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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의 축제

따뜻한 날씨로 겨울축제 줄줄이 연기

‘아시아 3대 겨울축제’로 자리 잡은 강원 화천군 산천어축제의 개막일이 1주일가량 전격 연기됐다.
예년보다 2~3도가량 높은 영상의 따뜻한 날씨가 이어진 데다 비까지 자주 내리면서 강물이 제대로 얼지 않은 탓이다.
산천어축제뿐 아니라 눈과 얼음낚시 등을 테마로 한 강원·경기 북부지역의 축제가 줄줄이 연기되거나 축소되고 있다.

 

강원 화천군 재난구조대 대원들이 2일 산천어축제 기간에 얼음낚시터로 이용될 화천천의 얼음 두께를 측정하고 있다. <화천군 제공>


화천군은 축제장인 화천천의 얼음 일부가 녹고, 당분간 따뜻한 날씨가 이어질 것으로 예보됨에 따라 당초 오는 7일부터 29일까지로 예정돼 있던 산천어축제를 오는 14일부터 2월5일까지 진행키로 결정했다.
2003년부터 시작된 산천어축제가 날씨 탓에 개막이 연기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화천천은 물의 흐름이 비교적 느리고 야산 골짜기에서 찬바람이 불어 얼음이 잘 어는 지형적 특성을 갖추고 있다.

 

강원 화천군 재난구조대 대원들이 2일 산천어축제 기간에 얼음낚시터로 이용될 화천천의 얼음 두께를 측정하고 있다. <화천군 제공>


예년보다 포근한 겨울날씨가 지속된 지난해에도 정상적으로 축제가 개최됐다.
하지만 이번 겨울에는 수차례에 걸쳐 60㎜ 이상의 비가 쏟아지면서 화천천의 얼음이 두께 10㎝ 정도까지 녹아 불가피하게 축제 일정을 조정할 수밖에 없게 됐다.
얼음낚시터 개장을 위해선 두께가 최소 20㎝ 이상이 돼야 하지만 최근의 화천천 얼음 두께는 10㎝ 안팎이다.

 

화천군재난구조대원이 2일 산천어축제 기간 동안 얼음낚시터로 이용될 화천천의 수중에 들어가 얼음두께를 측정하고 있다.<화천군 제공>


최문순 화천군수는 “보조여수로 등을 통해 화천천의 유속과 유량을 조절하고, 제설기로 얼음판에 눈까지 뿌리며 얼음 두께를 늘려보려 했지만 예상치 못한 폭우로 차질이 빚어지게 됐다”고 연기 배경을 설명했다.
눈과 얼음의 고장인 강원도가 따뜻한 겨울날씨로 인해 골머리를 앓고 있는 셈이다.
지난해 12월부터 겨울축제 준비에 분주한 나날을 보냈던 주민들은 자칫 축제 특수를 놓치지 않을까 우려하며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중국 하얼빈 빙등예술개발센터 관계자들이 강원 화천군 화천읍 하리 서화산 다목적광장에서 산천어축제의 주요 프로그램 중 하나인 ‘실내얼음조각광장’에 전시할 대형 얼음조각 작품을 만들고 있는 장면.


(재)대한자치행정연구원의 조사결과, ‘2016 산천어축제’에는 154만명의 관광객이 찾아 992억여원의 직접 경제효과와 2345명의 고용유발효과를 낸 것으로 분석됐다.
인구 2만6000여명의 59배에 달하는 관광객을 유치해 큰 성과를 거둔 화천주민들이 동장군이 맹위를 떨치길 기대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중국 하얼빈 빙등예술개발센터 관계자들이 강원 화천군 화천읍 하리 서화산 다목적광장에서 산천어축제의 주요 프로그램 중 하나인 ‘실내얼음조각광장’에 전시할 대형 얼음조각 작품을 만들고 있는 장면.


비록 따뜻한 날씨로 인해 산천어 얼음낚시를 즐길 수 있는 기회는 다소 미뤄졌으나 화천지역을 찾으면 여전히 볼거리가 많다.
강원 화천군 화천읍 하리 서화산 다목적 광장 내 1700㎡의 대형 실내 공간에 마련된 ‘실내얼음조각광장’은 지난달 24일부터 운영되고 있다.

