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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바우 사람들

세월호와 안산 그리고 강원도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지 한달이 됐습니다.
통곡과 분노, 불면의 밤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아직까지도 상당수 희생자들의 시신이 수습되지 않고 있어 더욱 안타깝습니다.
세월호 참사의 아픔은 아마 전국민이 함께 겪었을 것입니다.
강원도민들도 예외는 아닙니다.
아니 더 큰 충격을 받고 많은 눈물을 흘렸을지도 모릅니다.
여객선 세월호 침몰사고로 수학여행에 나섰던 경기 안산 단원고 학생들이 대거 실종되거나 숨지자 강원도청 현관엔 대형 현수막이 내 걸렸습니다.
‘강원도민은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께 깊은 위로와 애도를 표합니다’

 

강원도청 현관에 내걸린 현수막.

 

강원도청에 마련된 분향소

 

강원도청에 이같은 현수막이 내걸리고, 강원도내 각 시·군에도 타지역 보다 빠르게 분향소가 잇따라 설치됐습니다.
단원고가 위치한 안산시에는 유독 강원도 출신 주민들이 많아, 상당수가 친인척 관계 또는 지인, 옛 이웃 주민으로 얽혀있기 때문입니다.
재안산강원도민회는 안산시의 인구 76만여명 중 20%가량인 15만여명이 강원도 출신인 것으로 추산하고 있습니다.
이같은 수치가 말해주듯 안산시와 강원도는 그야말로 특별한 관계 입니다.
1980년대 석탄산업합리화 조치로 인해 폐광이 속출할 당시 태백, 삼척, 정선, 영월 등 강원도 내 탄전지대 주민들은 안산시로 대거 이주했습니다.
반월공단 등 새로운 산업단지가 속속 조성되면서 노동자들에게 ‘기회의 땅’으로 여겨지던 안산시로 일자리를 찾아 떠난 것입니다.
이로인해 안산시의 인구가 20만명 규모일 당시 주민의 40%가 강원도 폐광지 출신들이었습니다.
현재 안산주민 중 강원 정선군 출신만 4만명에 달합니다.
정선군 인구가 4만명이니 과거 절반 가량이 안산으로 삶의 터전을 옮긴 셈 입니다.
경기 안산지역에 강원도민회를 비롯, 정선군민회, 태백시민회 등 출향모임이 활성화 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안산 단원고 앞 메시지


정선, 태백 등 강원도 내 폐광지 주민들은 “안산에 정착했던 강원도 출신 이주민들이 이번 여객선 침몰사고로 큰 고통을 겪고 있어 안타깝다”며 “친척들이 많은데 이를 어떻게 하냐”고 안타까워 하고 있습니다.
남편과 함께 20여년 전 안산으로 이주해 정착했던 강원도 영월 출신의 한 가족은 수학여행을 갔던 둘째 딸을 잃었습니다.
재안산강원도민회 관계자는 “많은 회원들의 자녀 또는 친척이 세월호에 탑승했다가 변을 당해 모두 침통한 분위기”라며 말끝을 흐렸습니다.

 

 

세월호 침몰로 실종된 단원고 고창석 선생님(41)도 강원 양양 출신입니다.
구조된 학생들은 “고 선생님은 제자 한명 한명에게 구명조끼를 챙겨주며 탈출을 도우시다가 빠져나오지 못했다”고 전했습니다.
단원고 2학년교실 앞엔 ‘아침마다 신발 신는 곳 앞에서 인사해 주시던 고창석 선생님 보고싶어요’란 학생들의 메시지가 한동안 붙어있었습니다.

 

단원고 앞 메시지


스승의 날인 15일 강원도내 상당수 학교는 자체 행사를 취소하고 교직원및 학생들이 강원도청과 시·군에 마련된 분향소를 찾아 희생자들의 넋을 위로하며 추모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분향소를 찾았던 한 학생의 말이 귓전을 맴돕니다.
‘도대체 구조작업을 어떻게 했길래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숨졌지?’
설명할 자신이 없어 시선을 돌리는 어른들의 마음은 더욱 참담합니다.
슬픔으로 가득찬 어린 학생들의 가슴속에 새로운 희망이 싹 트길 간절히 바랄 뿐 입니다.
다시한번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께 깊은 위로와 애도를 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