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정선군 신동읍 조동리는 해발 850m의 산골마을이다.
 평범한 고랭지 채소 단지였던 이 마을이 유명세를 타기 시작한 건 영화배우 차태현과 전지현 때문이다.
 신동읍 새비재는 2001년 450만 관람객을 동원했던 코믹멜로 영화 <엽기적인 그녀>의 촬영지다.
 젊은이들의 유쾌한 사랑이야기를 그린 <엽기적인 그녀>에서 주인공인 차태현과 전지현이 재회를 약속하며 상대방에게 쓴 편지를 소나무 밑에 묻는다. 이곳이 바로 신동읍 새비재다.
 새비재는 새가 날아가는 형상을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경사진 고갯마루에 오롯하게 서 있는 소나무 한 그루는 산아래까지 펼쳐진 풀밭과 절묘한 조화를 이루며 이색적인 풍광을 연출한다.

 

새비재 타임캡슐공원 전경<정선군 제공>


 이 소나무의 별칭은 엽기소나무다.
 물론 영화 때문이다.
 <엽기적인 그녀>가 개봉된 2001이후 새비재엔 연간 3000~4000명 가량의 국내외 관광객들이 몰렸다.
 영화속 장면을 재연하며 사랑을 약속하는 연인들이 주를 이뤘다.
 ‘엽기적인 그녀’가 서 있던 바로 그 소나무 아래서 미래를 약속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이처럼 관광객이 몰려들자 정선군은 영화 속 주인공인 견우(차태현)와 엽기적인 그녀(전지현)가 새비재의 소나무 아래 묻어둔 타임캡슐을 개봉하는 스토리를 토대로 관광자원화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정선군은 지난 2006년부터 35억원을 들여 신동읍 조동리 새비재 일원 4만2807㎡ 부지에 ‘타임캡슐 공원’을 조성하기 시작했다.
 이 공원은 5년간의 공사끝에 지난 2011년 6월 개장했다.

 


 이곳엔 속칭 엽기소나무를 중심으로 12개의 달을 형상화한 자리에 5868개의 타임캡슐이 묻혀 있다.
 타임캡슐은 100일과 1년, 2년, 3년 등 기간별로 임대된다.
 대여료는 임대기간에 따라 차이가 있으나 1만~4만원선이다.
 타임캡슐 판매도 이뤄지고 있다.
 100일 기준 4만원, 1년 5만원, 2년 6만원, 3년 7만원이다.
 판매의 경우 기간이 완료되면 타임캡슐 자체를 소유할 수 있다.
 타임캡슐은 손바닥 한 뼘 크기다.
 계약을 마친 관광객들은 대리석 뚜껑을 열고 타임캡슐에 편지나 물품 등을 넣어 보관할 수 있다.
 이 공원은 소나무와 전나무가 우거져 있는 데다 탁 트인 전망이 일품이다.
 공원 주변에 소나무를 배경으로 한 포토존도 마련돼 있다.
 정선군은 타임캡슐공원이 산속에 위치해 관광객 방문이 예상보다 저조하자 화암관광단지와 레일바이크시설 이용객을 대상으로 리플릿을 배부하는 등 홍보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새비재 타임캡슐공원 전경<정선군 제공>


 3년여전부터 고랭지 채소 대체작목으로 청정 미나리를 재배하기 시작한 새비재 마을 주민들도 영화 엽기적인 그녀의 배경이 된 소나무와 타임캡슐공원이 위치해 있는 점을 고려, 관광객 유치를 통한 농외소득을 기대하는 표정이다.
 새비재를 거쳐 정선아리랑 발상지인 거칠현동, 애정편의 무대 아우라지 등을 둘러보는 것도 좋다.
 사람들은 보통 과거와 현재 보다 밝은 미래를 꿈꾼다.
 하지만 살다보면 ‘예전이 좋았다’는 말을 자주 하게된다.
 결코 현실이 녹록치 않기 때문일 것이다.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 과거의 아련한 기억을 더욱 아름답게 포장하는지도 모른다.
 ‘사람은 추억을 먹고 산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사랑하는 이의 손을 잡고 새비재를 찾아 추억의 한페이지를 만들어 봐도 좋을듯 싶다.
 경향신문 최승현기자

Posted by 경향 최승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