 

중국 하얼빈 빙등예술개발센터 관계자들이 강원 화천군 화천읍 하리 서화산 다목적광장에서 산천어축제의 주요 프로그램 중 하나인 ‘실내얼음조각광장’에 전시할 대형 얼음조각 작품을 만들고 있는 장면.


실내얼음조각광장은 ‘화천 산천어축제’의 주요 프로그램 중 하나다.
이곳을 찾으면 중국 하얼빈 빙등예술개발센터 기술진 30여명이만든 수원 화성, 중국 막고굴, 요르단 페트라, 인도 로터스 사원, 캄보디아 앙코르와트 등 35점의 얼음조각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중국 하얼빈 빙등예술개발센터 관계자들이 강원 화천군 화천읍 하리 서화산 다목적광장에서 산천어축제의 주요 프로그램 중 하나인 ‘실내얼음조각광장’에 전시할 대형 얼음조각 작품을 만들고 있는 장면.


화천뿐 아니라 겨울축제를 준비하는 강원도 내 다른 자치단체도 비상이 걸렸다.
오는 6일 개막 예정이던 강원 홍천군 ‘홍천강꽁꽁축제’도 영상의 날씨가 이어지면서 오는 13일로 연기됐고, 지난달 31일 개막한 강원 평창 송어축제는 메인 프로그램인 얼음낚시를 제외한 채 운영 중이다.

 

강원 화천군 화천읍 하리 서화산 다목적광장 실내 공간에 마련된 ‘실내얼음조각광장’.

 

얼음낚시를 테마로 한 강원도 내 겨울축제의 원조 격인 ‘인제 빙어축제’ 일정이 이상고온에 따른 결빙 차질로 1주일 연기됐다.
인제군문화재단은 3일 긴급회의를 열고 오는 14일부터 남면 소양강 상류 부평지구 ‘빙어호’ 일원에서 개최할 예정이었던 ‘제17회 인제 빙어축제’를 오는 21일부터 30일까지 10일간 개최하기로 결정했다.

 

인제군 남면 시가지에 조성된 빙어등 터널. <인제군 제공>


인제군문화재단은 “관광객들의 안전을 위해 축제장의 얼음 두께가 25㎝이상 확보돼야 하지만 최근 기온이 영상을 웃돌면서 결빙이 제대로 되지 않아 불가피하게 축제를 연기하게 됐다”고 밝혔다.

또 “만약 결빙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대체시설과 콘텐츠, 체험 프로그램을 확대하는 등 날씨 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인제군 남면 시가지에 조성된 빙어등 터널. <인제군 제공>

 

인제군은 1998년부터 소양호 상류에서 빙어 얼음낚시와 겨울 레포츠를 테마로 한 ‘빙어축제’를 진행하며 매년 70만명가량의 관광객을 유치해 500억원 이상의 지역경제효과를 거둬왔다.
하지만 극심한 ‘가뭄’과 ‘이상고온’ 등의 영향으로 2015년과 지난해 2년 연속 축제를 개최하지 못했다.
이순선 인제군수는 “관광객들의 안전을 위해 불가피하게 인제빙어축제의 개막을 늦추게 됐다”며 “3년만에 열리는 축제인 만큼 더 내실 있고 풍성한 축제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인제군 남면 시가지에 조성된 빙어등 터널. <인제군 제공>

 

경기도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지난 1일부터 시작할 예정이던 가평군 ‘제8회 자라섬 씽씽 겨울축제’는 오는 6일로 개막일이 연기됐고, ‘안성 빙어축제’의 개장일도 지난달 24일에서 이달 중순 이후로 잠정 연기됐다.

가평읍상가번영회 관계자는 “일단 하천 상류 부근의 물을 빼기 위해 만든 물길인 여수로에서 송어를 낚는 프로그램을 진행한 후 결빙 상태가 좋아지면 얼음낚시를 병행하는 방법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