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강원도의 생태 이야기

북한강 어민 울리는 '배스'

지난 16일 강원도 화천군 붕어섬 일원엔 동력선들이 줄지어 나타났습니다.
 좀처럼 볼 수 없었던 풍경입니다.
 동력선을 이끌고 나타난 이들은 화천청년회의소에서 주최한 ‘제6회 화천평화배 전국배스낚시 페스티벌’에 참가한 조사들입니다.
 이번 낚시대회엔 동력선 120명, 워킹 450명이 참가했습니다.
 이번 대회의 총 상금은 1450만원에 달합니다.
 동력선 부문 1위는 상패와 상금 400만원, 워킹 부문 1위는 상패와 상금 200만원을 받았습니다.
 비교적 상금 규모가 큰 편입니다.

 

16일 화천군 붕어섬 일원에서 열린 ‘제6회 화천평화배 전국배스낚시 페스티벌’ 참가자들이 동력선을 타고 배스낚시를 하고 있다.<화천군 제공>

 

 화천청년회의소가 거액의 상금을 걸고 대회를 개최하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토종 물고기의 씨가 말리고 있는 배스도 퇴치하고, 많은 꾼들을 참여시켜 지역경제도 활성화 하자는 취지입니다.

 

16일 화천군 붕어섬 일원에서 열린 ‘제6회 화천평화배 전국배스낚시 페스티벌’ 참가자들이 동력선을 타고 배스낚시를 하고 있다.<화천군 제공>

 

16일 화천군 붕어섬 일원에서 열린 ‘제6회 화천평화배 전국배스낚시 페스티벌’ 워킹부문 참가자들이 배스낚시를 하고 있다.<화천군 제공>

 

 북한강 상류인 춘천과 화천지역 내수면 어업인들은 여전히 맑고 푸른 물을 보면서도 한숨을 쉬는 일이 잦아졌습니다.
 수십년간 그물을 드리우고 각종 물고기를 잡던 삶의 터전을 외래 민물 어종인 ‘배스’에게 빼앗겼기 때문입니다.
 어민들은 “포식성이 강한 육식어종인 배스가 토종어류를 마구 잡아먹는 바람에 그물을 쳐도 걸리는 고기가 거의 없어 생계가 막막해 졌다”고 푸념하기 일쑤입니다.
 이들지역 어민들은 불과 7~8년전만 해도 정치망 그물을 설치해 놓고 1주일 후 걷어 올리면 보통 80~100㎏ 정도의 모래무지, 마자, 누치, 붕어, 잉어 등 각종 토종민물고기를 잡았다고 합니다.
 그러나 요즘엔 1주일에 4~5㎏을 잡기도 벅찬 상태입니다.
 “내수면 어업으로 어촌계원 1인당 연평균 4000~5000만원가량의 소득을 올렸으나 배스가 번성한 이후엔 1년에 1000만원 벌기도 힘들다”는 푸념도 이어집니다.
 대부분의 어촌계원들은 수입이 줄자 농사를 병행하며 생계를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배스는 1960~70년대 어민 소득증대와 양질의 단백질 공급을 통해 국민건강을 증진시킨다는 명분으로 블루길, 무지개송어 등과 함께 해외에서도입됐습니다.
 하지만 이 같은 예상은 크게 빗나가고 말았습니다.
 30여년 만에 북한강 상류까지 진출한 배스는 오히려 어민들의 생계를 위협하는 유해어종이 돼 버렸습니다.

 

‘제6회 화천평화배 전국배스낚시 페스티벌’ 시상식.<화천군 제공>


 상황이 이렇게 되자 자치단체도 바빠졌습니다.
 춘천시와 화천군은 수년전부터 별도 예산을 편성해 배스를 수매하고 있습니다.
 배스 1㎏에 3000~5000원(냉동, 활어 가격 차이 있음)을 주고 수매한 양만 수십t에 달합니다.
 어미 배스 1마리의 무게가 보통 350g인 점을 고려하면 20만마리 이상을 없앤 셈입니다.
 문제는 잡아내는 양보다 번식하는 개체수가 더 많다는 점입니다.
 배스 퇴치에 골머리를 앓고 있던 화천군은 ‘배스 어묵·탕수어’를 개발, 산천어축제 등을 통해 판매하고 ‘배스 액화퇴비’를 생산하는 등 활용도를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수매와 낚시대회 등을 통한 배스 퇴치에 한계가 있는 만큼 배스를 유용하게 쓸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돼야 자발적으로 많이 잡을 것이란 판단에 따른 것입니다.

 

 

자치단체에서 수매한 배스.

 춘천시는 10년전 외래어종인 ‘배스’를 퇴치하기 위해 ‘소양댐 쏘가리’를 투입하는 사업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쏘가리가 많이 서식하는 소양호엔 ‘배스’가 많지 않다는 점을 고려한 조치였습니다.
 당시 일부에서 쏘가리와 배스의 활동 영역이 달라 효과가 없을 것이란 반론도 제기했습니다.
 얼마나 급했으면 이런 방법까지 동원했을 까요.
 쏘가리는 공격적인 토종 육식성 물고기로 배스가 국내에 들어오기 전에는 민물의 최강자였습니다.
 북한강 전역을 휩쓸고 있는 배스.
 쏘가리와의 진검승부에서도 쉽사리 패할 것 같지 않은 배스를 퇴치할 묘안은 정말 없을까요.
 어민들의 사정이 워낙 딱하다 보니 ‘배스가 정력에 좋다’는 헛소문이라도 퍼졌으면 좋을 것 같은 생각도 해봅니다.
 아마 배스낚시 마니아들은 어처구니 없는 생각이라고 질타할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