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감자바우 사람들

기금 100억원 돌파한 시골 장학회 탄생

강원도내에서 처음으로 기금 적립액이 100억원을 돌파한 장학회가 탄생했습니다.
인구 4만4명(2013년 12월 기준)에 불과한 정선군에서 생긴 일입니다.
대도시에서도 쉽게 찾을 수 없는 사례라고 합니다.
정선군은 올들어 정선장학회의 장학기금 규모가 총 102억을 넘어섰다고 밝혔습니다.
1987년 설립당시 9100만원으로 출발한 장학회의 몸집이 27년만에 100배 이상 커진 셈입니다.

 

NH농협은행 정선군지부(지부장 김상복)가 2014년 1월 13일 정선장학회를 방문, 최승준 정선군수(왼쪽)에게 지역인재 양성을 위해 써달라며 100만원의 장학금을 기탁했다.<정선군 제공>


정선군은 1980년대초까지 탄전도시로 번성했던 곳입니다.
하지만 석탄산업합리화 조치 이후 43개에 이르던 탄광이 모두 문을 닫으면서 30여년만에 평범한 농산촌으로 전락했습니다.
연도별 인구변화 추이만 봐도 이 지역이 얼마나 위축됐는지 쉽게 알 수 있습니다.
1978년 정선군의 인구는 13만 9892명에 달했습니다.
이후 1990년 8만8377명, 2001년 4만9111명, 2012년 말엔 3만9915명으로 급감했습니다.
올해 겨우 인구 4만명을 회복한 정도 입니다.
자치단체의 열악한 재정여건과 거주인구를 감안하면 장학금 기금 100억원 적립은 기적과 같은 일입니다.

 

정선수리취떡 영농조합법인 관계자들이 2013년 12월 24일 최승준 정선군수(완쪽 두번째)에게 장학금을 기탁하고 있다.<정선군 제공>


정선군이 장학사업에 열을 올린 이유는 단 한가지였습니다.
지역에 다시 활기를 불어 넣기 위해섭니다.
교육을 살려야 지역이 산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먼저 자치단체가 나섰습니다.
정선군이 빈약한 예산에도 불구하고 1997년부터 올해까지 모두 79억6300만원을 출연했습니다.
재정자립도가 23%에 불과한 상황에서 결코 쉽지 않은 일이죠.
지역 주민들과 사회단체들도 너나 할 것 없이 팔을 걷어붙였습니다.

 

정선 경동콘크리트(주) 윤정원 대표가 2013년 12월 27일 최승준 정선군수(왼쪽)에게 지역인재 양성을 위해 써달라며 3백만원의 장학금을 기탁하고 있다.<정선군 제공>


만두를 빚어 판매한 수익금을 장학금으로 기탁하는 노인회가 있는가 하면 경시대회 상금을 주저없이 내놓은 고교생들도 있었습니다.
그동안 장학기금 출연금에 동참한 지역주민만 4271명에 달합니다.
기관, 단체, 기업, 출향인사 등의 동참도 이어졌습니다.
이처럼 십시일반으로 모은 장학기금만 22억여원에 이릅니다.
정선군이 2010년부터 전국에서 처음으로 초·중·고 전면 무상급식을 시행한 이후 장학금 모금은 더욱 활발해 졌습니다.
일부 학부모들은 “정선군이 전면 무상급식을 시행하고 있어 타지역보다 많은 혜택을 보고 있다”며 장학금을 기탁했습니다.
매달 3만원~10만원씩을 정기 기탁하는 사람들도 생겨났습니다.

 

최승준 정선군수(오른쪽)가 민병희 강원도교육감과 함께 학교 급식소에서 배식을 하고 있다.<정선군 제공>


정선장학회는 장학기금에서 발생한 금융이자를 활용, 지역내 고교생과 지역출신 대학생 3135명에게 총 37억8200만원의 향토장학금을 지급했습니다.
인재양성의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는 것입니다.
장학금은 개인당 100만원에서 최대 500만원까지 지급됩니다.
올해부터는 연간 장학금 지급 규모를 4억5000만원으로 확대할 방침이라고 합니다.
정선장학회 이사장을 맡고 있는 최승준 정선군수는 “지역주민과 출향인사, 기업체들의 협조가 있었기에 해마다 장학기금 적립액과 수혜액이 크게 확대될 수 있었다”고 고마움을 표시했습니다.
최 군수는 이어 “장학회를 보다 알차게 운영해 지역사회발전에 기여하는 향토인재를 적극 육성해 나가겠다”고 덧붙였습니다.
아리랑의 고장인 정선이 이젠 최대 기금을 적립한 장학회를 보유하고 있는 지역이 됐습니다.
장학기금 적립과정의 스토리 또한 아리랑 가사처럼 정겹기만 합니다.

 

정선읍 시가지 전경.<정선군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