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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의 맛

하늘이 내리는 맛 인제 용대리 황태

 

용대리 주민들이 황태덕장 설치작업을 하고 있다.<인제군 제공>

 

 

 “황태의 맛은 하늘에서 내린다…. 그러나 용대리 황태 맛엔 절대 NG가 없다.”
 미시령 초입새에 고즈넉이 자리잡고 있는 강원 인제군 북면 ‘용대리(龍垈里)’ 마을.
 길 양쪽에 쌍용이 머리를 들고 있는 형상을 한 바위가 우뚝 솟아있는 이 마을 주변엔 백담사를 비롯, 십이선녀탕, 도적폭포 등 관광명소가 산재해 있다.
 하지만 최근 용대리는 구수한 맛의 진수를 선보이고 있는 고장으로 더욱 유명세를 타고 있다.
 용대리를 뜨게 한 것은 바로 황태다.

 

 

용대리 주민들이 황태를 만들기 위해 덕장에 명태를 걸고 있다.<인제군 제공>


 이곳의 황태는 중장년층에겐 숙취해소를 위한 속풀이 음식으로, 젊은이들에겐 쫄깃하고 구수한 영양 만점의 별미로 각광받고 있다.
 용대리 황태가 이처럼 최고의 대우를 받는 데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
 맑은 햇빛과 바람, 그리고 콧속이 쩍쩍 달라붙을 정도의 매서운 추위.
 용대리는 황태의 맛을 돋보이게 하는 최적의 기후조건을 갖추고 있다.
 동서로 길게 뻗은 백담사 들목∼용대삼거리간 골짜기를 따라 형성돼 있는 북천강변 작은 마을엔 오늘도 황태의 구수한 맛을 즐기려는 미식가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용대리 주민들이 황태덕장 설치작업을 하고 있다.<인제군 제공>

 

◇용대리 황태의 유래
 용대리와 황태의 첫 만남은 5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황태 제조에 대한 정확한 기록은 없으나 아주 오래 전 함경도 지역에서 처음으로 만들어졌다는 설이 유력하다.
 남한에 황태가 선보이게 된 것도 함경도 피란민들 덕이다.
 한국전쟁 이후 휴전선 인근 속초지역으로 피란온 함경도 피란민들은 1960년대부터 고향과 날씨가 흡사한 진부령, 미시령과 대관령 일대에서 황태를 만들기 시작했다.
 실향민들이 가까운 곳에서부터 최적지를 찾다보니 진부령에서 대관령보다 10여년 빨리 황태를 건조하기 시작했다.

 인제군 북면 용대리 백담사 입구에서 진부령 길과 미시령 길이 갈라지는 용대삼거리 사이 북천강변 3㎞ 일대에는 매년 겨울 20여개 황태덕장이 들어선다.
 국내 전체 생산량의 75%를 차지하고 있는 것만 봐도 이 지역이 황태의 본고장임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용대3리 주민들의 80% 이상이 황태 관련 사업에 종사하는 것도 특이한 점이다.

 

◇하늘이 내리는 황태의 맛
 방망이로 두들기지 않아도 스펀지처럼 부들부들한 최상품의 황태(노랑태) 속살은 그냥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용대리 주민들은 햇빛, 추위, 바람 등 3박자가 맞아 떨어져야 최상품의 황태가 만들어진다고 입을 모은다.
 또 황태의 맛을 즐기기 위해서는 33번의 손길이 필요하다고 귀띔한다.
 결국 기후와 정성이 황태맛을 결정짓는 셈이다.

 용대리 주민들은 “우리 마을은 천혜의 자연조건을 갖추고 있어 전국 어느 곳에서도 용대리 황태맛을 흉내낼 수 없다”며 “속살이 솜같이 부드러운 용대리 황태의 맛은 바닷가에서 그냥 건조한 북어의 맛과 차원이 다르다”고 말한다.
 매년 겨울, 용대리 주민들은 추운날을 택해 진부령 동쪽 거진항 일대의 할복장 등에서 인부들이 밤샘작업으로 배를 딴 명태를 싣고와 북천강변 덕장에 신속히 걸어 말린다고 한다.
 이는 손질한 명태가 거는 즉시 얼지 않으면 육질의 양분과 맛이 수분과 함께 빠져나가 품질좋은 황태를 얻지 못하기 때문이다.
 겨우내 덕장에 걸려 밤에 얼고 낮에 녹으면서 서서히 건조되는 과정을 거쳐 3월쯤 생산되는 용대리 황태는 향긋하고 구수한 맛이 돋보이는 것이 특징이다.
 인제군 용대리에서는 매년 ‘황태축제’도 개최된다.
 용대리 황태의 우수성을 알리기 위해 마을이 주최가 돼 1999년 처음으로 시작한 ‘황태축제’는 황태를 테마로 한 다채로운 행사를 펼쳐 관광객들을 불러 모으고 있다.
 특히 황태요리 시식회, 관태대회, 황태투호대회, 황태 탑쌓기대회, 황태구이체험, 황태짝묶기대회, 황태정량달기, 얼음 속 황태찾기, 황태 항아리담기대회 등의 체험행사는 외지 관광객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경향신문 최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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