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태백시 삼방동은 1970~1980년대 세트장을 방불케 합니다.
 석탄산업이 호황이던 탄광촌의 시계가 1980년대에 멈췄기 때문입니다.

 

삼방동으로 향하는 관광객들.<태백시 제공>


 한때 ‘지나가는 개도 1만원짜리 지폐를 물고 다녔다’는 말이 회자될 정도로 번성했던 마을은 30여년만에 쇠락한 폐광촌으로 바뀌었지습니다.
 산비탈에 터를 잡고 위태롭게 서 있는 판잣집은 낡고, 허름한 모습입니다.

 

최근 관광객으로 북적이는 철암역사.<태백시 제공>

 

 과거 탄광 사택이 몰려 있던 삼방동의 골목은 비좁은 미로와 같습니다.
 탄광 호황기의 영화는 담벼락에 그려진 벽화에만 남아 있습니다.
 마을 인근엔 철암역이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이 역은 국가등록문화재 21호인 철암역두선탄장을 끼고 있습니다.
 영화 <인정사정 볼 것 없다>에서 박중훈과 안성기가 ‘맞짱’을 뜬 바로 그곳입니다.
 폐광후 흥청대던 유흥가와 식당은 모두 사라졌습니다.
 삼방동을 지키고 있는 노인들은 열흘에 한번 서는 장날이 되야 인기척이 들렸다고 말합니다.

 

 

태백시 삼방동 벽화골목에서 숨은 그림을 찾고 있는 관광객들.<태백시 제공>


 적막함이 감돌던 이 폐광촌 마을에 최근 외지인들이 몰려들기 시작했습니다.
 태백시가 태백 철암역과 경북 봉화 분천역 사이 27.7㎞ 구간을 운행하는 ‘백두대간 협곡열차’ 탑승객을 대상으로 ‘삼방동 미로마을 숨은 그림 찾기’ 체험상품을 선보인 것이 계기가 됐습니다.
 협곡열차 이용객들이 철암역에서 열차를 기다릴 동안 무료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배려차원에서 만들어진 이 프로그램은 예상과 달리 큰 호응을 얻고 있습니다.
 거미줄처럼 얽히고 설켜 있는 삼방동 미로마을의 골목길(1㎞) 담장 곳곳엔 다양한 벽화가 그려져 있습니다.
 대부분이 탄광 호황기 광산근로자들의 생활상과 애환을 담은 그림들 입니다.
 민족미술인협회 태백지부가 지난해 그린 벽화 속에는 돼지 등 11종의 동물 그림이 숨어 있습니다.
 태백시는 이중 8개 이상의 동물 그림을 찾는 협곡열차 탑승객들에게 연탄 모양의 지우개를 선물합니다.
 80년대로 추억여행을 온 외지 관광객들이 보물찾기를 하는 셈이죠.

 

 

삼방동 전망대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관광객들.<태백시 제공>


 첫 이벤트가 열린 지난 4일엔 200여명의 관광객이 삼방동 미로마을을 찾아 골목길을 누비며 숨은 그림을 찾았습니다.
 이중 50여명의 관광객이 기념품을 받았다고 합니다.
 관광객들은 마을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우물에서 두레박 체험을 하며 즐거운 한때를 보냈습니다.
 이곳에 상주하는 해설사는 신이난듯 마을의 역사와 지역 명소에 대한 설명을 늘어 놓습니다.

 

 

삼방동에서 두레박 체험을 하고 있는 관광객.<태백시 제공>

 

 관광객들은 동물그림을 발견하면 ‘심봤다’를 외치며 스마트폰 등으로 인증 샷을 찍는데 열중 합니다.
 마치 광원들이 검은 노다지로 불리우는 탄맥을 발견했을 때 처럼 기뻐하는 모습들입니다.
 한껏 고무된 태백시는 금명간 관광객들이 철암마을을 도화지에 직접 그려보는 ‘철암 그리기 체험행사’도 마련할 계획 이라고 합니다.

 

 

숨은그림찾기 선물인 연탄지우개<태백시 제공>


 삼방동 미로는 단순히 옛 골목길이 아닙니다.
 산업역군인 광원들의 애환을 이해할 수 있는 역사의 길이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삼방동의 사례는 추억에 문화를 입히면 낡고 작은 마을도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명소가 될 수 있음을 다시한번 깨닫게 합니다.
 인파가 북적이는 곳이 싫다면 가족과 함께 추억여행을 떠나 보면 어떨까요.

  영화 <인정사정 볼것 없다>의 주요 장면을 다시 한번 찾아보고 이곳을 방문하면 더 좋을 듯 합니다.

Posted by 경향 최승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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