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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의 축제

4월의 눈 축제?

 ‘4월의 눈 축제(April Snow Festival)’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냐고 나무라실지도 모르겠습니다.
 따듯한 봄날 식곤증을 막기 위해 점심식사 후 커피를 마시는 일이 다반사인데 철지난 눈축제 타령이냐고 말입니다.
 “힘겨운 삶에 만우절도 잊었다”고 화를 내실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하지만 강원도에선 정말 4월달에 눈축제가 열립니다.
 3월초 봄을 시샘하는 눈이 내리는 것은 봤어도 4월달에 웬 눈이냐고요.
 실제 4월 2일 강원 정선군 하이원리조트 일대엔 퍽 많은 눈이 내렸습니다.

 

4월2일 하이원호텔 주변에 봄을 시샘하는 눈이내렸다. <하이원리조트 제공>


 아 참 하이원리조트란 명칭보단 카지노로 유명한 ‘강원랜드’란 이름을 더 잘 아시겠군요.  
 과거 적설기록을 살펴봤습니다.
 2005년 3월 4일 동해시에 61.8㎝의 눈이 내린 것을 비롯, 강릉, 속초 등 영동 지역에 50㎝ 안팎의 폭설이 쏟아졌습니다.
 2009년부터 2012년까지 4년간 강원도에선 3월에 모두 20번이나 눈이 내렸습니다.
 강원산간지역엔 3월 하순뿐 아니라 4, 5월에도 눈이 온 기록이 있습니다.
 고산지대에 차가운 동풍이 자주 유입되는 특성 때문이라고 합니다.
 이같은 특성을 감안해 동남아시아 관광객을 겨냥한 눈축제 상품이 출시됐습니다.

 

4월2일 하이원호텔 주변에 봄을 시샘하는 눈이내렸다. <하이원리조트 제공>


 평창군 용평리조트에선 4월 12일부터 15일까지 ‘4월의 눈 축제(April Snow Festival)’가 열립니다.
 강원도와 한국관광공사가 손을 잡고 개발한 관광상품 입니다.
 이번 축제의 주제는 ‘눈’과 ‘봄꽃’ 입니다.
 눈썰매 대회와 전통공연, 레크리에이션 등 다양한 행사에 참여한 뒤 설악산, 동해안, 월정사 등 주변 관광지와 평창올림픽 경기장 시설 을 둘러보는 프로그램 입니다.
 겨울관광 성수기가 끝나고 비수기 시즌을 대비해 만든 상품인 셈이죠.
 잘 될까 걱정했는데, 반응은 예상외로 뜨겁다고 합니다.
 지난 2월 태국에서 열린 국제관광박람회(TITF 2013)에 이같은 상품을 출시하자 3월말까지 1100명이 예약을 마쳤다고 하네요.
 당초 계획했던 관광객 500명 유치를 목표를 두배 이상 초과한 것입니다.
 기후특성으로 인해 좀처럼 눈을 볼 수 없는 태국 관광객들이 자국의 쏭크란축제 연휴기간 동안 용평리조트를 방문하는 것이지요.
 쏭크란축제(Songkran Festival)는 매년 4월 13일부터 15일까지 타이에서 열리는 축제 입니다.
 타이력의 정월 초하루인 쏭크란(4월 13일)을 기념하는 축제로 서로에게 물을 뿌리는 놀이가 성행해 ‘물의 축제’로도 불립니다.
 물놀이 하던 태국 사람들이 타국 땅에서 눈싸움을 하면 얼마나 신이 나겠습니까?
 강원도가 4월 눈축제의 첫 타깃을 태국관광객으로 정한것도 다 이유가 있습니다.
 2012년 강원도를 방문한 태국 관광객은 방한 인원의 60%인 23만명으로 추정됩니다.
 태국이 강원도의 최대 관광시장으로 떠오른 셈이죠.
 태국에선 강원도가 한류의 중심이라고 합니다.
 이곳에서 강원도 열풍이 분 것은 바로 영화 덕분입니다.

 

남이섬을 배경으로 한 태국 영화 ‘헬로우 스트레인저’ 포스터


 강원도내 유명 관광지를 배경으로 촬영한 태국의 ‘로맨틱 코미디 영화’ 2편이 지난 2010년 현지에서 개봉돼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태국 전역 67개 극장에서 동시 개봉된 ‘미안해 사랑해요(Sorry Sa Rang He Yo)’엔 설악산의 눈 내리는 모습과 경춘선 기차여행 장면 등이 담겨 있습니다.
 태국의 손꼽히는 흥행 보증 감독인 ‘반종 피산타나쿤’이 메가폰을 잡은 영화 ‘헬로 스트렌저’의 주 촬영지도 평창 휘닉스파크 스키리조트와 남이섬 입니다.
 결국 영화 촬영지에 대한 궁금증이 생기면서 강원도를 직접 찾게 된 것이죠.
 강원도는 이번 4월 눈축제를 계기로 한류스타와 스키체험 팬 미팅, 중국인 대상 스키관광 프로그램 등 특색있는 관광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개발할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이 추세라면 아마 5월에도 눈축제를 개최할 생각을 할지도 모릅니다.
 갑자기 ‘대동강 물을 팔아먹었다’는 봉이 김선달이 생각납니다.
 역발상이 돈을 버는 시대입니다. 경향신문 최승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