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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의 천연동굴

동강이 품고 있는 평창 백룡동굴

천연기념물 제260호 백룡동굴은 강원 평창군 미탄면 마하리에 위치한 석회동굴이다.
동강을 따라 해발고도 235m에 자리잡고 있는 백룡동굴의 입구는 수면 위 약 10~15m 지점에 있다.
이곳으로 향하다 보면 먼저 동굴 입구 주변을 감싸고 있는 백운산과 푸른 동강의 물줄기가 시선을 사로 잡는다.
기암절벽과 노송이 절묘한 조화를 이루며 연출하고 있는 선경을 바라보면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백룡동굴 주변 절벽엔 계단과 데크도 설치돼 있어 걸어서 갈 수도 있다.
하지만 요즘엔 낙석 등 사고위험이 있어 배를 이용해 백룡동굴을 찾는 방법이 주로 이용되고 있다.

 

백룡동굴.<평창군 제공>

 

배를 타면 시원한 강바람을 맞으며 동강과 백운산 자락의 아름다운 풍광을 바라 볼 수 있어 일석이조다.
장화와 헤드랜턴이 부착된 안전모는 백룡동굴을 살펴보기 위한 필수품이다.
동해 천곡동굴과 삼척 환선굴 등 기존 개방동굴과 달리 개발을 최소화 해 탐방로가 좁고 동굴내부에 물이 차 있는 곳도 많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일부구간은 낮은 포복자세로 이동하거나 기어가야 한다.
관람이 아닌 탐험에 가깝다는 말이 회자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백룡 개구멍.<평창군 제공>


동굴 입구에서 약 10m 쯤 들어가면 온돌과 아궁이, 굴뚝의 흔적을 볼 수 있다.
구들 주위에서 발견된 토기 조각 등을 감안하면 백룡동굴은 조선 정조~순조 때부터 일부 주민들의 피난처로 사용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200여m 지점에 이르면 성인 한 명이 겨우 통과할 수 있을 정도의 작은 구멍이 뚫려 있다.
태고의 신비를 간직한 동굴 2차 생성물이 가득찬 지하세계의 보고로 통하는 관문격인 속칭 ‘개구멍’이다.
포복자세로 이 구멍을 통해 동굴 내부 깊숙한 곳으로 들어가면 그야말로 기묘한 형상을 하고 있는 각종 2차 생성물들이 눈앞에 펼쳐져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백룡동굴 에그후라이형 석순.<평창군 제공>


이밖에 동굴내부에서는 약 3만년 전의 것으로 추정되는 소의 대퇴부 뼈가 석순에 응고된 채 발견되기도 했다.
고정식 밝은 조명이 아니라 헤드랜턴이나 서치라이트로 보는 동굴 내부의 모습은 더욱 신비롭다.
종유석에서 물방울이 떨어지는 모습을 직접 보며 각종 동굴 생성물의 성장과정에 대한 설명을 듣다보면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계속 주변을 살피게 된다.

옛 조상들의 피난처로 이용돼 온 것으로 추정되는 백룡동굴은 한동안 잊혀졌다가 1976년 1월 마을 주민에 의해 세상에 다시 알려지기 시작했다.

 

백룡동굴의 각종 동굴생성물.<평창군 제공>


동네 청년이었던 정무룡씨 등이 백운산 자락 동강 수면 10여m 위쪽 지점에서 주먹 보다 조금 큰 구멍을 발견한 것이 계기가 됐다.
이들은 구멍을 통해 찬바람이 나오고 소리가 울리는 점을 이상하게 생각해 통로를 넓히던 중 동굴을 발견, 관계기관에 신고했다.
그 후 동굴이 위치한 백운산의 ‘백’과 정무룡씨의 ‘룡’을 따서 백룡동굴이란 명칭이 붙게 됐다.
백룡동굴은 1976년 4월부터 1977년 6월까지 동굴관련 전문기관의 조사를 거쳐 1979년 천연기념물 260호로 지정됐다.

 

백룡동굴 남근석.<평창군 제공>


그러나 학술적 가치가 높은 이 동굴은 10여년 전 동강댐 건설 계획으로 수몰 위기에 처하기도 했었다.
1996년 동강댐 건설 계획 발표 이후 백룡동굴이 물속에 잠길 처지에 놓이자 주민 및 학계의 반대운동이 거세졌다.
범국민적 저항으로 2000년 댐건설이 백지화되면서 다행히 백룡동굴은 온전한 모습을 보존할 수 있게 됐다.
이후 2006년 백룡동굴의 지질, 동굴의 발달과정, 동굴 내부의 형태와 동굴생성물 및 생물에 대한 종합적인 학술조사가 이뤄지며 그 가치를 재조명 받게 됐다.

 

백룡동굴의 동굴방패형 석주.<평창군 제공>


평창군은 2008년부터 54억여원을 들여 백룡동굴 개발사업을 추진, 2010년 7월부터 백룡동굴을 일반인들에게 제한적으로 공개하기 시작했다.

