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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의 술

감자술, 평창 서주(薯酒)

‘러시아에 보드카가 있다면 우리나라엔 평창 서주(薯酒)가 있다!’
‘감자바우’로 불릴 정도로 감자가 많이 나는 동네이니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 모른다.
180여년 전인 조선 순조 때 국내에 처음 들어온 감자는 짧은 시간내 서민들의 식탁을 점령해 나갔다.
생육기간이 짧고 수확량이 많을 뿐 아니라 영양분 또한 풍부했기 때문이다.
척박한 산중에서 밭을 일궈 생계를 이어가던 화전민에게 감자는 없어서는 안 될 구황작물이었다.
특히 강원 산간지역의 경우 타 지역처럼 다른 곡물이 많이 생산되지 않는 터라 술도 손쉽게 구할 수 있는 감자를 원료로 빚어왔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문헌상 기록이 없어 서주(감자술)의 전래는 정확히 알 수 없으나 감자가 국내에 들어온 초기부터 만들어지기 시작한 것으로 추정된다.
가양주 형태로 전해져오던 서주는 지금의 막걸리와 같은 탁주였다.
그나마 일제 때 밀주단속으로 명맥이 끊겨 한때 평창지역에서조차 찾아보기 힘들게 됐다.
이후 주민의 기억속에서 잊혀져가던 서주는 민속주 제조에 뛰어든 오대서주양조 홍성일씨(평창군 진부면 하진부리)의 노력으로 다시 빛을 보게 됐다.
지역 노인을 찾아다니며 제조법을 복원해낸 홍씨는 6년여간의 연구 끝에 1990년 비로소 서주를 맑은 청주 형태의 약주로 재탄생시키는 데 성공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서주는 감자와 쌀을 7대 3의 비율로 혼합해 빚는다.
누룩은 이 둘을 합한 것의 20%가량을 넣게 된다.
찐감자에 누룩을 넣어 발효시킨 다음 멥쌀로 고두밥을 지어 담근 밑술을 부어 약 보름간 숙성시키면 감자술이 만들어진다.
다시 여과하는 과정을 거치게 되면 쌀로 만든 청주보다 약간 짙은 녹황색의 서주가 완성된다.
숙성시키는 과정에서 온도를 얼마나 잘 조절하느냐에 따라 술맛이 달라진다.
알코올 도수는 13도로 40도를 넘나드는 다른 민속주에 비해 낮은 편이다.
서주 제조자인 홍씨는 “서주는 비타민C뿐 아니라 칼륨·인산 등이 풍부한 ‘땅속의 사과’로 만든 와인으로 보면 된다”고 말한다.
술맛을 배가하는 또 하나의 요인은 청정한 물이다.

 

오대산 선재길.


평창군 진부면은 예로부터 삼신산(금강산, 지리산, 한라산)과 더불어 국내 제일의 명산으로 꼽히는 오대산 자락에 인접해 있다.
조선 성종 때 편찬된 신증동국여지승람에서 한강의 발원지로 제일 좋은 물로 손꼽은, 오대산 우통수에서 흘러내린 물(오대천)이 산간계곡을 따라 굽이치는 곳이다.
또 이 지역엔 북한의 삼방약수와 함께 우리나라에서 제일 간다는 방아다리약수가 있어 최고의 물맛을 자랑한다.
결국 고랭지에서 재배돼 최상의 품질을 유지하고 있는 감자와 맑은 물이 만나 오묘한 술맛을 내는 것이다.
평창지역 주민들은 “감자술은 알칼리성 발효주여서 산성체질화 되어 있는 현대인에게 가장 적합한 술”이라고 귀띔한다.
메밀부침이나 감자전, 산채 등을 안주 삼아 즐기기에 적당한 술이다.
300㎖ 한병의 공장도가격은 2000원 선이나 음식점 등에서는 6000~7000원에 팔고 있다. (033)335-7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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