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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의 명산

전설이 살아 숨쉬는 원주 치악산

가을 단풍과 겨울 설경이 비경인 강원 원주시 치악산.

1984년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치악산은 태백산맥에서 남서쪽으로 갈라진 차령산맥 줄기에 솟아 있는 명산이다.

치악산의 주봉은 비로봉이다.

그 모양이 시루를 엎어놓은 것 같다 해 ‘시루봉’으로 불리기도 한다.

비로봉의 높이는 해발 1288m.

 

 

인근 구룡사 자리에 살던 9마리의 용 가운데 마지막 용이 머물렀다는 전설이 내려오는 치악산 구룡폭포. <원주시 제공>

 

정상에 오르면 원주의 한 주민이 치악산 산신령의 계시를 받아 쌓았다는 신선탑·용왕탑·칠성탑 등 3개의 미륵불탑이 지친 몸을 반긴다.

정상에서는 원주·횡성뿐 아니라 영월 지역까지 한 눈에 들어온다.

비로봉을 중심으로 남대봉·향로봉·매화산·삼봉 등 해발 1000m가 넘는 고봉들이 거대한 능선을 이룬다.

쉽게 넘을 수 없는 장벽처럼 느껴지는 압도적인 산세 속엔 구룡사 큰골, 부곡분지, 상원골 등의 깊은 구렁이 형성돼 있다.

북쪽·서쪽 능선은 가파른 편이나 남동쪽은 비교적 완만하다.

원주의 진산인 치악산엔 골짜기마다 전설이 살아 있다.

치악산은 예부터 산세가 뛰어나고 험할 뿐 아니라 가을 단풍이 아름다워 동악명산(東岳名山) 또는 적악산(赤岳山)으로 불렸다.

이후 치악산 남대봉 아래 자리잡고 있는 상원사에 전해 내려오는 ‘은혜를 갚은 꿩’의 설화 때문에 꿩 치(雉)자를 써 치악산으로 불리게 됐다.

자신을 구해준 한 선비를 살리기 위해 상원사의 종을 머리로 들이받아 세번 울린 후 죽어간 꿩의 보은설화는 산신각의 벽화로도 남아있다.

상원사는 신라 의상대사가 창건한 유서 깊은 고찰로 대웅전 앞 쌍탑은 고려 석탑의 양식을 따르고 있으며 지방유형문화재 제25호로 지정돼 있다.

상원골 입구 성남리에는 천연기념물 제93호인 성황림이 있다.

 

 

치악산 주봉인 비로봉 너머로 원주 시가지가 희미하게 보인다 <원주시 제공>

 

치악산에는 한때 70여개의 사찰이 있었으나 지금은 구룡사·상원사·국향사·보문사·입석사 등 몇 곳만 남아 있다.

구룡사는 신라말기 도선국사, 고려말 무학대사, 조선 중엽 사명대사 등 고승들의 수도처로 지방문화재 제145호인 보광루를 비롯, 범종각·삼성각·사천왕문·원통문 등 많은 건축물이 남아있다.

보광루의 짚으로 만든 멍석은 세 사람이 3개월에 걸쳐 완성했다는 국내 최대의 멍석이다. 이밖에 구룡사 방면에는 구룡폭포를 비롯, 거북바위·범바위·용바위 등 명소가 많다.

사찰 부근엔 조선조 때 궁궐을 짓는 데 쓰였던 노송들이 군락을 이뤄 벌목을 금하던 황장금표(黃腸禁標)가 아직까지 남아 있다.

폭포 물줄기와 어우러진 이곳의 단풍길은 압권이다.

한 폭의 동양화를 연상시킨다.

남대봉 서쪽 기슭에 위치한 영원산성과 해미산성·금두산성지 등도 빼놓을 수 없는 유적들이다.

영원산성은 신라 문무왕 또는 신문왕 때 축조한 것으로 전해지며 임진왜란 때 원주목사 김제갑이 왜적을 맞아 싸웠던 유서깊은 곳이다.

이 곳에선 최근 당시 군사들이 쓰던 솥이나 숟가락 등의 유물이 발굴되고 있다.

초겨울 치악산 정상 일대는 설화(雪花)와 나무에 내린 서리가 얼어붙어 빛을 발하는 상고대가 장관을 이룬다.

일부 산악인들이 겨울에 꼭 찾아야 할 산으로 치악산을 꼽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수도권과 인접해 있어 가족과 함께 1일 탐방에 나설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최승현기자 cshdmz@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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