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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의 별의 별 이야기

광산개발의 명암, 광해를 복원하는 사람들

 희토류(稀土類)와 비철금속 등의 원자재 가격은 여전히 고공 행진중이다.
 미국과 유럽연합(EU), 일본 등은 최근 공동전선을 형성해 희토류 주요 공급국인 중국을 압박하고 있다.
 고온초전도체, 전기자동차, 액정표시장치(LCD) 등에 사용돼 ‘첨단산업의 비타민’으로 여겨지고 있는 희토류를 다량 보유한 국가들은 이를 ‘경제적 무기’로 삼고 있다.
 21세기 가장 중요한 광물로 부각되고 있는 희토류를 둘러싼 자원확보 전쟁은 앞으로 더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국내에서도 광산 개발에 다시 눈길이 쏠리는 것도 이같은 까닭이다.
 지난해 오마하의 현인’으로 불리는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이 지분 80%를 소유한 다국적 기업 IMC가 강원도 영월 상동의 중석광산 재개발에 투자키로 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양양 서면과 홍천 두촌면, 춘천 사북면 등지의 폐광산에서 희토류가 발견돼 재개발 준비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물론 1960~1970년대와 같은 ‘광산 전성시대’가 도래할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다.
 그래도 수십년만에 산중이 파헤쳐지고, 갱도가 다시 열릴 조짐을 보이자 벌써부터 긴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한국광해관리공단 직원들이 바로 그들이다.

 

 

영월군 상동읍 내덕리 하천변에 자리잡고 있는 폐재댐.

 

 광산 개발이 의외로 큰 피해를 준다는 사실은 그다지 잘 알려지지 않았다.
 폐광지역 주민들만 온몸으로 그 폐해를 겪으며 실감하고 있을 뿐이다.
 중금속이 함유된 폐광의 갱내수가 외부로 유출되면 토양과 하천, 지하수 등을 오염시켜 각종 부작용을 일으킨다.
 정화되지 않은 갱내수가 유입된 하천의 바닥은 시뻘겋게 변색돼 곧 어류 등 생명체가 살 수 없는 ‘죽음의 하천’으로 전락한다.
 광산 주변에 쌓여 바람에 날리는 각종 광물찌꺼기도 여전히 공포의 대상이다.
 폐광 주변 주민들의 중금속 축적도가 다른 지역보다 훨씬 높은 것만 봐도 광해(鑛害)의 심각성은 쉽게 알수 있다.
 한국광해관리공단이 첨단공법을 동원해 고군분투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영월군 상동읍 내덕리 하천변에 자리잡고 있는 폐재댐


 해발 400~700m의 가파른 고갯길을 따라 어렵사리 찾아들어간 강원 영월군 상동읍.
 이 자그만한 산골마을이 한때 한국 산업의 중심지 였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그리 많지 않다.
 1960년대 상동읍에서 생산된 중석(텅스텐)은 국내 수출액의 56%를 차지했다.
 “중석을 수출해 벌어들인 달러로 대한민국이 먹고산다”는 말이 회자될 정도였다.
 하지만 1980년대에 접어들어 값싼 중국산 중석이 국내외 시장을 잠식하기 시작하면서 상황은 돌변했다.
 1952년 문을 연 이후 세계 중석 생산량의 10%를 차지하던 대한중석 상동광업소는 가격경쟁에서 밀리면서 결국 1994년 2월 문을 닫았다.
 폐광이후 상동주민들은 30년 가량 혹독한 겨울을 보내야 했다.
 전성기 3만여명에 달하던 상동읍의 인구는 1000여명으로 줄었다.
 이 지역 노인들은 “상동광산이 재개발된다고 하니 기대감도 크지만 마을 입구에 수십년 동안 쌓여있는 폐재들을 보면 한숨이 먼저 나온다”는 반응을 보인다.

 

지난해 4월 영월군 상동읍에 내걸린 대한중석 재개발 환영 현수막.


 상동읍 내덕리 하천변엔 지난 1973년 건설한 거대한 댐이 서있다.
 높이 38m, 상·하단의 길이가 590m~830m에 달하는 거대한 구조물.
 이속엔 아직도 250만t에 달하는 엄청난 양의 중석광미 폐재가 담겨있다.
 폐재는 중석을 채출하여 원광에 포함된 중석입자(WO3) 0.5%를 회수하기 위해 분쇄·선광 과정을 거친 후 폐기된 광물찌꺼기 혼합물이다.
 그 속엔 독성 중금속인 ‘카드뮴(Cd)’과 1급 발암물질인 ‘비소(As)’가다량 함유돼 있다.
 이로인해 지난 2002년 태풍 ‘루사’가 기록적인 폭우를 쏟아부을 당시 상동읍 주민들은 혹 폐재댐이 붕괴되지 않을까 염려하며 밤잠을 설쳐야 했다.
 민원이 들끓으면서 상동의 폐재댐은 광해의 상징으로 떠올랐다.

 

 

지난해 4월 영월군 상동읍 하천변에 내걸렸던 현수막.


