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강원도의 천연동굴

태백 용연동굴

한강과 낙동강의 발원지이자 민족의 영산인 태백산(太白山)이 자리잡고 있는 강원 태백시는 연중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는 고원도시다.
태백은 태백산을 비롯, 대덕산, 매봉산, 백병산, 연화산, 함백산, 금대봉 등 해발 1100~1500여m의 고산준령이 산재해 있는데다 설화(雪花)와 주목군락이 환상적인 풍광을 연출하고 있어 최고의 겨울 산행지로 손꼽힌다.
대부분의 관광객들은 산행후 금대봉(1418m) 동사면 용수골에 자리잡고 있는 ‘용연동굴’을 자주 찾는다.

 

전국에서 가장 높은 해발 980미터에 위치한 용연동굴. 조명을 받은 동굴 내부의 분수광장 모습이 아름답다.<태백시 제공>


백두대간의 속살에 간진된 태고의 신비를 엿보기 위해서다.
고산준령이 많은 지역적 특성 때문일까?
해발 920m에 위치한 용연동굴은 ‘국내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는 동굴’이란 타이틀을 갖고 있다.
그야말로 산 꼭대기에 동굴이 있는 셈이다.
보통 용연동굴 입구까진 동력선 2기와 객차 3기로 구성된 ‘용연열차’를 타고 올라 간다.
주차장에서 용연열차를 타고 동굴입구까지 1.1㎞ 가량을 오르는 동안 주변에 펼쳐진 절경을 감상할 수 있도 있어 일석이조다.
이 열차엔 최대 96명이 동시에 탑승할 수 있다.
동굴 관람료도 어른 3500원, 학생·군인 2500원, 어린이 1500원 등으로 저렴한 편이다.
40분 가량이면 동굴 내부를 모두 둘러보며 석순, 종유석 등 각종 동굴 2차 생성물을 관찰할 수 있는 것도 큰 장점이다.
2013년을 기점으로 연간 관람객이 11만여명을 넘어서면서 개장 이후 처음으로 관람료 수입도 3억원을 돌파했다.

 

용연동굴 내부에 있는 유석.<태백시 제공>

 

용연동굴의 최초 발견자는 정확히 알려져 있지 않다.
그 옛날 화전을 일구던 주민들이 발견했을 것으로 추정될 뿐이다.
내부 깊은 곳 암벽에 임진왜란 때 피난을 온 사람이 적어 놓은 붓글씨가 있는 점을 고려해 보면 그 이전부터 이 동굴의 존재가 외부에 알려졌던 것으로 보인다.
또 이 동굴이 의병의 은신처로 사용됐다는 얘기도 구전되고 있다.
지역주민들은 국가변란 때마다 피난처로 사용되던 이 동굴이 금대봉의 용수골에 자리잡고 있다는 이유로 ‘용소굴’ 또는 ‘용수굴’로 부르기도 했다.
이후 과거 주소지 등을 고려해 용연동굴이란 정식 명칭이 붙었다.
이 동굴에 용이 살았다는 전설도 전해져 내려온다.

 

용연동굴 내부의 동굴산호.<태백시 제공>


동굴 내부의 평평하고 넓은 자리에 ‘용의 침실’이란 명칭이 붙여진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용연동굴은 1980년 2월 26일 강원도 지방기념물 제39호로 지정됐다.
1993년 4월 동굴 개발 계획을 확정한 태백시는 이듬해 강원도로부터 문화재 공개 허가를 받아 본격적인 공사에 착수해 1997년 11월 동굴을 일반인들에게 개방했다.
동굴 내부에 버블분수와 리듬분수, 화분분수, 안개분수, 인공폭포 등 내부 볼거리를 확충하고, 인근에 소형 84대, 대형 26대를 동시에 주차할 수 있는 주차장도 마련했다.
용연동굴의 총 연장은 843m로 이중 관람구간은 826m다.
 

