를 개조하여 관광객을 태우고 시래기 덕장을 돌아보며 향수를 느끼는 트랙터 마차타기, 무청을 이용한 윷놀이, 무탑 쌓기 등 가족단위 관광객들이 직접 체험할 수 있는 다양한 이벤트가 열린다.
축제장을 찾으면 시래기국밥, 시래기찐빵, 시래기산채 등도 맛볼 수 있다.
시래기축제를 즐긴 후 인근에 위치한 제4땅굴, 을지전망대, 전쟁기념관, 통일관 등을 견학할 수 있어 1석 2조다.

 

양구군 해안면 주민들이 덕장에 시래기를 걸어 말리고 있다. <양구군 제공


양구군은 전국 최고의 시래기 생산지란 명성을 이어가기 위해 ‘펀치볼 명품 시래기 덕장 조성’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5억3000만원을 들여 환기시설과 차광시설 설치를 지원해 시래기덕장을 현대화하는 사업이다.
‘2016 DMZ 펀치볼 시래기축제’는 10월 29일부터 30일까지 펀치볼 힐링하우스 광장과 시래기 체험농장 일원에서 개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