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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의 작은 박물관, 공원

강릉 사천면에 들어선 김동명 문학관

‘조국(祖國)을 언제 떠났노/ 파초(芭蕉)의 꿈은 가련하다.
남국(南國)을 향한 불타는 향수(鄕愁)/ 너의 넋은 수녀(修女)보다도 더욱 외롭구나.….’

 

초허(超虛) 김동명(1900∼1968) 선생이 1938년 발표한 ‘파초(芭蕉)’의 일부분 입니다.
나이가 들어 다시 보니, 교과서에 담겨 있던 시를 읽을 때 보다 감흥이 다르다는 중년들이 많습니다.
일제시대 암흑기에서 벗어나려는 소망이 담긴듯한 이 시는 이상화의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이육사의 ‘광야’ 등과 함께 많이 소개됐습니다.

 

 

‘내 마음은 호수요/ 그대 노 저어 오오/ 나는 그대의 흰 그림자를 안고 옥같이/ 그대 뱃전에 부서지리다.
내 마음은 촛불이오/ 그대 저 문을 닫아 주오/ 나는 그대의 비단 옷자락에 떨며, 고요히/ 최후의 한 방울도 남김없이 타오리다.….’

 

가곡으로 널리 알려진 시 ‘내 마음’도 김동명 선생의 작품입니다.
김동명 선생은 1900년 강릉시 사천면 노동리에서 출생, 어려서 아버지를 여의고 함흥으로 이주해 중학교를 다녔습니다.
일본 도쿄 아오야마학원 신학과와 니혼대학 철학과에서 수학한 후 흥남과 평안남도 강서지역에서 교편을 잡기도 했습니다.
1947년 월남해 이화여대 국문과 교수로 재직하며 시인이자 정치평론가로 활동한 1968년 서울 남가좌동 자택에서 타계했습니다.
이후 후손들은 망우리 공원에 있던 선생의 묘지를 2010년 강릉시 사천면 노동하리의 종중영원(宗中靈園)으로 이전했습니다.
김동명 선생은 강릉뿐 아니라 강원도 전역에서 추앙받고 있는 인물입니다.

강원도가 ‘강원의 얼 선양사업’에 김동명 선생을 포함시킨 것도 바로 이 때문입니다.

 

 

 


근·현대 시사에서 대표적인 전원파 시인으로 꼽히는 김동명 선생의 문학정신을 계승 발전시키기 위한 문학관이 2013년 7월 강릉에 들어섰습니다.
김동명 문학관이 조성된 곳은 강릉시 사천면 입니다.
강릉시가 16억원을 들여 김동명 선생의 생가터 인근 8650㎡ 부지에 조성한 문학관은 호수에 떠 있는 배 모양으로 만들어 졌습니다.
김동명 선생의 대표작품인 ‘내 마음’을 형상화한 것이지요.
문학관 옆의 생가는 김동명 선생의 출생 당시 시점을 감안해 초가집으로 각각 지어졌습니다.
이곳에는 가족과 문중이 기증한 선생의 자필원고, 회중시계 등 유품과 자필서명이 있는 저서 등이 전시 됩니다.
개관식엔 가족과 흥남중·여중 교장시절의 제자들이 참석해 선생의 뜻을 기렸다고 합니다.
선생의 가족들은 문학관 개관을 기념해 도서 200권을 기증하기도 했습니다.
개관식 이후 강릉문인협회가 주관하는 ‘김동명 시인의 시 세계’에 대한 세미나와 시 낭송회 등 다채로운 행사도 열렸습니다.
문학관엔 세미나실도 만들어져 문인간 소통의 장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예향 강릉에 또 하나의 문화적 자산이 생긴 셈이죠.
혹 이번 여름 휴가기간 동안 동해안을 찾는다면 김동명 문학관을 한번 둘러보시죠.
경포해수욕장, 연곡·사천해수욕장 등과 거리도 가까워 잠시 시간만 내시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