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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의 관광 이야기

쓰레기 버리면 발병난다?

10월이면 해발 1119m의 강원 정선군 남면 민둥산 정상 일원은 은빛세계로 변신합니다.
100만여㎡에 달하는 억새가 은빛 물결을 일으킬 때면 탄성이 절로 나옵니다.
그야말로 장관 입니다.
전국 최대 규모의 억새 군락지인 민둥산에 매년 가을 30만명 이상의 관광객들이 찾고 있는 것도 바로 이 때문입니다.
정선군은 올해 10억여원 사업비를 들여 억새 증식사업을 벌이는 한편 관광객들의 편의를 위해 등산로도 대대적으로 정비했습니다.
정선군 남면 무릉리 능전마을 주차장~화암약수 약수교까지 13.4㎞에 걸쳐 민둥산 숲길 조성사업도 벌였습니다.
민둥산 약수골 숲길에는 목계단과 돌계단, 이정표를 설치하고 안내판도 정비됐습니다.
억새 군락지를 보다 편안하고, 안전하게 감상할 수 있도록 이같은 조치를 취한 것입니다.
이처럼 민둥산 일원이 정비되자 보다 많은 관광객들이 은빛 물결의 향연을 보기 위해 몰려들고 있습니다.

 

정선군 남면 민둥산.<정선군 제공>

 

하지만 변하지 않은 것이 있습니다.
바로 일부 몰지각한 관광객의 쓰레기 무단투기 행태입니다.
이로인해 민둥산 일원은 올해도 어김없이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고 합니다.
40~50대의 관광차가 몰려든 주말과 휴일에는 민둥산 등산로 입구 간이화장실과 후미진 등산로 주변 곳곳엔 관광객과 등반객들이 버린 것으로 보이는 1회용품과 검은 비닐봉지, 음식물찌꺼기 등이 널려 있습니다.
환경정화요원들이 이를 치우느라 비지땀을 흘리기 일쑤입니다.
정상에 버려진 쓰레기를 수거해 내려오다 보면 온몸이 땀으로 젖는다고 합니다.
이들은 “쓰레기 투기를 막기 위해 안내를 계속하고 있으나 일부 관광객들은 제대로 말을 듣지 않는다”고 푸념합니다.

 

정선 민둥산.<정선군 제공>


최근 민둥산 일원 등산로 곳곳에서 하루평균 100리터 짜리 쓰레기통투 30~40개 분량의 각종 쓰레기 수거되고 있습니다.
정선군은 억새꽃축제가 열리는 기간 동안 환경정화요원 10여명을 등산로 주변에 집중 배치해 등반객들이 버리고 간 쓰레기를 수거하고 있으나 5000~1만명 가량의 인파가 한꺼번에 밀려드는 휴일과 주말엔 역부족이라고 합니다.
특히 억새꽃축제가 시작된 이후 매주 5t차량 1대분 이상의 쓰레기가 쏟아지고 있는 상태 입니다.
이처럼 쓰레기 투기가 반복되자 정선군은 민둥산 주요 등산로와 이동식 화장실 주변 20여개소에 이색적인 안내간판까지 내걸었습니다.

 

민둥산 일원에 설치된 이색적인 쓰레기투기 방지 안내판.<정선군 제공>


이 안내판엔 ‘나를(쓰레기) 버리고 가시는 님은 십 리도 못 가서 발병난다’란 문구가 적혀 있습니다.
‘쓰레기 무단투기 금지’, ‘과태료 부과’와 같이 그동안 많이 사용됐던 명령적·강제적 홍보문구들과는 전혀 다른 느낌을 줍니다.
정선군이 반감을 주지 않으면서도 관심을 끌수 있는 안내판 제작을 고심하던 끝에 아리랑 가사를 인용한 안내판을 설치한 것입니다.
아리랑 발상지인 정선에 참 어울리는 안내판 같습니다.
정선군은 전국 5대 억새 군락지중 최고인 민둥산을 찾은 관광객들이 아리랑 가사를 인용한 홍보문을 보고 즐거운 마음으로 쓰레기를 되가져 가길 바라고 있습니다.

 

민둥산 일원에 설치된 이색적인 쓰레기투기 방지 안내판.<정선군 제공>


하지만 이처럼 부드러우면서도 재치 있는 문구가 적힌 안내판이 설치된 이후에도 일부 관광객들의 쓰레기 투기는 계속 되고 있습니다.
아직도 별다른 의식 없이 쓰레기를 버리는 사람들이 많다는 얘깁니다.
언제까지 이같은 일이 반복되야 할까요.
민둥산 곳곳이 무심코 버린 쓰레기로 오염된다면 억새의 은빛 향연도 그 빛을 바랠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안내판에 적힌 문구처럼 아름다운 자연속에 쓰레기를 버렸다고 해서 정말 발병은 나지 않겠지만 아마도 마음 한켠은 무거울 겁니다.
장관을 연출한 억새를 보고, 일상으로 돌아가는 길에 마음 또한 가벼우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머문 자리가 아름다워야 하지 않겠습니까?
하산을 할땐 꼭 주변을 다시한번 둘러봐 주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