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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의 길

제주 아닌 강원도에도 도깨비도로가 있다?

 요즘 MBC ‘일밤’의 ‘아빠! 어디 가?’가 인기 입니다.
 천진난만한 동심과 뜨거운 부성애를 엿볼 수 있어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은 듯합니다.
 지난 3월 24일 방송된 ‘일밤-아빠 어디가’에서는 다섯 아이들의 제주도 모습이 공개됐습니다.
 당시 아이들이 가장 가고 싶은 장소로 꼽은 곳은 바로 ‘도깨비 도로’ 였죠.
 혹 도깨비를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엉뚱한 생각이 작용한 듯 합니다.
 하지만 동화속 도깨비가 나타나는 도로가 있겠습니까?
 제주시 노형동 제2횡단도로 입구의 200∼300m 구간의 도로는 겉으로 보기에 분명히 오르막인데 자동차 기어를 중립에 두고 있으면 슬슬슬 위로 올라간다고 합니다.
 물론 도깨비가 자동차를 끌어당길리도 없겠죠.
 지형특성상 내리막길이 오르막길 처럼 보이는 착시현상 때문에 도깨비도로란 별칭이 붙었을 겁니다.
 이같은 도깨비 도로는 제주도에만 있을까요?
 아닙니다.
 잘 알려지지 않았으나 강원도 원주와 화천에도 착시현상을 일으키는 도깨비도로가 2곳이나 있습니다.

 

 

원주시 흥업면 매지3리의 착시현상을 일으키는 도깨비도로. 이 도로는 내리막길로 보이지만 실제 오르막길이다.<원주시 제공>


 원주시 흥업면 매지3리 밤나무단지 입구의 왕복 2차로 약 150m 구간도 오르막과 내리막이 실제와는 반대로 보이는 도깨비도로 입니다.
 내리막길로 보이는 쪽으로 돌을 굴리면 반대 방향으로 굴러 갑니다.
 원주시는 이 도깨비도로를 관광자원으로 활용할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우선 이곳에 도깨비도로 안내판을 설치하고, 원주관광 블로그에도 올린다고 합니다.
 물론 안내지도도 제작해 배포할 예정입니다.
 도깨비도로 인근엔 외지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토지문학관이 자리 잡고 있어 이와 연계할 경우 새로운 관광명소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원주시 흥업면 매지3리의 착시현상을 일으키는 도깨비도로. 이 도로는 내리막길로 보이지만 실제 오르막길이다.<원주시 제공>


 원주시 매지3리 도깨비도로는 2007년부터 알려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당시에 차량 통행이 너무 많아 사고위험및 교통체증을 우려해 이를 활용하지 못했죠.
 최근 인접한 국도 19호선이 4차로로 확장 개통되면서 도깨비도로를 이용하는 차량이 급격히 감소함에 따라 관광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된 겁니다.
 화천군의 일명 호음고개에 가면 “어라 차가 내리막길에서 올라가네”란 탄성이 절로 나옵니다.
 화천읍내에서 풍산리 방향으로 7~8분가량 진행하다 우측 동촌마을 방향으로 향하다 보면 일명 호음고개를 나타납니다.
 고개 정상부근에 오르면 ‘신비의 도로 종점’이란 안내판이 보입니다.
 이곳에선 자동차 엑셀 페달에서 발을 떼면 속도가 이상하리만치 급격히 줄어들면서 차가 나가지 않습니다.
 이 지점은 실제로는 오르막이지만 착시현상으로 인해 내리막처럼 보입니다.

 

 

강원 화천군 화천읍 동촌리 입구 호음고개의 도깨비도. 이 도로는 착시현상 때문에 오르막길이 내리막길로 보인다.<화천군 제공>


 신비의 도로란 안내판을 붙여 놨지만 흔히들 말하는 도깨비 도로죠.
 1~2년전부터 입소문을 타고 이같은 소식이 알려지자 기이한 현상을 체험하려는 차량들이 줄을 잇고 있습니다.
 도깨비도로가 지역을 알리는 관광명소로 자리 잡고 있는 셈이죠.
 착시현상은 도로에서만 생기진 않을 겁니다.
 인생을 살다보면 수 많은 시행착오를 겪게되죠.
 참 괜찮은 사람인데, 잘못된 정보에 기인한 선입견 때문에 한동안 미워하다 후회한 일도 있을 겁니다.
 가족과 함께 도깨비 도로를 찾아 착시현상을 몸소 느껴보며 인생행로를 바로 잡아 보면 어떨까요.
 ‘선입견은 착시를 부른다’는 평범한 진리를 되짚어 보는 하루가 됐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