백룡동굴을 포함한 주변의 암석은 하부고생대 막골층으로 이루어져 있다.
전체적으로 수평굴 형태인 백룡동굴은 동서방향으로 발달해 있다.
1개의 주굴(A굴)과 3개의 가지굴(B, C, D)로 갈라져 있는 것이 특징이다.
주굴인 A굴은 동서 방향으로 약 785m, B굴은 남서에서 북동 방향으로 약 185m, C굴은 동서와 남북 방향으로 약 605m가 발달해 있다.
또 동서와 남서~북동 방향으로 발달한 D굴의 규모는 약 300m다.
결국 주굴의 길이 785m, 지굴 약 1090m 등 총 연장이 1875m에 달하는 셈이다.

 

백룡동굴 내부에 있는 만리장성이라 불리우는 베이컨 씨트.<평창군 제공>


동굴 내부는 연중 11~13.5도를 유지하고, 70~100%의 습도를 나타내고 있다.
동굴수의 온도는 계절적인 영향을 많이 받아 9.5~22.2도의 분포를 보이고 있다.
이는 동강으로부터 물이 유입되는 것과 많은 관련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C굴 구간의 하층이 동강과 연결돼 있어 우기엔 동굴 속으로 물이 범람하는 지역도 있다.
동굴퇴적물은 주로 석영과 방해석이 이뤄져 있다.

1979년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이후 30년이 넘게 개방되지 않은 탓에 백룡동굴은 태고의 신비를 온전히 간직할 수 있었다.
동굴 입구에서 안쪽으로 200여m 지점에 위치한 속칭 개구멍을 통과하면 눈이 휘둥그레 진다.
피아노형 종유석, 삿갓, 에그프라이 모양의 석순 등 기묘한 형상을 한 동굴 생성물이 연이어 있기 때문이다.

 

백룡 내부에 있는 사람손을 닮은 유석. 일명 신의 손으로 불린다.<평창군 제공>


비지땀을 흘리며 포복자세로 기어들어 온 수고가 아깝지 않을 정도다.
동굴 내부에는 종유관, 종유석, 석순, 석주, 유석, 휴석, 동굴진주, 커튼과 베이컨시트, 곡석, 석화, 동굴산호, 동굴방패, 부유방해석 등 다양한 동굴생성물이 분포하고 있다.
특히 주굴을 따라 발달한 기형적인 종유석과 가운데가 연노랑색이고 둘레가 흰색을 띠고 있는 에그후라이형 석순은 백룡동굴에서 특징적으로 나타나는 동굴생성물이다.
동굴산호가 아름답게 자라고 있는 휴석은 자연의 경이로움을 실감케 한다.
1990년대 말 일부 몰지각한 탐방객이 남성의 성기 모양을 한 종유석인 ‘남근석’을 절단해 큰 파문을 일으키기도 했다.
당시 잘려 나갔던 남근석은 이후 즉각 회수돼 다시 천장에 부착되는 우여곡절을 겪기도 했다.

 

백룡동굴의 삿갓 석순.<평창군 제공>


동굴 내부로 40여분 가량 들어가면 대형 광장을 만나게 된다.
이곳에도 종유석과 석순, 석주가 빼곡히 들어차 있어 대부분의 탐방객들은 감탄사를 연발한다.
백룡동굴에서 발견되는 종유관, 종유석, 석순, 휴석, 커튼, 부유방해석은 주로 방해석으로 이루어져 있다.
또 동굴산호와 동굴방패의 주성분은 방해석과 아라고나이트다.
동굴 주 통로의 바닥은 우기에 주기적으로 물에 잠겨 탐방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백룡동굴 내부에서는 현재까지 박쥐 등 70여종의 동굴생물이 발견됐다.

 

백룡동굴의 피아노형 종유석.<평창군 제공>

 

평창군은 천연 그대로의 백령동굴 내부 환경을 보존하기 위해 관람인원을 하루 180명 정도로 제한하고 있다.
입장권은 인터넷이나 현장에서 선착순 판매된다.
인원초과로 탐사하지 못한채 발길을 돌려야 하는 일도 간혹 발생하고 있는 만큼 사전에 인터넷으로 예약하는 것이 좋다.
평창군은 가이드를 배치해 동굴 내부 지질과 생물, 생성물 등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제공하는 등 기존의 개방 동굴과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백룡동굴 벽면에 발달한 대형유석.<평창군 제공>


출발전 동굴복과 헤드 랜턴이 부착된 헬맷, 장화 등의 탐사장비를 받아 착용하고, 전문 가이드에게 안전교육을 받아야 한다.
이밖에 A, B, C, D 구간중 현재 주굴인 A구간만 관람이 허용되고 있다.
B, C, D굴은 보존구간으로 탐방이 허용되지 않는다.
이처럼 탐사인원을 제한하고, 일부 구간만 개방한 것은 모두 동굴 내부환경 훼손을 막기 위한 조치다.
동굴 관람료는 어린이·청소년·군인은 1만원, 어른은 1만5000원이다.
다만 안전문제로 만 9세 이하 어린이와 65세 이상 노인 등은 출입이 제한된다.
자세한 문의는 백룡동굴 생태체험학습장(033-334-7200)으로 하면 된다.

 

백룡동굴 입구.<평창군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