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출신 중·장년층은 냇가나 논둑 옆에서 ‘물장군’을 잡아 놀던 기억이 있을 겁니다.
 갈고리 처럼 굵고 크게 발달한 앞다리로 먹이를 낚아채는 모습은 흡사 사마귀의 날렵함을 닮았습니다.
 배 끝에 호흡기관이 있어 거꾸로 매달린 형태로 꼬리 부분을 물 밖으로 내밀어 호흡하는 것도 참 재미있습니다.
 물장군(Lethocerus deyrolli Vuillefroy) 성충의 크기는 5~7cm(암컷 성충 6.2~6.5㎝, 수컷 성충 5.3∼5.5㎝)로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수서곤충 중 가장 큽니다.

 

 

개구리를 잡아 체액을 빨아 먹고 있는 물장군 성충.<원주지방환경청 제공>


 물풀 뒤에 숨어 있다가 작은 물고기, 올챙이, 개구리 등을 잡아 체액을 빨아 먹는 물장군은 ‘물속의 폭군’으로 불리기도 합니다.
 하지만 ‘유충기에 서로 잡아 먹기도 한다’는 사실은 원주지방환경청의 ‘물장군 방사행사’ 자료를 받아보고 처음 알았습니다.
 동족끼리 잡아먹는 사실에 적잖이 놀라시는 분들도 계실 겁니다.
 하긴 식인종도 있다고 하니 곤충만 탓할 일도 아니죠.
 물장군의 이같은 습성이 15년전 생태전문가들과 함께 DMZ(비무장지대)의 하천을 탐사했던 기억을 다시 떠올리게 합니다.

 

 

버들치를 먹고 있는 물장군 4령 애벌레(31mm 내외).<원주지방환경청 제공>


 동해안 최북단인 고성군 오소동 계곡에서 올챙이 떼가 경쟁하듯 죽은 개구리를 뜯어 먹고 있는 장면을 보고 충격을 받은 일이 있습니다.
 “어떻게 어미를….”
 말문을 잇지 못하던 제 모습을 보고 한 교수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뭘 그러나, 어미 잡아먹는 곤충이나 동물 의외로 많아. 사람도 마찬가지 아닌가. 우리도 간혹 생떼 쓰며 부모의 고혈을 짜내면서 크지 않았나.”
 돌이켜 보니 정곡을 찌른 말이었습니다.
 물장군은 부성애가 강하다고 하니 그나마 다행입니다.
 월동한 물장군 성충은 6월부터 수면 위의 식물이나 줄기에 3~4차례에 걸쳐 500여개의 알을 낳는다고 합니다.
 수서곤충임에도 산란을 물 밖의 나뭇가지나 튼튼한 식물줄기에 한다고 하니 신기하시죠.
 물장군 수컷 성충은 알이 부화될때 까지 품어 천적으로부터 지키면서 지속적으로 수분을 공급해 정상적으로 부화할 수 있도록 하는 등 남다른 부성애를 발휘합니다.

 

 

알을 보호하는 물장군 수컷 성충.<원주지방환경청 제공>

 

 

물장군 알.<원주지방환경청 제공>


 30여년 전만 하더라도 흔히 볼 수 있었던 물장군은 요즘 멸종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농촌 마을 주변 작은 냇가와 논, 둠벙 등을 중심으로 서식하던 물장군은 각종 개발사업과 환경오염으로 최근 개체수가 눈에 띄게 줄고 있습니다.
 원주지방환경청은 멸종위기 2급인 물장군 복원을 위해 16일 횡성군 둔내면 소류지에 물장군 50쌍을 방사했습니다.
 이번 방사 행사에는 환경부, 원주지방환경청, 횡성군, 서식지외보전기관인 (사)홀로세생태보전연구소, 벨라스톤 컨트리클럽, (주)오뚜기, 둔내초등학교 등 7개 기관 60여명이 참여했습니다.

 

물장군 우화 장면.<원주지방환경청 제공>


 벨라스톤 컨트리클럽과 (주)오뚜기는 사회공헌 사업의 일환으로 물장군 증식 복원에 필요한 사업비를 각각 3000만원씩 지원할 예정입니다.
 원주지방환경청은 물장군 방사지의 개체군 안정화를 위해 앞으로 50쌍을 추가로 방사할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이처럼 멸종위기종 복원사업을 펴는 것은 미래의 자원인 생물다양성을 확보하기 위해섭니다.
 물장군은 습지 생태계의 ‘깃대종’(flagship species) 입니다.
 깃대종은 특정 생태계를 상징하거나 대표하는 생물을 말합니다.
 깃대종의 개체수가 늘어난다는 것은 그 만큼 자연환경도 좋아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오늘 50쌍의 물장군이 자연의 품으로 돌아갔습니다.
 부디 많이 번식해 주변 곳곳에 출현하길 바래 봅니다.

 

Posted by 경향 최승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