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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의 생태 이야기

폭설로 야생동물 수난

최근 강원 영동지역에 내린 폭설로 인해 먹이를 구하지 못한 산양이 탈진하는 등 야생동물이 수난을 당하고 있습니다.
지난 13일부터 17일까지 폭설이 내린 고성 진부령 일원에선 천연기념물 217호인 산양 5마리와 노루 등 야생동물 12마리를 구조됐습니다.
한국멸종위기야생동식물보호협회 고성지회 회원들이 폭설을 뚫고 고립돼 있던 이들 야생동물을 구조한 것입니다.

 

폭설에 갇힌 산양.<원주지방환경청 제공>

 


천연기념물 제217호인 산양은 과거 우리나라 산악지대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동물이었습니다.
하지만 관절에 좋다는 속설이 퍼져 밀렵이 성행하면서 개체수가 크게 줄어들고 말았죠.
급기야 멸종 위기종으로 지정될 정도로 이젠 그야말로 귀한 존재가 됐습니다.
산양의 개체수는 설악산 200여마리, 오대산 20여마리 월악산에 40여마리가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밖에 비무장지대(DMZ) 등 접경지대에도 400여마리의 산양이 살고 있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렇게 귀한 산양이 폭설에 희생을 당할 처지에 내몰리고 있습니다.

 

폭설에 갇힌 산양.<원주지방환경청 제공>


지난해 겨울에도 8마리의 산양이 먹이를 구하지 못하고 탈진해 희생된 바 있습니다.
올해 영동지역에 내린 폭설이 103년만의 최장 폭설이라고 하니 우려가 더 커집니다.
눈이 녹은 후에 산양의 사체가 발견될 가능성이 그만큼 큰 셈입니다.
이번 폭설로 죽은 노루 사체 등이 잇따라 발견되는 것을 보면 충분히 짐작이 가능한 얘깁니다.
지난 13일 정선지역에서도 탈진한 독수리가 구조되기도 했습니다.
아직까지 설악산 고지대 등엔 2m에 가까운 눈이 쌓여 있어 먹이를 구하지 못한 산양 등 멸종위기종의 피해가 우려되고 있습니다.
원주지방환경청은 “매년 실시한 먹이주기 행사가 조류인플루엔자(AI) 사태로 취소돼 먹이가 부족한 상태에서 폭설까지 겹쳐 야생동물들이 수난을 당학 있다”며 “눈에 고립되거나 탈진한 야생동물을 발견하면 야생동물보호단체나 자치단체 등에 신고해 달라”고 당부하고 있습니다.
또 “산양 등 천연기념물을 불법으로 포획하면 3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고 덧붙였습니다.

 

산양 분포도.<원주지방환경청 제공>


폭설로 인해 먹이를 구하지 못한 야생동물이 민가주변으로 내려오는 일이 잦아지다 보니 뜻하지 않은 사고도 발생하고 있습니다.
지난 16일에는 양양군 현북면 장리에서 눈을 치우던 중 멧돼지에 허벅지를 물린 50대 남자가 소방헬기로 후송되기도 했습니다.
최씨는 허벅지에 부상을 입기는 했으나 응급처치를 받아 생명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사람과 야생동물만 폭설로 인해 피해를 입는 것은 아닙니다.

 

설해 피해목.<강릉시 제공>


수목도 수난을 당하기 마찬가지 입니다.
지난 16일 강릉 오죽헌 내에 있던 수백년 된 소나무가 눈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쓰러졌습니다.
동해시에서만 각종 수목 78본이 폭설 피해를 봤다고 합니다.
각종 문화재 복원에 쓰이고 있는 영동지역의 금강송도 폭설로 인해 많은 피해를 당했을 겁니다.
이번 폭설이 남긴 생채기가 적지 않은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