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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의 술

양구 송이주

숲속의 다이아몬드 송이의 천연 향을 술병 속에 그대로 담았다.’
전통주류의 하나로 분류되는 혼성주는 너무도 많다.
국화, 민들레꽃, 산딸기(복분자), 살구, 더덕, 하수오, 당귀 등의 천연재료나 약재에 희석주정이나 소주를 넣어 숙성시킨 침출주가 바로 그것이다.
그러나 향과 맛이 뛰어난 송이버섯을 주재료로 한 술은 아직까지 찾아볼 수 없다.
이는 송이는 5~7일만 지나도 쉽게 부패해 재가공이 어렵기 때문이다.
희소가치가 높다보니 송이는 예부터 귀한 대접을 받아 왔다.
‘삼국사기’엔 통일신라 성덕왕 3년 진상품으로 올려졌다고 기록돼 있고 ‘조선왕조실록’에 명나라 사신에게 선사했다는 내용이 담겨있을 정도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모양이 남성을 닮아서 양기에 좋다는 민담도 곳곳에서 전해진다.
최근엔 송이버섯에 β-글루칸(글루코스), D-프랑크션, MAP(송이버섯 함종양 단백질) 등 항암작용을 하는 각종 물질이 함유되어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더욱 각광받고 있다.
송이버섯의 주산지는 강원 양양·양구·삼척, 경북 울진·영덕·봉화 등으로 태백산맥과 소백산맥을 중심으로 분포돼 있다.
특히 강원산의 경우 화강암이 풍화된 푸석푸석한 땅에 솔잎이 적당히 덮여 있는 20~80년생 소나무 숲속이 많아 높은 품질을 자랑한다.
하지만 송이는 워낙 생산량이 적어 요즘은 부르는 게 값이다.
송이는 시기와 생산량에 따라 큰 차이를 보이기는 하나 ㎏당 30만~80만원을 호가하다 보니 황금버섯으로도 불린다.

 

송이. <양양군 제공>


고가에 거래되는 데다 인공재배법도 개발되지 않다보니 술제조 명인들도 송이로 술을 담글 생각을 쉽게 하지 못했다.
이같은 통념은 양구 솔래원(주)이 자연산 송이버섯의 맛과 향기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송이주를 개발해 일본과 홍콩, 미국 등지에 수출하면서부터 여지없이 깨졌다.
송이주 개발은 1993년 송이를 영하 176도로 급랭시켜 장기간 신선도를 지속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 특허를 획득한 솔래원 이이한 대표의 30년 열정이 있어 가능했다.
5년이 지나도 맛과 향이 변하지 않는 이 신기술은 송이 활용에 획기적인 전기를 마련했다.
솔래원은 강원 경북지역 산림조합이나 중간 수집상으로부터 매년 60~80t가량의 송이를 수매해 송이주 제조에 이용하고 있다.
생송이 상태로 사시사철 저장, 적시에 특유의 향과 맛이 그대로 담겨있는 송이주를 출시하다보니 경쟁상대가 없을 정도다.
송이주는 주정탱크에 송이버섯을 넣어 탈취~침출~여과~저장~숙성(9개월)~혼합~냉동~여과~주입~포장단계를 거쳐 생산된다.
이대표는 술제조 과정중 독성균을 제거하는 기술과 특유의 향을 유지하는 비법의 경우 정보 유출 우려가 있어 자세한 설명이 곤란하다고 손사래를 친다.

 

평화의 댐.<화천군 제공>


술제조엔 물론 청정 암반수가 이용된다.
평화의 댐 인근인 방산면 지역 지하 385m에서 뽑아 올리는 암반수는 수질검사 기관의 연구원이 마실 물 좀 가져다 달라고 아우성칠 정도로 최고의 수질을 자랑한다.
천연 송이와 최상의 물이 합해져 절묘한 맛을 내고 있는 것이다.
이대표는 유리잔에 얼음 3~4조각을 넣어 송이주를 따른 다음 얼음이 녹기 시작할 때 마시면 최고의 맛과 향을 느낄 수 있다고 조언한다.
송이주를 처음 시판할 때는 1병당 1만5000원에서 2만원을 상회했으나 최근 전자동화 시스템을 갖춰 생산가를 크게 낮췄다.
현재 출고가는 300㎖ 3500원(18도), 375㎖ 6000원(20도)이다.
일본 수출용 360㎖도 생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