용연동굴 내부의 석순.<태백시 제공>

 
용연동굴이 자리잡고 있는 지역은 석회암 지대다.
이 지역엔 약 4억8000만년 전인 하부고생대 오르도비스기 조선누층군 막골층에 퇴적된 석회암이 널리 분포하고 있다.
용연동굴은 이 석회암 내에 발달하고 있는 전형적인 석회동굴이다.
이 동굴의 주 통로 길이는 약 448m에 달한다.
지굴의 총 길이는 395m다.
수평 동굴인 용연동굴은 석회암의 층리면과 암석 내부에 발달한 절리면을 따라 지하수가 여러 지점으로부터 유입되면서 형성됐다.
이후에 동굴바닥을 흐르는 지하수의 침식작용에 의해 동굴이 확장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 동굴은 전체적으로 큰 광장에서 몇개의 지굴이 연결되어 있는 형태를 갖추고 있다.
동굴 내부의 연평균 기온은 9.1~11.9도, 습도는 55~70%다.

 

용연동굴 내부의 동굴생성물.<태백시 제공>

 

안전모를 쓰고 좁고 낮은 관찰로를 따라 동굴내부로 들어가면 즐비하게 늘어선 종유석, 종유관, 석주, 커튼, 동굴진주, 에그후라이형석순, 휴석, 석화, 유석 등의 각종 동굴생성물을 살펴볼 수 있다.
동굴 중앙 내부에는 폭 50m, 길이 130m의 대형광장이 자리잡고 있다.
조명에 비친 각종 리듬분수는 기묘한 형태의 각종 동굴생성물과 절묘한 조화를 이뤄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특이한 형상의 동굴생성물과 내부 구조물엔 ‘오형제바위’, ‘독불장군’, ‘박쥐의 고성’, ‘용의 침실’, ‘지옥문’, ‘죠스의 무덤’, ‘용의 목젖’, ‘천상칠계단’ 등 톡톡 튀는 이름이 붙어 있다.
동굴 생물도 다양하다.
용연동굴 내부엔 우리나라 각 동굴속에 널리 분포하는 관박쥐 등 38종의 동굴생물이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용연동굴 내부의 박쥐화석.<태백시 제공>


1966년 4월 한일 합동 동굴조사 때 동양에서는 처음으로 초동굴성갑층, 긴다리 장님좀딱정벌레, 용연옛새우, 장님굴가시톡토기 등 6종의 신종 생물이 발견돼 학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몸 길이가 2~2.5㎜ 가량인 장님굴가시톡토기는 가장 원시적인 곤충이다.
눈과 날개가 없는 이 곤충은 가시모양의 돌기가 나 있어 이것으로 톡톡 뛰어다닌다.

용연동굴 주변엔 볼거리가 많다.
그 대표적인 곳이 추전역(杻田驛)과 대덕산ㆍ금대봉 생태경관 보전지역이다.
해발 855m에 위치한 추전역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열차역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는 곳이다.
1973년 세워진 이 역은 5·16후 국토건설단원들이 동원돼 건설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인근 싸리밭골 언덕엔 추전역 탑이 세워져 있다.
무연탄을 실어 나르는 열차만 가끔 멈춰 서던 곳이었으나 1998년 눈꽃 열차가 운행되면서 명소로 떠올랐다.

 

주차장과 용연동굴을 오가는 용연열차.<태백시 제공>


이후 많은 관광객들이 찾아 한적한 역사 풍경을 즐기고 있다.
대덕산ㆍ금대봉 생태ㆍ경관보전지역은 봄철 천상화원을 이루는 곳이다.
환경부는 1993년 4월 금대봉(1418.1m)과 대덕산(1307.1m) 일대 4.2㎢를 생태·경관 보전지역으로 지정했다.
이곳엔 학계에 처음 보고된 대성쓴풀을 비롯한 1000여종 식물과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참매, 새매, 검독수리 등 조류 53종이 서식하고 있다.
이뿐 아니라 한국미기록종인 방패벌레, 그림날개나방, 꽃등에, 꽃파리, 맵시벌 등 107종의 곤충류가 서식해 자연생태의 보고로 여겨지고 있다.
대덕산ㆍ금대봉 생태ㆍ경관보전지역을 탐방하기 위해서는 인터넷을 통해 사전에 예약을 해야한다.
태백시는 야생 동·식물을 보호하기 위해 하루 탐방인원을 300명으로 제한하고 있다. 

 

금대봉 야생화 군락지.<태백시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