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각지의 저수지와 호수는 이미 외래어종에 점령된지 오래 됐습니다.
금강상류의 대청호뿐 아니라 북한강 상류인 소양호 마저도 외래어종에 의해 토종어종이 점차 터전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상황이 얼마나 심각하면 내수면 어업인들 사이에서 “토종 잉어와 붕어를 잡으면 운이 좋은 날”이라고 푸념이 나올까요.
1960~170년대 내수면 자원 육성 이란 명목으로 배스, 블루길(월남붕어), 백연어, 붕메기, 훼라붕어(떡붕어), 향어(이스라엘 잉어) 등 외래어종이 잇따라 수입돼 호수와 하천등에 방류됐습니다.
하지만 대부분 국내 미식가들의 입맛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등 수요를 창출하지 못하면서 결국 이같은 실험은 실패작으로 끝이 났습니다.
급기야 이들 외애어종은 왕성한 식욕과 번식력으로 급격히 세력을 확장하면서 수중 생태계를 위협하는 골치아픈 존재가 되고 말았습니다.
이중 가장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이 바로 ‘배스’와 ‘블루길’ 입니다.
농어목인 배스와 블루길은 물 흐름이 거의 없는 호수나 하천에서 수서곤충이나 새우, 몰고기 알, 작은 어류 등을 잡아 먹고 살아 갑니다.
특히 마땅한 천적이 없는데다 암컷이 낳은 알과 부화한 새끼들을 수컷이 지키는 습성이 있어, 토종 어종을 누르고 급속히 번식하고 있습니다.
새우와 토종 물고기를 닥치는 대로 잡아먹는 등 식욕 또한 왕성해 수중 생태계의 균형을 무너뜨리는 주범으로 꼽힙니다.
이들 외래어종이 확산된 지역에서 붕어, 잉어, 피라미 등 토종어류가 급감하다 보니 내수면 어업인들의 한숨이 나오는 것입니다.
그럼 수중 난폭자로 불리는 배스와 블루길을 퇴치하는 방법은 없을까요.
철원 토교저수지 쏘가리 방류 장면.<원주지방환경청 제공>
철원 토교저수지 쏘가리 방류 장면.<원주지방환경청 제공>
최근 강원 철원군 동송읍 비무장지대 인근인 ‘토교 저수지’에서 이색적인 실험이 시도되고 있습니다.
원주지방환경청은 지난달 27일 토교 저수지에 쏘가리 3000여 마리와 가물치 200여마리를 방류했습니다.
외래어종인 배스와 블루길을 퇴치하기 위해 토종 민물고기의 최강자인 쏘가리와 가물치를 투입한 것입니다.
춘천시도 2006년 배스 때문에 수중 생태계가 파괴되고 있는 춘천호의 생태복원을 소양호에서 잡은 쏘가리를 방류하는 사업을 벌인 적이 있습니다. 춘천호의 면적이 워낙 넓다 보니 쏘가리 방류 사업이 어떤 효과를 거뒀는지는 아직까지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배스와 쏘가리의 서식지 차제가 다르기 때문에 제대로 된 싸움이 이뤄지지 않을 것이란 반론도 많습니다.
물 흐름이 거의 없는 호수·하천에서 주로 서식하는 배스와 달리 쏘가리는 물의 속도가 빠르고, 자갈이나 바위가 많은 강의 중류 지역에 주로 분포하기 때문이죠.
한마디로 외래, 토종어종의 최강자 끼리 벌이는 진검승부를 기대하기 힘들다는 얘기입니다.
쏘가리 위속에서 나온 블루길 치어.<원주지방환경청 제공>
포식활동을 확인하기 위한 어류 해부 장면.<원주지방환경청 제공>
그러나 이번엔 사정이 다릅니다.
면적이 그다지 넓지 않은 토교저수지에 쏘가리와 배스가 함께 서식하다 보면 싸움이 일어날 수 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실제 지난해 토교 저수지에 풀어놓았던 쏘가리를 잡아 해부해 본 결과, 위에서 블루길 치어 등이 발견되기도 했습니다.
이같은 정황으로 미뤄 볼때 최소한 쏘가리가 배스나 블루길의 치어를 잡아먹어 개체 증가속도를 견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여 집니다.
게다가 배스, 블루길 등과 서식환경이 비슷한 가물치까지 가세했으니 분명 도움이 될 것입니다.
원주지방환경청은 이번 사업을 위해 철원군과 한국농어촌공사 철원지사, 강원대 환경연구소 어류연구센터 등과 협약을 체결하고, 오는 2016년까지 토교저수지에 토속어종인 쏘가리와 가물치를 지속적으로 방류할 계획입니다.
또 외래어종의 퇴치효과를 검증하기 위해 연 2회 모니터링도 실시키로 했습니다.
원주지방환경청은 이번 사업이 성공적으로 완료되면 지역주민들의 소득증대를 위해 쏘가리 포획 어업권을 허가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습니다.
먹이사슬 최상위 경쟁자인 쏘가리와 가물치, 배스, 블루길이 좁은 저수지 안에서 벌어는 한판 승부의 결과는 과연 어떻게 나타날까요?
아무쪼록 토종 최강자인 쏘가리와 가물치가 좀더 힘을 발휘해 주길 바랄뿐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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