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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바우 사람들

강릉 주민들의 열대야 도심탈출?

연일 불볕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피서철을 맞아 강원 동해안으로 향하는 차량들이 영동고속도로에 밀려들면서 지·정체 현상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정작 강원 동해안 지역에선 8월 15일을 기준으로 13일째 열대야 현상이 이어지고 있는데 여전히 이곳으로 피서를 오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죠.
열(熱)은 열로써 다스린다는 뜻의 이열치열(以熱治熱)이란 말이 실감나는 계절 입니다.
강릉지역 주민들은 요즘 더워서 잠을 이룰 수 없다고 아우성 입니다.
아침최저 기온이 31도에 육박하는 때가 많고, 낮에도 36도를 넘나드는 폭염에 시달리다 보면 심신이 피로할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이곳에선 여름철 마다 진풍경이 벌어집니다.

 

대관령 옛길.<강릉시제공>


혹성탈출이 아닌 심야 도심탈출이죠.
열대야가 나타나자 여름철 강릉 남대천 하구 솔바람 다리와 대관령 옛길 등엔 찜통더위를 식히려는 사람의 발길이 이어집니다.
외지 피서객들이 아닌 강릉 주민들 입니다.
일몰 이후에도 좀처럼 기온이 낮아지지 않자 주민들이 조금이라도 시원한 곳을 찾아 집에서 탈출하면서 빚어진 현상입니다.
강릉지역의 경우 1911년 기상 관측 이후 102년 만에 처음으로 아침 최저기온이 30도를 넘어섰습니다.
종전 최저기온은 1983년 8월 3일 관측됐던 29.7도였죠.
102년 만에 찾아온 ‘가마솥’ 더위에 지친 강릉시민들이 가장 많이 찾는 곳은 대관령 정상과 대관령 옛길 입니다.
해발 832m의 대관령 정상은 기상관측 이래 열대야가 단 한 번도 없었던 곳입니다.
시원한 바람까지 불어 열대야를 피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죠.
대관령 휴게소 등 공터엔 어김없이 텐트가 쳐 있습니다.
모기장만 치고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밤을 지새는 이들도 많습니다.
한 시민은 “강릉도심과 대관령의 아침최저 기온은 7~8도가량 차이가 난다”며 “에어컨을 자주 틀면 머리가 아파 가족들과 함께 대관령을 찾게 됐다”고 말합니다.
구 영동고속도로 대관령 구간 곳곳에도 차량이 줄지어 서 있긴 마찬가지 입니다.
더위를 피해 대관령 인근에서 야영을 하고 아침에 강릉 도심으로 출근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살수차가 강릉 도심 도로에 물을 뿌리고 있다. <강릉시 제공>


강릉항∼남항진을 연결하는 인도교인 솔바람다리에도 밤마다 많은 인파가 북적 입니다.
이곳에서 다리 위에 돗자리를 깔고 노숙을 하는 모습은 전혀 낯설지가 않습니다.
이처럼 말복이 지난 후에도 폭염이 지속되자 강릉시와 강릉소방서는 대책회의까지 열고, 지난 13일부터 살수차량을 이용해 도로살수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관광객과 시민들이 자주 이용하는 시가지 중심부와 전통시장을 중심으로 살수차량 3대를 투입, 하루 10회 이상 살수를 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청소 목적이 아니라 기온을 낮추기 위해 도로에 물을 뿌리는 모습은 좀처럼 찾아보기 힘드실 겁니다.
겨울철 제설의 달인이란 애칭을 얻었던 강릉시가 이젠 ‘살수의 달인’이란 말을 듣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수도권 주민들만 폭염에 지친것이 아닙니다.
오죽하면 피서지 주민들이 야밤에 산속까지 찾아 들겠습니까?
유난히 힘든 여름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