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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의 관광 이야기

이성계로 인해 유명해진 양구 방산 백자 이야기

 국립춘천박물관은 지난 5년간의 발굴 연구 성과를 담은 ‘양구 칠전리 백자가마터 유적발굴조사보고서’를 발간했다.
 양구지역은 고려 말부터 1970년대 초까지 약 600여년 동안 백자를 생산했던 곳이다.
 이 지역은 원래 백자보다는 백토 공급지로 명성이 더 높았다.
 ‘양구 방산 백자’가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80여년 밖에 안된다.
 ‘방산사기장(方山砂器匠) 심룡(沈龍)’이라고 새겨진 ‘이성계발원사리구(李成桂發願舍利具)’가 1932년 6월 금강산 월출봉에서 발견된 것이 유명세를 타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이성계발원사리구’는 국립춘천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다.

 

 

금강산출토 이성계발원사리구 <국립춘천박물관 제공>


 ‘양구 칠전리 백자가마터 유적 발굴 조사’는 2006년 양구군이 국립춘천박물관에 의뢰해 추진됐다.
 양구 백자를 관광자원으로 개발하기 위한 취지에서 시작된 일이다.
 이후 국립춘천박물관은 양구군과 학술용역 발굴조사 계약을 맺고 2008년부터 2009년까지 칠전리 가마터 발굴조사를 실시했다.
 칠전리 가마터 발굴조사는 2000년 이화여대 조사팀의 지표조사로 확인된 2개 지점을 기준으로 1호와 2호 가마터로 나누어 진행됐다.
 칠전리 가마터에서는 조선시대 및 근대기 가마 8~9기, 가마관련 시설 1기 등 총 10~11기가 확인됐다.

 

 

금강산출토 이성계발원사리구 中 <국립춘천박물관 제공>


 이 유적은 조선시대 후기부터 근대까지 가마 및 백자의 양상을 살펴볼 수 있는 귀중한 자료를 제공해준다. 
 이번 조사 결과, 칠전리 가마터에서는 1884년 조선 관요의 민영화 이후 다른 지방요와는 달리 매우 질 좋은 백자가 지속적으로 생산된 것으로 밝혀졌다.
 관요(官窯)는 관아에서 운영하던 사기 또는 도자기 가마다.
 칠전리 가마터는 조선 관요의 민영화를 전후한 때 백자 기술의 맥락을 연결할 수 있는 자료를 제공하고 있다.
 20세기 초 근대 산업 도자의 생산기지로서의 역사성도 큰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많은 양의 백자를 겹겹이 쌓아 구운 흔적이 거의 없어 고급 백자를 생산하던 가마로 추정된다.
 이밖에 지방요에서 보기 드문 청화백자편(수복문, 초화문 등)은 조선시대의 가마 연구에 중요한 자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칠전리 제2호 가마 <국립춘천박물관 제공>


 국립춘천박물관이 ‘양구 칠전리 백자가마터 유적발굴조사보고서’를 발간하는 등 본격적인 학술조사 작업이 이뤄지자 자치단체도 바빠졌다.
 양구군은 최근 방산면 수입천 테마거리 조성사업의 기본 설계를 마치고 본격적인 공사에 들어갔다.
 이 사업은 유구한 역사와 전통을 가지고 있는 양구 방산지역의 백자와 백토를 활용해 도자산업의 중심지로 육성하기 위해 추진된 것이다.
 일단 2015년 완공이 목표다.
 이번 사업엔 국비 20억원, 군비 5억원 등 25억원의 예산이 투입돼 방산면 현리, 장평리 일원 2㎞ 가량의 구간에서 진행된다.

 

백자청화광무칠년명묘지석 <국립춘천박물관 제공>


 이 구간은 백토·백자의 길, 백자 예술의 길, 백자 이야기 길, 백자 문화체험의 길 등 4가지 테마로 구성된다.
 백자 예술의 길은 유명 작가 작품을 유치하는 야외 전시의 장으로 각각 활용될 예정이다.
 백자 이야기 길은 이성계의 새 왕조 창조의지가 담겨 있는 발원사리구와 방산사기장 이었던 심용, 지역설화를 이용한 스토리텔링의 길로 꾸며진다.
 백자 문화체험의 길은 박물관과 체험장, 가마터를 연계하는 백자 문화체험 장으로 활용된다.
 이밖에 관광객들을 위한 각종 편의·체험시설도 설치된다.
 전기물레 및 가스 가마시설 등의 시설로 이루어진 백자 체험장과 자전거 도로, 생태 야영장, 백토 쉼터 등이 대표적인 시설이다.
 정두섭 양구백자박물관 관장은 “백토를 이용한 달항아리 벤치·테이블·조명 등 조형물의 설치로 테마거리를 더욱 분위기 있게 꾸밀 계획이다”며 “관광객들이 자연스럽게 양구 백토와 백자를 접할 기회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