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감자바우 사람들

휴대폰과 관광통신일부인

편지나 엽서를 쓰는 사람들이 크게 줄어들고 있습니다.
휴대폰 등장과 함께 나타난 현상 입니다.
오죽하면 편지도 아닌 손편지란 말이 더 자주 쓰일까요.
20년 가까이 휴대폰을 써왔던 저도 중딩 아들 녀석에게 원시인 취급을 받은 일이 있습니다.
2G폰을 고집한다는 이유 때문이었습니다.
원조 엄지족을 자처하며 메시지 보내는 일에 열중하던 때가 바로 엇그제 같은데 제가 원시인이라니 억울하기도 했습니다.
아들뿐이 아닙니다.
곳곳에서 시대에 뒤떨어진다며 한마디씩 거들어 최근 어쩔수 없이 스마트폰으로 바꿨습니다.
사실 스마트폰에 중독된 듯한 초딩 딸에게 뭔가 느끼게 해주기 위해 2G폰을 고집해 왔는데 역부족이었습니다.

 

하이원리조트(강원랜드)가 최근 국내 일반기업 중 최초로 만든 관광통신일부인.<하이원리조트 제공>

 

하이원리조트(강원랜드)가 최근 국내 일반기업 중 최초로 만든 관광통신일부인.<하이원리조트 제공>

 

새로나온 우표 전지를 사기 위해 새벽부터 우체국 앞에서 줄을 섰던 과거의 제 모습과 달리 신형 휴대폰으로 교체하기 위해 갖은 아양을 떠는 아들과 딸을 보면 세상 참 많이 변한듯 합니다.
하긴 우체부 아저씨의 ‘편지 왔어요’란 외침보다 ‘삐~삐~비~삐삐’ 하는 휴대폰 메시지 소리가 더 정겹게 느껴진다는 사람들이 있는 것을 보면나만 착각에 빠져 사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하지만 초스피드 시대인 요즘에도 우표는 물론 ‘관광통신일부인’까지 수집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관광통신일부인’은 우편물을 보내는 날짜를 표시하기 위해 만든 도장으로 우체국 이름, 날짜 외에 우체국 인근의 명소나 문화재 등의 이미지를 담고 있습니다.
기존 우체국의 소인에 관광명소, 문화재 등의 이미지가 추가된 것으로 생각하시면 됩니다.
현재 전국의 300여개 우체국에서 관광통신일부인이 사용되고 있다고 합니다.

우체국에 가시면 관광통신일부인을 받아 우표나 엽서에 직접 찍을 수도 있습니다.
우체국마다 도안이 모두 틀리다 보니 각양각색의 관광통신일부인이 찍힌 엽서 등을 모으는 사람들도 생겨나고 있습니다.
서울지역의 각 우체국들은 인근에 위치한 국립중앙박물관, 광화문, 도봉산 오봉, 독립문, 서울 탑골공원, 송파산대놀이, 절두산순교성지, 종묘, 청계광장, 파발 등의 이미지를 도입해 만든 관광통신일부인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설악산우체국도 2012년부터 설악산 권금성 이미지가 새겨진 관광통신일부인을 쓰고 있다고 합니다.
카지노로 유명한 강원 정선군의 하이원리조트(강원랜드)가 최근 국내 일반기업으로는 최초로 관광통신일부인을 제작해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하이원리조트의 관광통신일부인에는 국내 일반기업 최초 제작이라는 의미와 함께 회사로고와 캐릭터인 하이하우 이미지가 들어가 있습니다.
일반기업 최초의 ‘관광통신일부인’이어서 그런지 엽서나 우표를 수집하는 동호인에게 특별한 수집품으로 취급되고 있다고 합니다.

 

하이원리조트 지난 9월부터 해발 1340m의 마운틴탑 전망대 2개소에 설치한 추억의 느린우체통인 ‘하이원 1340 우체통’.<하이원리조트 제공>

 

하이원리조트 지난 9월부터 해발 1340m의 마운틴탑 전망대 2개소에 설치한 추억의 느린우체통인 ‘하이원 1340 우체통’.<하이원리조트 제공>

 

이밖에 하이원리조트 지난 9월부터 해발 1340m의 마운틴탑 전망대 2개소에 추억의 느린우체통인 ‘하이원 1340 우체통’을 설치해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 우체통에 들어가는 엽서는 모두 하이원리조트의 관광통신일부인이 찍혀 1년 후 각 가정으로 배달됩니다.
엽서는 곤돌라 매표소나 마운틴탑에 위치한 전망레스토랑을 방문해 요청하면 무료로 받을 수 있습니다.
배달비용도 하이원리조트가 부담한다고 합니다.
이같은 느린 우체통을 설치한지 한달만에 1200여명이 이곳에 엽서를 넣은 것을 보면 큰 인기를 얻고 있는 것 같습니다.
사람은 추억을 먹고 산다고 하지 않습니까.
사랑하는 딸에게 예쁜 ‘관광통신일부인’이 찍힌 엽서 한장을 보내고 싶어지는 가을 입니다.
감성이 묻어날 것 같지 않습니까.
이것도 나만의 착각일지 모르지만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