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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의 명산

소양호에 발 담근 오봉산

 강원 춘천시 북산면과 화천군 간동면에 걸쳐 있는 오봉산(五峰山)은 암봉 타기의 묘미와 호수의 정취를 함께 느낄 수 있는 곳이다.
 국내에 몇 안되는 호반 산행지이다.
 해발 779m인 이 산은 내륙의 바다로 일컬어지는 ‘소양호’에 발을 담근 듯한 형상을 하고 있다.
 이 때문에 ‘소양호의 전망대’란 별칭도 붙었다.
 인접한 백두대간의 고산준령에 비해 산세는 그리 크지도, 웅장하지도 않다.
 하지만 거대한 암봉과 노송, 푸른 호수 등이 절묘하게 어우러져 연출하는 풍광만큼은 그야말로 장관이다.
 특히 아름다운 계곡미를 갖추고 있는 데다 수도권에서 2시간 거리여서 등산 동호인들로부터 각광 받고 있는 산이다.

 

 

아홉가지 소리를 내며 힘찬 물줄기를 쏟아낸다는 오봉산의 구성폭포<춘천시 제공>


 다섯개의 암봉이 연이어 솟아 있는 모습에서 이름이 유래한 이 산은 예전에 경운산(慶雲山)으로 불리기도 했다.
 배후령에서 주능선을 따라 이어진 나한봉·관음봉·문수봉·보현봉·비로봉이 바로 ‘5봉’이다.
 수직 절벽 위 암릉길 곳곳에 어렵사리 버티고 서 있는 노송들은 마치 신선이 한 폭의 동양화 속을 노니는 듯한 몽환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조망이 가장 좋은 곳은 제4봉인 보현봉 주변이다.
 이곳에 오르면 사명산을 비롯해 가리산·병풍산·대룡산·금병산 등 주변 명산의 산줄기가 한눈에 들어온다.
 멀리 북쪽으로 보이는 화천 오음리 분지의 모습은 평온함을 되찾게 한다.
 그리고 발 아래로 펼쳐진 소양호의 아름다운 자태는 탄성을 자아낸다.
 보현봉에서 잠시 휴식한 뒤 숲길을 따라 10분 정도 가면 정상인 비로봉이 나타난다.
 숲에 가려 조망은 그리 좋지 않다.
 그러나 정상에서 남쪽 청평사 방면으로 내려오는 암릉길 코스의 풍광은 단연 압권이다.
 절벽이 많고 경사 또한 만만치 않아 긴장감을 더하나 비경을 간직한 선동계곡과 구멍바위, 망부석바위 등 기암괴석이 산재해 있어 오봉산 산행의 백미로 꼽히는 곳이다.
 하산길 내내 청량감을 더하는 소양호를 바라볼 수 있는 것도 또 하나의 즐거움이다.
 산행 말미에는 오봉산을 병풍삼아 소양호 변에 살포시 자리잡고 있는 ‘청평사’ 관람도 빼놓지 말아야 한다.

 

 

청평사 회전문 <경향 DB>


 고려 광종 24년(973) 영현선사가 창건한 천년고찰인 청평사에는 보물 제164호인 회전문(廻轉門)과 오봉산의 그림자가 드리워진다는 영지(影池), 삼층석탑(강원문화재자료 8호), 수령 800년 된 주목, 공주굴, 공주탕 등 볼거리가 많다.
 회전(廻轉)은 ‘윤회전생’(輪廻轉生)의 줄임말로, 중생들에게 윤회의 이치를 깨우치기 위해 회전문을 만들었음을 시사한다.
 문화유산 해설사가 관광객들에게 들려주는 ‘공주와 상사뱀’ 설화는 이 절에 대한 흥미를 한층 더해준다.
 “옛날 중국에서 공주를 사랑하다 왕에게 발각돼 처형된 평민이 ‘상사뱀’으로 환생, 공주의 몸을 감싸고는 떨어지지 않았다. 주변사람들의 권유로 청평사를 찾은 공주가 기도를 올리자 회전문을 통과하던 뱀은 갑자기 쏟아진 폭우에 떠내려가 죽고 말았고 그 공주가 부처님 은공에 감사드리기 위해 삼층석탑을 세웠다.”

 

 

강원도 춘천 청평사 가는 길에 설치된 공주와 상사뱀 설화와 관련된 조형물 <춘천시 제공>


 이후 공주가 노숙했던 동굴은 ‘공주굴’로, 목욕을 했던 웅덩이는 ‘공주탕’, 삼층석탑은 ‘공주탑’이라 불리게 됐다고 한다.
 이밖에 수직절벽 가운데로 아홉가지 소리를 내며 힘찬 물줄기를 쏟아낸다는 청평사 오름길의 구성폭포는 산행후 피로를 말끔이 씻어준다.
 청평사 산행은 귀갓길에 유람선을 타고 나오며 소양호의 경치도 즐길 수 있어 일석이조다.


◇등산은 이렇게
 오봉산은 결코 얕잡아볼 산이 아니다.
 그리 높지 않은 산이지만 깎아지른 듯한 벼랑이 많은 데다 굴곡도 심해 등반할 때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60도 정도 급경사 절벽을 기어 올라야 하는 구간도 있다. 위험 구간에 철주와 쇠줄이 설치돼 있긴 하나 발 디딜 곳을 신중히 찾지 않으면 자칫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비나 눈이 오는 날에는 매우 미끄러우니 가급적 산행을 피하는 게 좋다.
 등반 시간은 코스별로 다소 차이가 있으나 대략 3시간20분~5시간10분 정도 걸린다.
 대표적인 등반코스는 △배후령~서남릉 삼거리~정상~688봉 남쪽 능선삼거리~청평사(4시간15분) △청평산장~청평사~쇠줄지역~688봉~정상~서남릉 삼거리~배후령(4시간35분) △배후령~서남릉 삼거리~정상~백치고개~부용산~부용산 남릉 안부~하늘소 민박(5시간10분) △백치고개~거북바위~선동계곡~청평사~청평산장(3시간20분) 등이다.
 대다수 초심자들은 이 중 배후령을 들머리로 하는 코스를 선호한다.
 표고차가 크지 않아 비교적 쉽게 정상에 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배후령~청평사 구간은 도로포장이 돼 있어 차량을 두고 이동하기 편한 장점도 있다.
 오봉산 주변에는 산행 후 둘러볼 만한 곳이 많다.
 소양호 한가운데에 있는 소양예술농원을 비롯해 추곡약수, 춘천·의암·소양댐, 집다리골자연휴양림, 막국수체험박물관, 인형·애니메이션박물관, 고슴도치섬 등이다.
 귀갓길에 춘천 명동의 닭갈비 골목을 찾으면 별미도 맛볼 수 있다.
 생닭을 저며 양념에 재웠다가 야채를 넣고 함께 철판에 볶아내는 닭갈비 맛이 일품이다.

 

 


 서울 등 수도권에서 승용차로 오봉산을 가려면 경춘국도를 이용, 청평~강촌~춘천역~소양2교~양구방면 우회전~천전리~배후령~간척사거리 우회전~청평사 유원지 코스를 따라 진입하면 된다.
 영남 지방에서는 중앙고속도로를 따라 춘천으로 오면 되고, 호남·충청지역에서는 중부고속도로 하남분기점~팔당대교~경춘국도 코스를 이용하면 된다.

 경향신문 최승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