 광해관리공단의 신규 직원들은 입사직후 반드시 이곳을 찾아 광해에 대한 개괄적인 설명을 듣는것도 이때문이다.
 폐재댐의 법면을 보강한후 광물찌꺼기무해화시설을 이용해 카드뮴과 비소 등 오염물질을 제거한뒤 폐재(광미)를 시멘트 부원료 등으로 재활용한다는 것이 광해관리공단의 기본 계획이다.
 중금속의 오염도를 기준치 이하까지 낮춰주는 광물찌꺼기무해화시설은 공단측이 내세우는 세계적인 특화기술 중 하나다.
 먼저 체분리(Screening)를 통해 2㎜이상의 물질을 분리한후 1차 비중선별, 자력선별, 2차비중선별, 화학처리 등 6단계의 처리과정을 거쳐 오염물질을 걸러낸다.
 화학처리엔 염화나트륨 요액을 이용해 광물찌꺼기를 산화시키거나 산과 알카리 등으로 중금속을 용출시키는 방법이 사용된다.
 이같은 시설은 지난 2010년 5월과 7월 충북 음성 유일광산과 제천 금풍광산 등에 설치돼 사용되고 있다.
 유일광산에서 광물찌꺼기무해화시설을 가동한 결과 무해화 산물 93%가량 분리하는데 성공했다.

 

 

한국광해관리공단 강원지사 직원이 영월군 상동읍 내덕리 하천변에 자리잡고 있는 폐재댐 위에서 법면상태를 살펴보고 있다.


 광해관리의 효율화를 위해 지난 2006년 출범한 준정부기관인 광해관리공단의 직원은 200여명.
 이들은 현재까지 파악된 폐광 4681개, 휴지광산 122개, 가행광산 593개 등 5396개에 달하는 광산을 대상으로 폐석및 광물찌꺼기 유실, 지반침하, 갱내수 유출, 토양오염 여부등을 수시로 파악해 광해방지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언뜻봐도 턱없이 부족한 인력이다.
 광해관리공단은 2조원 이상의 예산을 투입해 오는 2026년까지 광해방지사업을 완료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광해방지사업을 마무리하기 위해선 기술력으로 시간과 비용의 한계를 극복할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 중심에 공단 산하의 광해기술연구소가 있다.
 연구소에서 2~3년간의 연구끝에 자체 개발한 ‘광물찌꺼기 무해화 처리기술’을 비롯, ‘광산폐수 자연정화 처리기술’, ‘토양 개량 정화및 복원기술’, ‘광섬유 지반침하 계측기술’, ‘광산지리정보시스템(GIS)구축및 공간분석모델링 기술’ 등은 선진국에서도 인정하는 특화기술이다.
 특히 광섬유 지반침하 계측기술은 우면산 산사태를 계기로 다시한번 조명을 받고 있다.
 이 기술은 광섬유 온도계측기를 지하갱도 등에 설치한뒤 지반변형이 생길때 나타나는 미세한 온도변화를 감지해 갱도붕괴 등의 안전사고를 사전에 예방하는 것이다.
 현재 6개의 가행광산에서 사용되고 있다.

 

 

한국광해관리공단 강원지사 직원이 영월군 상동읍 내덕리 하천변에 자리잡고 있는 폐재댐 위에서 법면상태를 살펴보고 있다.


 광해기술연구소 연구원및 전문사업자 10여명은 이 기술을 개발하는데 3년을 꼬박 매달렸다.
 연구원들은 반복적인 시험을 하느라 보통 광산 갱도안을 수십차례씩 들락거려야 했다.
 몇몇 직원들 사이에선 “광원이 된듯한 느낌이 든다”는 농담까지 터져나왔다.
 광해기술연구소 관계자는 “이 기술을 산사태 감시 등에 적용할 경우 위기 징후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해 조기에 대피경보를 발령할 수 있는 재난대응시스템을 갖출수 있다”고 밝혔다.
 또 “지반침하, 산사태뿐 아니라 도시의 옹벽과 축대, 노후아파트의 균열 등 구조물의 안정성과 붕괴위험지역을 탐지하는데도 적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광해방지를 위해 개발한 기술이 도시재난 방지에도 효용성이 높은 셈이다.
 광해관리공단은 이같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해외사업 진출에 눈을 돌리고 있다.
 한국형 광해방지기술 수출에 나선 것이다.
 공단측은 4~5년전부터 몽골, 키르기즈스탄, 말레이시아, 베트남, 인도네시아, 카자흐스탄, 태국 등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폐수처리, 광해 정보화구축 사업등 다양한 기술지원 활동을 벌이고 있다.

 

 

강원 영월군 상동읍 내덕리 하천변에 자리잡고 있는 폐재댐의 법면.


 가장 공을 들이고 있는 곳은 몽골이다.
 공단측은 세계 10대 자원부국인 몽골의 광해방지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지난 2010년 5월 몽골사무소까지 개설했다.
 현지 사무소를 개설한지 2개월만에 몽골 자연환경관광부의 기술적·생태학적 복구면허를 취득하는 등 발빠른 행보를 이어갔다.
 외국기관으로 2번째로 인증을 받아 공신력을 확보한 것이다.
 한국광해관리공단은 몽골에서 석면폐기물처리 컨설팅용역을 비롯, 광해실태조사 등의 프로젝트를 진행한 끝에 지난해 ‘바가누르(Baganuur) 국영탄광 광해복구사업’을 수주하는데 성공했다.
 이사업은 오는 2020년까지 진행된다.
 바가누르 탄광은 몽골의 15대 전략광산중 하나로 그동안 호주업체에서 광해방지사업을 담당해 왔다.
 다행스럽게도 자원개발과 광해방지기술을 맞교환하는 식의 패키지 전략이 신뢰를 얻고 있는 것이다.

  공단측은 앞으로 기술지원을 요청하는 국가가 있을 경우 민간기업과 동반진출을 통해 시너지효과를 극대화 할 계획이다.